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명물은 음식이다. 음식점의 매력은 음식인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요소로 발길을 끄는 곳이 있다.
홍대 B&B 바는 1995년에 종로에 오픈한 조용하고 클래식한 바이다. 그곳에서 19년 동안 운영하다가 2년 전 홍대로 옮겨왔다. 인테리어는 과거보다 모던해졌고 접근성도 좋아졌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49세에 칵테일의 맛에 빠져 결국 바를 차린 김성재 사장이다. 이곳의 명물은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다. 오랜 시간 수많은 손님들에게 칵테일을 추천해준 사장의 연륜이 이곳을 맛집으로 만들었다.
바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손님들을 반겨준다. 바텐더에게 술을 권하는 진상 손님도 없고 은근히 매상을 올리려고 술을 권하는 바텐더도 없다. 바테이블에 앉아 있는 조용한 연인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받으면 120개 종류의 칵테일에 입이 벌어진다. 고개를 떨구고 연구할 필요는 없다. 홍대 B&B에서는 사장이 직접 추천을 해준다. 단 “사장님 추천 받을게요.” 하고 말 할 것.
잠시 후면 김창환을 닮은 학구적 인상의 김성재 사장이 손에 메모와 펜을 들고 직접 테이블로 와서 질문을 시작한다. “어떤 칵테일 좋아하세요?”, “특별히 좋아하는 재료 있으신가요?” 물어보는 질문에 답을 하다보면 어느새 단 하나의 정답을 추천해준다. 취향대로 맛을 조절할 수도 있다. 달기도 도수도 조절 가능하다. 추천해준 칵테일을 시켜 맛을 보면 자신의 취향과 완벽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71세가 되는 김성재 사장은 외국을 자주 오가는 일을 하다가 49세에 칵테일의 매력에 빠져 뒤늦게 술맛을 봤다. 하지만 나이를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젠틀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갖고 있다.
B&B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엔 지루하고 심심할 것만 같은 조용한 바 이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 칵테일을 마시기 시작하면 완벽한 자신의 취향을 찾았다는 만족감에 그야말로 자신에 꼭 맞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