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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대안가정을 추구하는 그룹홈
희망의 대안가정을 추구하는 그룹홈
  • 정희
  • 승인 2017.09.29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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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책 미숙으로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해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어렵게 성장했다. 가족과 생이별하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신 아이들을 품은 것은 따뜻한 가정이었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에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전쟁고아를 자신의 가족처럼 돌본 어른이 많았다. 건강하게 성장하면 충분히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고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에 가진 것을 나누는 것으로 돌봄의 역할이 끝났다. 상처를 딛고 경제와 사회가 발전하자 오히려 아이들의 형편은 쪼들리기 시작했다. 가족이 아이를 포기하면서 다른 어른 손에 떠미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떳떳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아이들을 지원해야 할 어른들은 어디에 있을까.

 

 

“아이들이 성장하기 제일 좋은 환경은 좋은 어른입니다. 집안에 좋은 어른이 있어야 아이들이 반듯하게 자랍니다. 요즘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서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부모님이 매우 많아요.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갈 곳은 그룹홈입니다. 선진국에서 대안양육시설로 그룹홈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와 어른의 외면이 낳은 그룹홈


(사)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안정선 회장은 선한 마음으로 어른이 해야 할 책무에 다하고 있다. “내가 한 사회복지라고는 그룹홈밖에 없다”는 겸손한 말을 하는 안 회장은 자신의 자식처럼 많은 아이들을 거뒀다. 안 회장은 1985년 살레시오 청소년기숙사 사감을 맡으며 갈 곳이 없는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1987년 영등포 쪽방촌의 무의탁 청소년들의 돌봄사업을 시작으로 부모님이 없거나 유기, 방임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활동에 뛰어들었다. 직접 나눔의 집을 설립 운영하고 1988년부터 그룹홈인 요셉의집 원장을 맡으면서 근 30년 세월을 그룹홈에 쏟았다. 그는 “그룹홈은 단순히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먼 훗날 사회의 일원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돌봐주는 곳이 그룹홈이다”라고 말했다.

 

 

“가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제대로 케어하기 위해 그룹홈 종사자는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아이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 교육지도 등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전쟁으로 혼자 남은 고아를 키우는 대안으로 그룹홈 개념이 생겨났다. 음식과 잠자리를 나누면서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아픔을 함께 극복했던 착한 어른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른의 무책임 때문에 엉뚱하게도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빚 때문에 아이들을 버리고 ADHD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가정폭력의 그늘에 아이를 가두며 임무를 포기한 어른이 너무 많다. 그룹홈은 의무를 져버린 어른을 대신하며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다. 안 회장은 “사람을 살리는 행보라고 생각한다. 저에게 온 아이들은 식구라고 생각한다. 제 품에서 잘 지내고 안정적 기반을 쌓아 사회에 내보내는 것이 저의 목표다”라며 “그룹홈이란 가정해체, 방임, 학대, 빈곤, 유기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환경에서 개별적 특성에 맞춰 보호양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아동보호시설이다”라고 전했다.

 

 

그룹홈의 위상, 이대로 좋은가

 

이 시대에 자라는 아이들은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으며 자라고 있다. 가정해체, 이혼율 급증 등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기구한 사연과 깊은 아픔이 갖고 있는 아이들은 그룹홈에서 치유된다. 그룹홈이 단순히 먹여주고 재워주는 집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사회복지사만 그룹홈을 운영할 수 있으며 온갖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게 통합적으로 접근해 정서적 안정을 유도한다. 안 회장의 경우도 사회복지사 1급, 청소년지도사 2급, 예술치료사 2급, 심리상담사 2급, 전통공연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IMF 시대 이후 가정이 와해되기 시작했다. 대가족은 많이 사라졌고 소규모 가정도 건강하게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많은 아이를 거두면 아픈 손가락이 반드시 있더군요. 그룹홈을 떠나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해 행복한 미래를 꿈꿨던 아이가 있습니다. 어느 날 저를 다시 찾아와 자신의 자녀 양육을 부탁했습니다. ‘결혼해 실패해 아이를 돌봐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룹홈은 더 훌륭한 아동복지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지원책이 미비합니다. 그룹홈의 경제적 지원책이 시급합니다. 그룹홈에서 근무하는 종사자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누가 희생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진심으로 돌봐줄 수 있겠습니까.”


최근 표주현 그룹홈 사회복지사는 보건복지부장관과 대구광역시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과 인권
침해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는 1주일에 68.5시간을 근무하며 지난해 179만 8030원을 월급으로 받고 있다. 만약 다른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했다면 기본급만 237만 원을 받았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안 회장은 “그룹홈 종사자는 타 기관과 똑같은 사회복지사지만, 지원 예산이 복권기금에서 마련되고 있다”라며 “아동 보호의 흐름이 가정형으로 흐르고 있지만 시설과 운영 지원의 차별을 받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그룹홈


지난 2014년 (사)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를 맡은 안 회장은 그룹홈 종사자의 현실적인 임금 인상을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9월 25일 국회의원 회관 대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요보호 아동복지 정책을 논하다’ 토론회를 주관했다. 그는 “제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나서서 알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상을 받는 일이 머쓱했다”라면서도 “이번에 주변에서 추천해 사회복지의 날 대통령상을 받게 됐다. 그룹홈의 현실과 중요성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사)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는 그나마 매해 2~3% 올랐던 임금이 올해 동결된다는 소식에 침통할 뿐이다. 안 회장은 “더 좋은 종사자가 들어와야 아이들이 건전한 환경 속에서 이 사회를 이끌어갈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지원책이 너무 미비해 큰일이다”라며 “문재인 정부와 우리 사회가 그룹홈에 대해 공감해 현실적인 지원책이 마련되길 소망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룹홈은 가정의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3차의 피해를 온몸으로 막아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면모를 봉사정신으로 덮어주는 그룹홈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가야 하는 그룹홈이 휘청거린다면 뒷감당은 아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룹홈의 간절한 외침에 사회가 답할 차례다.

 


취재 丁 熙 기자 / 사진 오지영, 유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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