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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al] ‘나를 찾아 떠나는 유라시아 대평원’ - 그리스아테네와 에게해편 함영덕 작가
[Serial] ‘나를 찾아 떠나는 유라시아 대평원’ - 그리스아테네와 에게해편 함영덕 작가
  • 편집부
  • 승인 2017.10.0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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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시간 아테네 행 버스여행

 

저녁 식사 후 이틀 동안의 식사와 방값을 계산해 보니 생각보다 매우 저렴했다. 친절한 서비스에 비해 저렴한 물가와 아름다운 경관으로 상큼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카파도키아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짐을 꾸린 후 이스탄불 행 버스에 올랐다. 하루 종일 걷다 차에 앉으니 편안했다.  

 

금강산과 설악산의 단단한 화강암 바위가 수천만 년의 풍화침식 작용으로 수많은 절리와 화려한 형상의 암석군락으로 살아남아 천상의 꽃밭을 이루었다면, 카파도키아는 용암 퇴적층의 풍화침식 작용으로 약한 지층이 계곡으로 씻겨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경관이다. 그 중 일부 단단한 지층은 살아남아 거대한 남근석이나 송이버섯, 삿갓바위, 굴뚝모양의 특이한 경관을 형성하여 신비하고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중국 장가계는 하천의 물이 오랜 시간 흐르면서 계곡을 형성하고 풍화침식 작용으로 살아남은 거대한 돌기둥들이 웅장한 모습으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날카롭고 거친 암벽 기둥들이 장쾌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설악산의 일부분을 많이 닮은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쿤밍의 석림은 칼날모양의 수십 미터의 검은 돌기둥이 하늘을 찌를 듯이 군집해 있는데 사람들이 그 사이로 유람할 수 있어 친근감을 준다. 그러나 어느 지역의 경관이 더 낫고 우월하다는 평가는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모든 경관은 나름대로의 특징과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산의 비로봉이나 설악산 공룡능선은 자연이 빚은 화려함의 극치라면 카파도키아의 로즈벨리는 세상 밖의 별세계에서 빚어낸 신비로움의 극치다. 카파도키아는 한국이나 중국 산수에서 느낄 수 없는 환상적이고 색다른 신비감을 간직하고 있다.  

 

높은 산언덕 너머로 해와 달이 함께 떠 있는 장면은 생애 처음 보는 광경이다. 옆에 앉은 다니엘에게 창밖을 보라고 손짓했다. 행운의 여신께서 축복 해주는 것 같다. 에게해와 백사장이 언듯언듯 보이다 사라진다. 마치 아름다운 동해안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몇 척의 배가 석양을 탐닉하고 있다. 뒷 자석에 앉은 눈이 큰 소냐 아가씨가 지명에 대해 많이 가르쳐 주었다. 어둠이 노을진 숲과 수목들 사이로 스며들자 도시의 불빛이 넓게 퍼진 데샤로우키에서 소냐는 손을 흔들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새벽 5시 20분 아테네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이틀 밤을 보냈다. 중국의 우루무치에서 카자흐스탄 알마티까지 철도로, 카파도키아에서 아테네까지 총 33시간 버스로, 각각 철도와 버스를 타고 이동한 가장 긴 여행시간이 되었다. 다니엘과 버스를 타고 오모니아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부근에 내려 한동안 수소문한 끝에 국립극장 부근에 있는 애나벨유스텔을 찾았다.  

 

 

 

 

아테네의 심장 신타그마와 오모니아광장

 

오전 10시 30분경 잠에서 깨었다. 다니엘과 각자 편하게 아테네를 구경하기로 했다. 오모니아광장을 찾았다.신타그마광장이 아테네의 현관이라면 오모니아는 아테네의 통용문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활기가 넘치는 거리다. 이곳에서 제일 먼저 구입한 것은 시가지 관광안내 지도다. 12시경 신타그마광장에 도착했다. 아테네는 생각보다 그리 큰 도시는 아니다. 파르테논신전을 중심으로 지도를 보면서 찾아가면 중요한 유적지를 걸어서 볼 수 있는 거리다. 무명용사의 비 바로 뒤에 국회의사당이 있다. 초대 그리스 국왕인 오토의 왕궁은 건축가 칼토너의 설계로 1842년에 완성되었고 1931년에 개조되어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1834년 이곳에서 최초로 헌법이 선포되었기 때문에 헌법광장 즉 신다그마 광장으로 불리고 있다. 국회의사당은 고풍스럽고 아담한 인상을 준다. 신다그마광장이 아테네의 중심지로 여행자의 출발지로 알려지게 된 것은 아테네에서 그리스 각지까지의 거리는 모두 이 광장을 중심으로 측량되었기 때문이다.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 아테네  

 

기원전 331년에 판 아테네 대축제장으로 지어진 것이 시초이다. 그 당시는 관객석이 없었고 참관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방 경사면에 서서 구경을 했다. 그리스신화는 바로 크로노스언덕에서 제우스가 자신의 아버지인 크로노스와 레슬링을 해서 이긴 것을 기념하여 최초로 이곳에서 신들의 올림픽을 창설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최초의 올림픽에서 태양의 신 아폴론은 권투에서 전쟁과 폭력의 신 아레스를 꺾고 우승했고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답게 달리기에서 우승했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모든 행위는 태초의 신들이나 영웅들이 행한 본보기를 다시 살리는 것이라고 믿었다.

 

기원전 1250년께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인들은 동부지중해를 공격하는 새로운 해양세력의 등장으로 국제 통상로가 위협을 받았고 다른 지역과의 교역도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주석 공급이 끊어지면서 청동기 문화가 황폐화 되었고 북쪽에서 남하하는 철기문명을 가진 도리아족의 침입으로 문명과 질서가 사라지는 암흑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스 각 도시국가들은 좀더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끝없는 전쟁상태가 계속되었다. 300년 동안 지속된 혼란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원전 884년 도시국가 엘리스의 왕 이피토스는 델포이 신전에 가서 끊임없는 전쟁상태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신탁을 한 결과 이피토스 왕과 엘리스시민들은 신들을 위한 올림픽 경기를 인간세계에서 부활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신탁에 따라 이피토스 왕은 스파르타의 현자인 뤼쿠르고스와 이웃 도시 국가 왕인 클레스테니스와 신성평화협정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이 협정이 새겨진 청동원판을 올림피아의 헤라신전 안에 정중하게 모셨다. 고대 올림픽은 승패의 중요성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연마한 기량을 정정 당당하게 겨루어 제우스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승자가 받는 보상은 야생 올리브관 하나였다. 우승자는 조국에 영광을 안겨주었지만 오늘날처럼 국력을 상징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단지 개인의 영광이었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는 전쟁행위나 사형집행이나 고문 같은 폭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엘리스와 올림피아는 신성불가침의 땅으로 어느 누구도 무장한 체 들어갈 수 없었다. 또한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여행하는 모든 사람들을 보호하고 편의를 보아 주어야 했다. 평화협정 기간은 처음에는 한 달이었으나 먼 지방에서 온 선수들의 안전한 귀향을 위해 나중에는 3달까지 연장되었다. 이 협정을 위반하는 나라는 무거운 벌금과 함께 그 도시의 시민들은 올림픽의 참가와 경기관람도 금지되었다. 만약 어떤 국가가 벌금을 물지 않으면 델포이신전은 그 국가에 대해 신탁을 거절하는 무거운 처벌을 내렸다.

 

고대 올림픽의 특이한 사항 중에 하나가 여성들은 종교적 전통에 따라 경기에 참여하거나 참관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토착신 데메테르 카미네를 모시는 여사제가 참관해야만 올림픽 경기가 정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예외적으로 참관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그림이나 벽화를 보면 모든 남성들이 벌거벗고 출전했다. 고대 올림픽 뿐만 아니라 평소에 운동을 할 때도 옷을 벗었다. 전쟁하는 모습에서도 알몸으로 싸우는 장면을 그림으로 볼 수 있다. 2004년에 개최된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은 근대올림픽 원년인 1896년 제1회 대회가 아테네에서 열린 지 108년 만에 다시 올림픽의 발상지에서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눈부신 에게해의 햇살을 받으며 알몸으로 경기장 안에서 달리고 던지고 치고 뒹구는 고대 그리스 젊은이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상상하니 그들의 힘찬 함성조차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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