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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완벽한 도자기를 빚으려는 도공의 장인정신처럼
하나의 완벽한 도자기를 빚으려는 도공의 장인정신처럼
  • 오재호
  • 승인 2017.09.01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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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고객 입맛을 만족할 때까지 연구하는 지평막걸리

 

지평막걸리 김기환 대표

 


도자기를 빚는 도공은 완성된 작품을 수도 없이 깨뜨린다. 좋은 흙으로 완성한 자기는 뜨거운 불을 견디며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도공의 눈에는 부족하다. 1%라도 부족하면 포기하는 도공의 자존심을 우리는 ‘명품’이라 부른다.  

 

막걸리에도 명품이 있다. 수입산 쌀로 대량생산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쓰는 몇몇 업체와 달리, 도공처럼 깐깐히 막걸리 품질을 생각하는 회사가 있다. 우리나라 막걸리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 지평막걸리는 급한 성장 대신 느림의 미학을 택했다. 막걸리 한 병이라도 제대로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먼저 찾는 막걸리의 품질은 어떻게 완성될까. 차근차근 뚜벅뚜벅 자신의 길만 가는 지평막걸리는 전설이 될 채비를 마쳤다. 

 

 

   

지평막걸리의 출중한 기량, 어디에서 나왔나

좋은 막걸리 뒤에는 좋은 기업 경영이념이 있다. 막걸리 시장이 붐을 이뤘던 2009년 지평막걸리의 가업을 이어받은 김기환 대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서 젊은 나이에 지평막걸리를 이끄는 사업가가 됐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국내 주류 시장은 더욱 치열해졌는데 지평막걸리를 수직 성장하며 연평균 30%대의 성장을 지속했고 지난해 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마트 진출,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략 수립 등 호재만 잇따르고 있다. 지평막걸리는 지역 특산물의 강점을 잘 살려 내실을 키우며 규모 있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사실 전국에 수많은 지역에서 자체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지평막걸리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지평막걸리의 차별성은 유명 막걸리조차 따라오지 못한다. 김기환 대표는 “좋은 쌀과 물을 사용하고 시설과 인력에 아낌없이 투자한 것이 지평막걸리의 성장 배경이다. 생산비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수입쌀을 쓰거나 오래된 시설을 쓰지 않는다. 젊은20~30대 세대와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저가의 수입산 쌀은 절대 쓰지 않습니다. 막걸리를 만들기 좋은 쌀은 증미가 잘 되는 쌀 즉 잘 찔 수 있는 쌀입니다. 양평 친환경쌀과 이천쌀 등 전국에서 좋은 쌀을 찾아 공수하고 있습니다. 막걸리의 맛을 좌우하는 물도 특별합니다. 지평막걸리의 시작은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25년 지평주조장이 설립되면서 만들었던 우물에서 나오는 물은 맛이 좋습니다. 막걸리의 핵심인 쌀과 물이 좋아 지평막걸리의 높은 품질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지평막걸리

주류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개편됐다지만 지평막걸리는 10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며 공고히 명성을 지키고 있다. 막걸리업계의 기린아로 불리는 지평막걸리의 마케팅 전략은 젊은 세대를 잡는 신제품 개발이었다. 지난 2015년 국내 최초 저도수 막걸리를 개발해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맛있고 숙취가 없는 막걸리’로 불리고 있다. 지평막걸리가 경쟁상대로 삼은 것은 막걸리 업계가 아니었다. 주류업계 전체의 트렌드였다. 젊은 층과 여성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한 주류 신제품 시장의 성장을 내다본 김 대표의 선견지명이 큰 결실을 맺었다.


“막걸리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지만 잘 하지 못한 부분이 현대화에 발맞추는 것입니다. 지평막걸리는 우리나라 막걸리업계에서 거의 최초로 투자하는 설비가 많습니다. 맛의 차이를 위해서는 현대화 시설을 꼭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기가 많은 막걸리의 맛을 모방하는 것으로 승부를 볼 수 없습니다. 전통의 막걸리 레시피를 현대화 시설에서 생산해 맛과 품질을 지키는 것이 지평막걸리만의 특징입니다.”

 

지평막걸리는 막걸리 회사에서는 드물게 새로운 사업 확장을 고심하고 있다. 지평막걸리를 생산하는 지역인 경기도 양평의 지역경제를 살리는 관광산업에 손을 뻗고 있다. 1925년부터 운영된 지평주조장은 오늘날 지평막걸리 생산 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지평막걸리의 빼어난 가치를 인정해 대한민국 등록문화제 제594호로 지정했다. 숙련된 기술자가 일일이 손으로 빚어 막걸리를 완성하는 과정과 시설의 변천사는 우리 사회가 꼭 보존해야 할 가치를 지닌다. 김 대표는 “지평막걸리를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 육성에 관심이 많다. 지평막걸리와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력한다면 좋은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라며 “20~30대 세대가 선호하는 깔끔한 숙박시설을 완공한다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지평막걸리의 스토리텔링 관광을 통해 지역사회의 수익창출에 기여하고 싶다”라는 소망을 전했다. 


    

 

지평막걸리로 되돌아본 가업 문화

지평막걸리는 세대를 이은 경영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김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막걸리만 바라보고 살았다. 막걸리와 그는 하나의 공동체나 다름없다. 직원들과 일심동체로 일하는 그의 성실함과 끈기가 지평막걸리의 ‘나 홀로 성장세’를 이끈 주역이다.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대표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막걸리 업계를 책임지는 리더’로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몸을 낮췄다. 전 직원이 퇴근한 후에도 남아 막걸리 제조과정을 공부했다.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얼음처럼 차갑던 직원들의 마음은 서서히 풀렸다. 대표를 맡은 지 곧 10년이 되는 그의 머릿속에는 직원 걱정뿐이다. 그는 “직원들의 복지가 많이 개선됐다. 현대화 시설을 갖추면서 근무 환경이 나아졌다. 직원들이 안락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돼 뿌듯하고 기쁘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직원들은 보듬고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경영철학은 환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이익으로 되 돌아왔다. 직원들의 애사심이 지평막걸리 품질을 높여 주면서 매출 상승효과로 돌아왔다. 지평막걸를 유통하는 대리점의 매출은 거침없이 올랐고 전 국민이 애용하는 이마트에서 지평막걸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소원하지만 소비자가 먼저 찾는 브랜드가 아니면 절대 뚫을 수 없는 것이 대형마트 납품이다. 김 대표는 “몇 년 새 마케팅 분야의 실력파를 임원진으로 영입한 것이 성장 원동력이 됐다”라며 “직원들의 노고로 회사가 성장하게 됐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잊지 않았다.


지평막걸리는 폭발적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제2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 등 해외시장 진출의 첫발도 뗐다. 보통 해외에서 거주하는 한인을 대상으로 수출하지만 지평막걸리는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지평막걸리는 건전한 노선을 추구하며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잘못된 이익을 탐하지 않고 오로지 소비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과감한 추진력이 지평막걸리의 장밋빛 미래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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