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부처님을 모시는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봉사는 부처님을 모시는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 정하연
  • 승인 2019.10.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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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한국불교세종보림사 영담보살
현대의 분주하고 복잡한 일상을 살아내다 보면 혼자 감당하기 힘든 팍팍한 마음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자신을 들여다보며 위축감이 들 때 주변의 누군가에 의해 다시 힘을 내는 순간이 있다. 나를 넘어 이웃을 돌보는 이들의 미담이 마음속에 스며들어 삶에 새로운 기운을 준다. 세종시에 있는 사찰 ‘보림사’의 영담보살이 그런 사람이다.
 
세종 보림사의 석탑과 건물들 (사진촬영=이가영 기자)
세종 보림사의 석탑과 건물들 (사진촬영=이가영 기자)
 
불교 귀의 40년, 보살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다
보림사는 드물게 조계종 산하의 독립 재단법인 사찰이다. 약 30년 전 농사도 되지 않는 척박한 돌산 위에 천막을 짓고 시작했다. 보산무변 큰 스님, 영담보살 그리고 신심 두터운 30여 명의 불자들이 사찰을 꾸려간다. 등록 신도 2,000여 명 중 7~800명은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다. 그런데 사찰의 신도수보다 사찰 밖 더 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돌보는 이가 영담보살이다. 보살은 매주 100인분 이상의 식사를 준비한다. 이 식사는 세종시에 기거하는 독건노인, 장애인 등 약자 계층에 제공된다. 중생을 구제하는 활동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알기 때문이다.
“신도수가 그렇게 많은 사찰은 아니어서 매주 많은 양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신도들이 십시일반 시주를 잘해 주십니다. 초기에는 그냥 밑반찬 나누기로 시작했는데 규모가 커져 보림사봉사단은 물론 구·신도심의 여러 기관들이 합세해 연중 참여하고 있습니다.”
 
재단법인 한국불교세종보림사 영담보살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촬영=이가영 기자)
재단법인 한국불교세종보림사 영담보살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촬영=이가영 기자)
 
세종시의 여러 동과 경로당에 매주 1회 국과 밑반찬 3가지를 나르는데 식단도 배달하는 곳을 고려해 섬세하게 짠다. 경로당에는 어르신들의 계절 입맛을 위해 콩국수나 팥죽 등을 만들고, 배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밥도 같이 먹으며 정담을 나누는 정서 돌봄도 한다. 이런 영담보살에게 주변에서 ‘세종시의 잔 다르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영담보살의 봉사 범위는 소외 계층뿐만 아니라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대상에는 언제나 가 닿는다. 10여 년 전 몹시 추웠던 어느 겨울날 길을 가다 삭풍을 헤치며 교통정리를 하는 의경을 보고 추위나 헤치라고 팥죽을 끓여준 적이 있다. 이후 매년 두 번씩 세종경찰서에 근무하는 의경들 200여 명에게 삼계탕, 콩국수, 떡 등을 만들어준다. 간식 라면에 곁들이라고 김치도 담가다 준다. 화학조미료 없이 보림사에서 만든 간장, 된장 등이 영담보살의 음식보시에 맛을 내준다. 
 
정성을 담아 팥죽을 쑤는 모습 (사진=세종보림사)
정성을 담아 팥죽을 쑤는 모습 (사진=세종보림사)
 
운명처럼 자연스럽거나 혹은 돈오 같은 불심의 행로
영담보살은 14살부터 사찰에서 기거하기 시작해 40년 가까이 불심을 이어왔다. 
“저희 부모님의 불심이 무척 돈독하셨어요. 그래서 자녀인 저도 사찰에서 지내길 원하셨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사찰에 들어와 일상생활을 하고 학교도 사찰에서 다녔어요. 마치 정해진 운명인 것 같아요.”
 
영담보살이 보림사에서 흔들림 없이 불심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의 하나는 보산무변 큰스님에 대한 의지가 크다. 큰스님 역시 10대 때부터 입산해 70세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불도 정진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판소리에 매료됐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고 좌절감을 치유하고자 수덕사를 찾았다어요. 그런데 수덕사에서 첫 새벽에 들은 염불소리는 황홀경이었습니다. 판소리를 젖힌거죠. 천상의 소리처럼 여겨졌어요. 그때부터 부처님의 뜻을 걷고 있습니다.”
 
보산무변 큰스님과 영담보살이 길을 걷고있다. (사진=세종보림사)
보산무변 큰스님과 영담보살이 길을 걷고있다. (사진=세종보림사)
 
보산무변 큰스님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주함을 손수 열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불교 세상에도 명예와 권세가 있으련만 무욕과 담백함만이 큰스님의 불도를 밝힌다고 영담보살이 귀뜸한다.
영담보살은 보림사가 ‘공동체의 사찰’이 됐으면 한다. 방정숙 봉사단장, 황숙희 정토회 회장 등의 신도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다. 
“보림사의 문은 종교, 연령, 직업, 소득을 개의치 않습니다. 오셔서 함께 식사도 하고 이웃을 나누는 열린 공간입니다.”
영담보살의 불심 선행은 중앙정부에도 알려져 국무총리상과 대통령 표창장을 받았다. 영담보살은 쑥스러워하지만 이렇게라도 우리가 치하하는 것이 좋은 인과응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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