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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피우는 사람, 박용주 대표의 ‘바라커피꽃차’
꽃을 피우는 사람, 박용주 대표의 ‘바라커피꽃차’
  • 유미라
  • 승인 2017.11.08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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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꽃차 강의만 하려고 했어요. 근데 집세가 너무 비싸서 수강생들이 시간이 안 맞으면 기다리니까. 그 참에 차렸죠. 강남에도 차 테라피 나왔지만 사실은 제가 파주에서 처음 했거든요. 오래 됐죠. 그래서 제가 딱 보면 건강하게 보이잖아요.”

 

분홍색 자켓 가디건을 입고 스카프를 두른 채 재잘거리듯 말하는 박용주 대표의 모습은 해사한 표정의 소녀 같다. 그런데 그 말의 의미가 깊고 해박하다. 꼭 꽃차를 닮았다. 동그랗게 말라 몸을 웅크린 꽃들이 찻잔 속에서 풀어지며 향이 퍼지는 것처럼 말이 깊고 은은하다.

 

만물에는 이치가 있다. 바람에 길이 있듯이 파도에 길이 있듯이 자연에는 길이 있다. 자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가는 길을 간다. 오장육부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건강이 찾아온다. 하지만 한쪽의 기가 상해 약해지면 다른 쪽도 균형을 잃는다. 길과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 안에 만병통치는 없다. 모든 것이 상생상극 한다.

 

박용주 대표가 생각하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다. 그에게 꽃은 그저 꽃이 아니다. 자연이 꽃이고 꽃이 자연이다. 그래서 꽃잎을 손수 따서 말리고 다듬고 덖고 우려낼 때 그는 자연에게 하듯 그렇게 한다. 다도 속에서 자연이 다시 피어난다. 제 색을 그대로 갖고 있는 꽃들이 하나하나 꽃잎을 피울 때 세상도 다시 피어난다. 꽃차가 우리 몸을 보할 수 있는 이유다.

 

 

한방과 꽃차가 약차로 피어나다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bara coffee 꽃차’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쪽 진열대를 가득 채운 각양각색의 꽃잎들과 찻잎들이다. 투명한 유리병 속에 담겨 다시 피어날 때를 기다리는 꽃잎들이 벽돌 구멍 같은 공간에 줄을 지어 늘어서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유자 속에 약초를 넣고 덖은 블랙 스톤은 발효돼 석탄처럼 까맣다. 열매를 함께 말려 네모난 모양으로 만든 찻거리도 신기하다. 한방 약재가 있는 것은 15년 간 한방을 배운 박용주 대표가 테라피를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방을 공부하던 그가 꽃차를 알게 된 것은 박미정 교수 때문이다. 꽃차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박미정 교수가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수강생을 모집했고 지인이었던 그가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때의 인연이 4년 간 지속됐다. 그동안 박용주 대표는 한방과 함께 꽃차를 익혀 응용했다.

 

“막 약방 가서 감기약 주세요. 이러면 똑같이 서랍 열어서 감기약 주잖아요. 근데 우리는 아는 거죠. 이 사람 감기 걸린 게 다르고 저 사람 감기 걸린 게 다른 거예요. 두통이나 코감기도 같이 걸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에 맞게 만들어 주는 차가 한방차에요.”

 

한방을 이용한 꽃차를 사람들의 몸의 기운을 북돋워줄 수 있는 약차로 거듭났다. 그래서 그는 차를 만들 때 약성을 생각한다. 약성은 균형에서 생겨나고 균형은 각각의 성질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에 달렸다. 약은 모두에게 약이 아니고. 독이 모두에게 독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약은 독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약이 된다. 중요한 것은 오행의 조화다. 박 대표가 박 교수를 통해 약차를 알게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꽃차로 도움을 주는 것도 하나의 조화가 아니었을까.

 


 

사람도 피어난다

 

한방에 상생상극이 있다면 사람에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피어나게 한다. 한국꽃차협회는 박미정 교수를 중심으로 꽃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모두 자발적으로 꽃차를 배우고 카페를 차려 제각각의 방식으로 주변에 전하고 있다. 이들 모임의 사람들은 선후가 없고 우열이 없다. 꽃이 다른 꽃보다 더 꽃일 수 없듯이 이들 역시 그렇다. 다만 꽃차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봄을 나누길 원한다.

 

마침 한 무리의 수강생들과 손님들이 연이어 들어온다. 수강생들은 담소를 나누고 손님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마실 꽃차를 스스로 골라 우려냈다. 박대표가 직접 그들의 혈색을 보고 기운을 보할 그날의 차를 추천한 덕에 단골이 많이 생겼다. 맑고 밝은 그들의 모습이 모두 박 대표를 닮았다. 서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만물이 동일하다. 박 대표가 하는 일은 차를 파는 일이 아니라 찻잔에 꽃을 피우는 일이다. 그 바람에 사람도 피어났다.

 

(장단콩 두부 김치말이로 제9회 파주장단콩요리 전국경연대회에서 입상) 

 

모두에게 봄을

 

“매스컴에 나올 때마다 유행성으로 하는 건 좋지 않죠. 왜냐면 사람이 다 달라서 먹어야 하는 게 다른데 우엉차 좋다 그래서 다 먹으면 다 살 빠졌게요. ‘선생님은 이래서 이런 차를 마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렇게 돼야 해요. 의사들도 자기 몸 다 몰라요. 그래서 이제 양방치유가 아니라 자연치유, 대체의학 쪽이 맞아요. 우리 몸을 스스로 케어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예요.”

 

박 대표의 꿈은 소박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기전의 흐름’이란 책을 ‘예쁘게’ 지을 계획이다. 책의 가이드를 받아 많은 사람들이 꽃을 쉽게 접하고 좋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꽃차를 알게 되고 다시 박 대표를 찾을 것이다. 박 대표에게 배우고 박 대표에게 물을 것이다. 그렇게 또 인연이 시작된다. 상생이다. 어쩌면 그의 꿈은 소박하지 않다. 이렇게 차츰 차츰 우리나라 전국을 꽃차로 피울 작정인가보다. 박 대표의 열정이 뜨거운 물속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꽃차를 떠올리게 한다. 그 꿈이 피어나길 함께 바라게 되었다. 누구나 꽃차를 마시면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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