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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촌, 마을붕괴가 걱정이 된다
우리 농촌, 마을붕괴가 걱정이 된다
  • 아세위
  • 승인 2017.06.15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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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준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우리 농촌, 마을붕괴가 걱정이 된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할머니, 부모님, 그리고 우리 7남매까지 10명의 식구가 북적거리며 살았다. 그러다가 내가 중학교 진학을 위해 가장 먼저 집을 떠났고, 그 후 학업을 위해 동생들이 뒤를 이어 고향을 떠났다. 할머니와 아버지마저 저 세상으로 가시면서 지금은 90세가 넘으신 어머니만이 집을 지키고 있다.

 

어머니 혼자 살게 되면서 나는 주말이면 늘 고향 집에 가곤 하는데, 되돌아올 때면 어머니는 항상 마을 어귀까지 나와 배웅을 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 지팡이에 의존해서도, 세월이 더 흘러 간단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작은 박스가 있는 네 바퀴 달린 밀차에 몸을 의지해서도 어머니의 전송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사각의 기둥 틀에 몸을 완전히 의지해야만 조금씩 이동할 수 있는 지금은 밖으로 나오는 대신 방문을 열고, ‘방안 전송’을 한다. “차 조심 해라” 하면서 나를 보내고 마을회관으로 가시던 어머니는 이젠, 방안에서 아쉽고 고독한 표정으로 떠나가는 자식의 뒷모습만을 바라본다. 어머니의 표정 속엔 매일 잠깐 다녀가는 도우미 이외는 텔레비전만이 벗이 되는 외로움이 담겨 있는 듯하다.

 

또 옆집과 뒷집에서 반 백년을 함께 살던 친척 어른들마저 저 세상으로 가시고, 이제는 옛날 기억을 공유할 사람조차 없는 쓸쓸한 심정이 서려 있는 듯도 하다. 사람들로 붐비던 마을회관의 남자 방은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고, 여자방도 몇몇 할머니들만이 소일꺼리없이 소일하고 있는 적막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어머니는 한사코 자식들이 사는 도시보다 자유스러워 좋다고 한다. 어쩌면 어머니는 할머니와 아버지가 임종하셨던 그 방을 마지막까지 지키려고, 홀밥, 홀잠, 홀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머니는 하루 종일 방안에서 이제는 얼굴마저 가물가물할 당신의 친정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자식들을 키우던 시절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은 우리 집만의 풍경은 아니고, 모든 농촌마을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나는 이러한 우리 어머니가 단군 이래 가장 외로운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어머니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독하게 고생은 했었지만, 농경사회라는 특성 때문에 혼자만의 고독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세대의 어머니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서 억척스럽게 고생을 했는데도, 지금은 혼자만의 외로운 삶을 살고 있다.

 

 

 

 

농촌마을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있고, 빈집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일본 나가노대학 오노코우 교수의 말처럼 ‘한계 취락’에 직면 할지도 모른다. ‘한계 취락’은 취락인구의 5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면 마을이 존속하기 어렵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2018년 인구절벽이 온다’의 저자 해리텐트는 한국은 고령화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는 나라가 될 것인데, 아직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006년 일본 ‘과소지역자립촉진 특별조치법’이 규정한 시정촌(市町村 )중에서 10년 이내에 소멸할 것으로 예측되었던 마을 가운데 실제로 소멸한 곳은 15%에 불과했다. 반면 오랫동안 존속할 것이라고 예측한 마을 중에서는 상당수가 소멸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각 마을이 똑같이 닥친 문제점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대책을 수립했는가에 따라서 갈렸기 때문인데, 시사하는 바가 큰 결과이다.

 

우리 농촌은 계속적으로 비워져 가는 반면, 수도권은 도시국가처럼 과밀화 되어 가면서 여러 도시문제를 만들고 있는데도, 젊은이들의 수도권 선호는 변함이 없다. 나는 수도권 문제의 해답은 지방농촌에서 찾는 것이 더 빠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제는 대학 캠퍼스들마저 수도권으로 이전하고 있다. 나는 이 현상의 중심에 인구감소 이외에도 수도권 중심의 정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어머니 문제가 개인사가 아닌 공통의 현상이 되면, 마을붕괴는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농촌도 젊은이들이 함께 사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 그러면 혼자 사는 어머니 세대도 덜 외로울 수 있고, 마을붕괴의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근래 언론에는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앞으로 우리 대통령은 이런 농촌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인 대통령 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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