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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마음은 갈대? 소비성향 좌우하는 ‘리퀴드 소비’
고객의 마음은 갈대? 소비성향 좌우하는 ‘리퀴드 소비’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23.07.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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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트렌드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빨리 변화하는 트렌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소비 트렌드’를 꼽을 수 있다. 돈을 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이 단순해 보이는 행위는 세상과 기술의 변화에 의해서 지금 매우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바로 ‘솔리드(solid) 소비에서 리퀴드(liquid) 소비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솔리드란 ‘단단한, 고체의, 고체’를 의미하는 말이고 리퀴드는 ‘액상의, 액체의, 액체’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만 들어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 두 가지 개념은 2017년경에 처음 학문적으로 제시되었지만, 그 구체적인 실현은 수년이 지난 오늘날에야 보다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소비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소비의 시대에 기업은 어떤 체질로 변화해야 할까?


 

디지털 기술이 바꾼 소비 형태

리퀴드 소비는 한마디로 ‘유연한 소비’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물건을 자신의 것으로 소유해서 집착하지 않고, 한가지 브랜드만 고집하지 않고, 가볍게 소비하는 행태를 말한다. 또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서 구매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MZ세대에게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반대로 솔리드 소비란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산 후 그것에 집착하고, 신뢰하는 몇 가지 브랜드 내에서만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이런 소비는 인터넷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 후 구매되고 또 구매가 결정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특히 집, 자동차 등 가격이 비싼 물건일수록 이런 솔리드 소비 경향을 강해졌다. 단순히 우리 윗세대의 소비 습관만 봐도 그렇다. 한번 구매한 물건이라면 완전히 폐기될 때까지 계속해서 사용하고 아끼고, 대대로 물려주기까지 한다. 그러나 최근 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 기술의 새로운 창출에 따라서 이런 소비 패턴은 완전히 리퀴드하게 바뀌어 버렸다. 


리퀴드한 소비의 특징은 ▲일시성(ephemerality) ▲접근성(access)▲비물질화(dematerialization)를 꼽을 수 있다. 일시성이란 상품이나 서비스의 인기가 오래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빠르면 3개월, 혹은 3주, 심지어는 그보다 더욱 짧게 폭발적으로 유행을 한 뒤 수명을 다하게 된다. 접근성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내 것’이라는 소유의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공유나 대여를 말한다. 내 것은 아니지만, 특정 기간만 내 것처럼 사용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마지막 비물질화는, 과거에는 상품과 서비스 자체를 소비했다고 하면 이제는 그것을 하나의 경험이라는 차원으로 소비하게 된다. 과연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내가 어떤 경험을 하는가가 중요하지, 물건이나 서비스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새로운 소비 형태의 변화는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이론이 배경이 되고 있다.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주장한 것으로, ‘현대 사회는 흐르는 액체처럼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매우 불안정하고 가벼우며 예측할 수 없다’에 근거한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 마치 액체와 같은 유연한 소비를 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디지털 기술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버, 위워크,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등이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굳이 ‘내 것’이라는 개념이 사라진다. 자동차도 대여하고, 집도 잠시 빌리는 것일 뿐이고, 영화도 구독해서 그때 그때 필요한 것만 볼 뿐이다. 일을 하는 사무실도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대상일 뿐이다. 그러니 이제 과거와 같은 딱딱한 소유 개념에 근거한 솔리드 소비가 필요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다시 솔리드 소비로 변화할 수도

요즘 MZ세대는 이러한 리퀴드 소비에 익숙하다 보니, 그 성향이 실질적인 수치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35세 미만의 주택 보유율은 2005년 42%에서 36%로 감소했고, 18세 미국인 중 운전면허를 따는 비율도 1983년 80%가 넘었지만 2018년에는 고작 60%를 간신히 넘어섰다. 영국에서도 10대의 운전면허 취득 비율은 41%에서 21%로 급격하게 내려 앉았다. 이는 새로운 세대의 ‘소유 의지’ 자체가 높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우버를 부르면 자신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고, 이동에는 거의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리퀴드 소비의 경향이 더욱 급격하게 나타났다. 광범위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일반적인 트렌드 변화도 있지만,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의 성향으로 인해서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고, 특정한 브랜드에 충성하지 않고, 더 좋은 것이 나오면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서 기업들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점이다. 과거 솔리드 소비가 주로 이루어진 시대의 경영전략은 매우 단순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예를 들어 오랜 연구를 통해서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충성 고객층이 생겼고, 또 그것이 큰 변화가 없는 한 수년간 지속되었다. 따라서 미래를 전망하기도 쉬웠고, 그것을 유지하는 일도 별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시대와는 완전히 결별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은 한 제품이 급격하게 인기를 얻는다고 해도 이제 그것이 계속 지속되리라는 점을 믿지 않는다. 과거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제품이 인기를 얻게 되면 급하게 많은 돈을 투자해 생산 설비를 늘렸지만, 그것이 오래가지 않아 오히려 회사의 손해가 된 경험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는 설사 그런 광풍에 휩싸인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단기간에 팔고 마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또한 단순하지만, 인기의 요소가 있다면 그런 제품을 집중적으로 팔고 손을 터는 이른바 ‘숏케팅(short+marketing)’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동차 업체들도 일명 공유업체와의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 달에 일정한 금액을 내면 여러 가지 자동차를 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가전제품 업계는 이른바 렌탈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한다. 냉장고, TV 등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함으로써 변화가 빠른 요즘 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소유를 부담스러워하는 요즘 세대에 가장 적절한 경영전략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공유나 렌탈 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스태티스타’가 조사한 반에 따르면,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2010년 한화 4조 6천억 원 정도 규모였지만, 지난 2021년에는 205조 원으로 45배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오는 2027년에는 790조 원으로 다시 3배 이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리퀴드 소비가 한번 트렌드가 되었다고 해서 이 역시 영원할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과거 디지털 흐름에서 또다시 색다름을 찾기 위해 아날로그 흐름으로 변화되었듯이, 지금의 리퀴드 소비가 언제 다시 솔리드 소비로 변화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 경영은 역시 이런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리퀴드’하게 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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