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정신’ 지키기, 로타리 변화의 시작
지난 달 7월 1일 구리시청 대강당에서 국제로타리3600지구 제21대 김종국 총재, 제22대 윤희옥 총재의 이·취 임식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로타리 회원을 비롯해 민경자 구리시의회 의장, 백경현 구리시장, 박창식 전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국제로타리3600지구는 93개 RC(로타리클럽) 3611명의 회원(2017.2 기 준)이 활동하고 있으며 기부 누적금액만 200억 원을 넘어섰다. 한국로타리 총재가 되기 위해서는 차차차기부 터 내정돼 3년간 총재 수업을 쌓는다. 윤희옥 제22대 신임총재는 이날 취임사에서 로타리 정체성 확립과 회 원 간 신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도덕성 회복과 아울러 상호 간 존중·배려가 기본이 돼야 이를 바탕으 로 진정한 봉사를 이뤄낼 수 있다"며 ”회원들의 진정한 봉사가 실천되도록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을 만 들겠다”고 밝혔다. 윤 신임총재는 남양주 진접새마을금고 부이사장으로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을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경대학원 AMP를 수료했다. 1995년 11월 구리화랑로타리클럽 초대회장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 르기까지 20여 년을 한국로타리와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해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총재공로상, 특별공로 패, 구리시장상, 국회의원상 등을 수상했다.
정체성 확립과 신뢰회복... 초심으로 돌아가야
외현 윤희옥 신임총재는 지난 달 18일 경기 구리시 국 제로타리3600지구 총재실에서 가진 취임 인터뷰에서 짧은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과제가 무엇 인지를 묻자 이같이 밝혔다. ‘나’를 변하지 않고는 로타 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회원 모두 가 타성에서 벗어나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서 는 진정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 고 있다. 우연치 않게 올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 린 2017-18 RI(국제로타리) 국제협의회에서도 이언 H. S. 라이즐리 신임회장이 캐치프레이즈로 ‘로타리, 변화 를 만들자’를 내세웠다. 지구환경보전과 로타리 미래를 위한 변화였지만 그와 결이 다르진 않다. 국제로타리란 1905년 황폐해진 미국 사회의 상황을 염려한 청년 변호 사 폴 해리스와 세 명의 첫 모임으로 시작된 112년 역사 의 국제적인 봉사단체다. 현재 200개국, 120만 명의 자 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한국로타리는 1927년 경성RC가 RI 가입 승인을 얻은 것이 시초였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 것은 해방 직후인 1949년부터다. 1960 년 RI 이사회가 우리나라의 독립된 지구 설립을 결의해 1961년 11클럽 375지구가 탄생했다. 1973년에는 940억 원을 출연해 로타리장학문화재단이 설립됐다. 2010년 까지 장학금 577억 원으로 대학생 3만2587명이 혜택을 입었고 매년 70억 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 다. 한국로타리 회원수 세계 4위, 재단기여도 세계 5위 로 부상하면서 2008-2009년에는 한국인 최초 이동건 RI 회장을 배출하기도 했다.
외현 윤희옥 총재는 젊은 시절부터 JC(한국청년회의소) 활동을 펼쳐왔다. 대부분이 그렇듯 자연스럽게 RC로 넘어갔다. 1995년 당시 뜻을 같이한 JC 멤버 38명이 구 리화랑로타리를 창설해 초대회장을 맡았다. 이때 구리 화랑로타리는 전 세계 최연소 RC로 이름을 올렸다. 윤 총재의 말을 빌리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눈 감고 태어 난 봉사였다. 그래서 눈뜨고도 봉사를 한다. 죽을 때도 눈 감고 죽으니 봉사다.” 우스갯소리지만 비유가 적절 하다. 그의 봉사와 나눔 정신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 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계한 아버지 윤복성 옹은 황 해도 연백 출신으로 양주에서는 잘 알려진 명망가다. 양 주의사협회 회장을 지냈고 양주가 두 개로 쪼개질 때도 남양주라고 직접 명명했을 정도다. 특히 의료를 통한 봉 사로 일생을 살았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참 그때 아 버지는 대단하셨습니다. 본업 제쳐놓고 주민들을 위해 전기를 끌어오고 왕진가방 하나 달랑 들고서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시는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진료 후 에는 돈이 없어 짠 기름을 갖고 오고 추수가 끝나면 쌀 을 가져다주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영향으로 JC 시절부터 회원모임 참석보다는 뜻 맞은 이들끼리 치약 하나라도 더 사서 나눠주려고 돌아다니니 처음엔 ‘아버 지 잘 만나서 우리를 무시한다’는 웃지 못할 소리도 들 었습니다(웃음). 또 한 분 꼽는다면 처이모부인 부산 김 경재 로타리 총재입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제가 총재 가 되는 것을 꼭 보고 싶어 하셨는데 못 보고 2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이분들을 보고 자라온 저로서는 ‘참다 운 봉사’란 주위를 의식하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와 실천하는 것입니다. 또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하고 정도(올바른 길)를 걸으면 어 떠한 일을 겪더라도 부끄럽지 않다고 배웠습니다. 지금 도 이 소신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오래 걷다가 잠시 쉬고 다시 걸으면 더 힘든 것처럼 봉사도 중단하면 다 시 시작하기 힘들어집니다. 봉사는 새벽이슬 먹듯 조심 히 해야 합니다.”
총재의 역할과 해야 할 일, 그리고 남겨진 일
그는 총재의 역할에 대해 ‘섬기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 한다. 총재는 지역대표를 섬기고 지역대표는 클럽회장 을 섬기고 클럽회장은 회원을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회 장들이 외롭고 힘들 때는 어깨를 내주고, 비가 올 때는 우산이 돼주는 것이 가장 좋은 총재다고도 했다. 그래 서 윤 총재는 회장들이 호출하면 한밤에도 기꺼이 포장 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국제로타리3600지구가 섬 기는 자세로 다양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해 더 품격 있고 멋진 로타리를 만들어 수백 년 뒤에도 국제로타리3600지구라는 이름이 읽혀졌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로타리의 장(우두머리)이라는 자리는 회원들의 심부름을 하는 자리입니다. 저야 생이 마감돼 다시 눈 감고 돌아가겠지만 로타리 112년 역사는 영원 히 이어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나를 버리고 ‘초아의 봉 사’를 해온 우리 지구 회원님들을 위해서라도 정체성을 확립하고 존중과 배려가 넘쳐나는 3600지구를 만들기 위해 꼭 초석을 마련하겠습니다.” 9월에는 그가 기획하 고 준비한 큰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로타리가족 종합 체전’이 양평에서 펼쳐진다. 로타리 역사의 한 획을 긋 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지역 단위로 진행했지만 이렇게 대규모 행사로는 한국로 타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양평군청에서도 적극 돕 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군 입장에서도 양평을 전국적으 로 홍보할 수 있어 좋아하는 기색이다. 끝으로 덧붙일 말을 묻자 그는 이기철 시인의 ‘사람이 있어 세상은 아 름답다’를 대답 대신 읊어줬다.
달걀이 아직 따뜻할 동안만이라도 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사는 세상엔 때로 살구꽃 같은 만남도 있고 단풍잎 같은 이별도 있다
지붕이 기다린 만큼 너는 기다려 보았느냐
사람 하나 죽으면 하늘에 별 하나 더 뜬다고 믿는 사람들의 동네에
나는 새로 사온 호미로 박꽃 한 포기 심겠다
사람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내 아는 사람이여
햇볕이 데워놓은 이 세상에
하루만이라도 더 아름답게 머물다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