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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어느새 사라지는 것들...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새 사라지는 것들...
  • 종합시사매거진
  • 승인 2024.03.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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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쌀 나무에서 쌀이 열리는 줄 안다”라는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다. 도시 아이들이 논에서 벼가 자라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쌀이 나무에서 열린다고 해도 그냥 믿는다는 이야기였다. 웃지 못 할 현실이었지만, 도시와 농촌의 간극이 심화되는 과정의 일부였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 요즘 미래세대 아이들은 농촌의 현실에 대해 더더욱 알지 못한다. 먹방에 진심이고, 트랜드 요리에 관심이 늘고 있지만, 음식 재료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어, 결국 우리 식탁 위에 오르게 되는지 결과물에 포커스가 맞춰 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재료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 독일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책 <농부들의 죽음(Bauernsterben)>은 세계화되고 기업화된 농업이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조건을 파괴하며 경고하는 내용이다. 자급자족과 지역경제 순환, 그리고 지속가능한 환경의 ‘파수꾼’ 이자 ‘실핏줄’ 역할을 했던 농부들이 하나 둘씩 농촌을 떠나면서 지금 전 세계 들판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순간, 당신은 수저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지구 생태계 파괴와 환경 위기의 주범으로 전락한 대규모 농업의 현실에 대해 비판한다.

작가는 ‘기업농 주도의 파괴적인 농업 환경에 반대하는 호소문’이라고 소개하며,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기업농이 등장하고 난 뒤,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농부들이 사라져가고 있고, 조만간 모두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사라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심각하고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이는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와도 같은 맥락이다.

농부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 가장 고귀한 직업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농업에도 기업화와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적 기업 주도로 대량의 농산물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생산· 유통하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농부들의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처해있다. 세계적 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철저히 분리하면서 가격을 올리고 자기들의 잇속만 채우고 있는 자본의 역습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음의 결과다.

1954년생인 책의 저자 바르톨로메우스 그릴은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의 전통에 따라 부모님이 운영하는 시골 마을 농장에서 태어나 자랐다. 40여 년 동안 ‘슈피겔’과 ‘디차이트’ 등 독일 유력 언론의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생활한 그는 농업 현장이 그동안 어떻게 극적으로 변화하는지 지켜봐 왔다.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녹색 혁명’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품종 개량과 대규모 재배야말로 지구를 병들게 하는 가장 파괴적인 힘이다. 산업형 농업이 우리 경제·환경·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어떤 것인지, 무분별한 농지 개발, 생물 다양성 파괴, 단작에 의한 토양 훼손 등 제한된 생물학적 자원과 천연자원을 착취하는 지금의 대규모 산업 방식은 순환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필자 또한 작가의 호소문에 적극 공감한다.

최근 WEF(세계경제포럼), '글로벌 리스크' 연례 조사 보고서에서 세계 전문가들이 꼽은 10년 글로벌 재앙 위험 1위에 '기후위기'를 꼽았다. 농업생산성 감소로 인해 글로벌 무역동맹 바꿀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기상 이변'이 세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 시스템의 심각한 변화(2위), 생물 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파괴(3위), 천연자원 부족(4위), 오염(10위) 등 환경 관련 위험은 10대 장기 리스크 중 5개를 차지했다.

이 보고서는 기상이변이 농업 생산성을 감소시킬 수 있고, 자원 감소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켜, 농업 생산성과 물 가용성 등 글로벌 무역 패턴과 동맹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 손실과 피해 의제 및 기후 관련 현지를 대상으로 한 소송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경제적 피해, 농업적 손실, 산성으로 인한 문제 비, 공기 질 변화, 전염병 확산 등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과 국경을 넘는 갈등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농업 혁명의 '그림자'…

농부들이 떠나며 함께 사라진 것들...

과거 전통적인 농업 방식으로 생산되어 먹던 음식과 지금 대규모 산업형 농업에 의해 생산되고 먹는 있는 음식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때문에 인류는 병들고 아파한다.” 강박적으로 맛에 탐닉하는 요즘 시대에 진지하게 고민해 볼 만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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