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자신의 지지자를 위한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번 경선에서 급격하게 지지세를 모은 홍준표 의원은 ‘청년의 꿈(theyouthdream.com)’이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본인이 직접 댓글을 달아주기도 한다. 개설 사흘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할 정도로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홍 의원은 ‘청년들의 고뇌를 함께 하겠다’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러한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또 다른 목표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그는 국민의힘 선대위 참여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으며 심지어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홍준표 후보의 다음 정치 행보를 한발 앞서서 내다본다.
개설 사흘 만에 1,000만 뷰 돌파
홍준표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후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겠다”라고 밝히면서 선거판을 떠났다. 대체로 이렇게 경선이 끝나게 되면 나머지 후보들이 다시 정식 후보를 위해 ‘원팀’을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주당 역시 많은 내홍이 있었지만, 결국은 봉합이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홍 의원을 다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는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을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 말만 보면 그가 윤석열 후보의 대권가도에 밀알이 되겠다는 말로 들릴 수 있지만, ‘백의종군’이라는 말 자체가 아무런 감투도 쓰고 싶지 않고 참여하지도 않겠다는 또 다른 의미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물러선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를 향해 쓴소리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불행해진다’, ‘정치 26년 동안 여섯 번째 겪는 대선이지만 이번처럼 막장 드라마 같은 대선을 처음 겪는다’라고 저격했다. 특히 홍 의원은 ‘선대위에 참석하라는 요구는 횡포다’라며 절대로 참여하지 않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홍준표 의원은 더이상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으며, 향후 만남이 계획되어 있지도 않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홍 의원이 지난 11월 14일 만든 ‘청년의 꿈’은 급격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청년의 꿈은 다음과 같은 모토를 가지고 있다.
“갈 곳 없이 방황하는 청년들은 모두 모이자. 힘들고 어려운 청년들은 이곳에서 모이자. 꿈과 희망을 잃은 청년들은 이곳에 모이자. 우리가 힘을 합치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
지난 11월 17일 이미 1,000만 뷰를 돌파한 ‘청년의 꿈’은 한마디로 젊은 세대를 위한 놀이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요 메뉴는 모두 정치에 관한 것이기는 하다. 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한다는 ‘청문홍답(靑問洪答)’, 홍준표가 묻고 청년이 답한다는 ‘홍문청답(洪問靑答)’을 주요 메뉴로 하고 있으며 칼럼, 투표, 토론방 등이 있다. 이외에도 ‘동아리 게시판’, ‘유머/짤방’, ‘자유게시판’ 등 재밋거리가 있는 메뉴도 있다. 홍준표 의원이 직접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게시물의 경우 적게는 1천 200회에서 많게는 1만 4천 회가량 조회가 된다.
홍 후보의 미래 행보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는 바로 ‘청년의 꿈’에서 나온 질문과 대답에 있다. 한 청년이 ‘경선이 마지막이라고 하지 않았냐’라고 묻자 홍 후보는 ‘내가 공식 후보가 될 것 같아서 했던 말’이라고 했다. 결국 자신이 공식 후보가 되지 않았으니 2027년의 대선에 또다시 나오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또한 홍 의원은 또 다른 글인 ‘미국 바이든도 나이 80에 대통령을 하는데, 홍 의원도 대선을 또 할 수 있다’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댓글을 달면서 자신의 대선 출마를 암묵적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27년 홍 의원의 나이는 73세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비하면 무려 7살이나 젊다.
홍 의원 ‘마이웨이’에 애타는 국민의힘
‘청년의 꿈’이 지금과 같은 기세로 향후 5년을 활동하게 되면 그 정치적 입지와 파워는 대단해진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가 그 실질적 운영자가 홍 의원이니까 그는 상당한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번 대통령 선거는 물론, 다음 대통령 선거 역시 2030세대가 선거 결과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홍 의원은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가슴에 품고 경선과 대선에 임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서 국민의힘은 상당히 눈치가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당 대표는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이렇게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경선에서 치열하게 다퉜기 때문에 휴식의 기간이 필요하고, 마음을 추스르는 기간이 필요하기에 많은 사람이 양해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까지 그런 표현(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을 지속하시면 좀 곤란하다.”
또 이 대표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도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홍준표 대표의 그러한 입장이 너무 길어지게 되면, 결국 홍 대표도 보수 진영에서 보수층 지지자를 기반으로 정치하는 분인데 그걸 좀 상실할 우려는 있어 보인다. 홍 대표가 누구보다 그런 것 캐치가 빠른 만큼, 적절한 선을 찾지 않을까 싶다.”
겉으로는 ‘당연히 대선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점잖은 말이지만, 속으로는 ‘더이상 그런 행보 보이지 말고 빨리 당에 합류에 원팀을 도우라’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하지만 홍 의원은 대선 가도에 전혀 참석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당에 피해를 주는 자세를 취하지도 않는다. 일부 지지자들이 게시판에 ‘이준석 대표를 내쳐야 한다’라고 글을 올리지만, 홍 의원은 ‘이준석 내치면 대선은 집니다’라는 짧은 말로 심경을 표현했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이준석 대표를 지키고 당을 올곧게 세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준석 당 대표는 영특하고 사리 분명한 청년’이라고 치켜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그는(이준석 대표) 유승민 후보도 못 해본 당 대표를 하고 있다. 청출어람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이 보고 있다. 당 대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진중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홍 의원은 분명한 ‘정치세력화’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 향후 ‘청년의 꿈’을 본격적인 조직으로 발전시킬 야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온라인 공간에서만 청년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홍 의원은 “메시아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그들(청년)과 함께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홍준표 의원의 이러한 행보를 ‘리스크’로 설정하고 있다. 향후 같은 당의 홍준표 의원의 말 한마디가 청년층에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마치 폭탄을 끌어안고 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의원 역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를 해야 한다는 신념만큼은 확실하다. 따라서 스스로 당에 치명적인 돌발변수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계속해서 변방에서 쓴소리를 이어간다면 윤석열 후보의 대선 행보에 계속해서 ‘상처’가 생기는 일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