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8:05 (금)
[여행] Axum 악숨 활용법 6가지
[여행] Axum 악숨 활용법 6가지
  • 최해정
  • 승인 2018.06.11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티오피아의 가장 마지막 밤에 나는 악숨과 함께 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에티오피아 문화와 역사의 시발점이자, 흥미로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는 화려한 과거의 도시가 바로 악숨이다. 그곳에서 찾은 나만의 즐거움 탐색법 6가지를 소개한다.

 

 

 

 

오벨리스크 올려다보기
아주 오래 전의 아주 위대한 역사를 지니는 도시 중에는 보다 고요한 현재를 보내는 곳들이 있다. 내가 받은 악숨의 첫 인상 역시 그랬다. 기원전 1세기부터 13세기까지 고대 에티오피아의 중심지로서 활발한 무역과 문화 양성을 도맡아 온 악숨 왕국의 무대를 찾았지만, 비교적 현대적이고 조촐한 거리 풍경과 수줍은 사람들은 그저 편안한 인상을 줄 따름이었다. 허나 악숨을 찾은 이라면 단연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오벨리스크Obelisk를 목격한 후에는 슬슬 실감이 든다. 내가 보고 살아온 세월이라는 것은 이 거대한 탑 옆에 서 있는 사람처럼 눈에 띠지도 않는 먼지와 같은 것이었구나. 악숨 내에만 약 200개가 솟아 있다는 석상 오벨리스트는 가장 큰 것의 높이가 33미터, 무게가 50톤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존재감의 주인공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땅에 쓰러져 있는 가장 거대한 오벨리스크 곁에 함께 세워진 여러 석상들을 한 데서 둘러볼 수 있다. 이들의 발아래에는 왕들의 무덤이 자리한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묘비처럼.

 

 

 

 


백색의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기
에티오피아 문화와 정교회의 시발점인 악숨에서 교회를 찾지 않을 순 없다. 오벨리스크 구역 바로 맞은편의 세인트 메리 신교회St.Mary Church는 멀리에서도 저 곳이 교회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절실한 신도들의 기도가 교회 정문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하얀 천으로 머리나 몸을 휘감은 채 정결한 모습으로 교회를 찾는 정교회 신자들. 에티오피아의 다른 도시들에서 그 모습이 이미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악숨과 세인트 메리 교회의 공기는 또 사뭇 다른 것이었다. 더 고요하지만 더 절실하고, 그래서 숭고하다. 교회 입구의 바닥과 문에 입 맞추고 그 벽에 기대어 한참을 의지하는 신도들의 모습이 그저 아름다울 따름이다. 그 어두운 표정은 어떤 이야기로 인해 생겨난 것인지, 무엇이 그대들을 그리 절실하게 만드는지 온 마음 다해 궁금해 했다. 비록 입은 옷은 얼룩덜룩하고, 신도 알지 못하는 나 자신이지만 그들 모두가 교회 입구에서부터 웃으며 입장할 수 있기를기도했다. 모든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미소가 아름다운 건 잘 알고 있으니 더 많이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시바 여왕의 고향에 있음을 인증하기
에티오피아의 역사를 배우며 가장 많이 들은 이름 중 하나가 시바 여왕Queen of Sheba이다. 전설에 의하면 시바 여왕은 악숨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솔로몬 왕 사이에서 아들을 가지며 에티오피아 왕조가 시작된 것이니 시바 여왕의 고향은 이 나라의 근원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러니 악숨에서만 볼 수 있는 시바 왕조의 궁터와 시바 여왕의 수영장은 필히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해야 한다. 시바 여왕의 수영장Queen of Sheba’s bath은 도심 인근에 자리한 거대한 물웅덩이다. 이를 처음 보고 시바 여왕이 굉장한 수영 실력을 갖췄던 인물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은 그녀 개인의 수영장이 아닌 시바 왕조가 물 저장고가 필요해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인공 저수지이다. 나름 문화재인 이 저수지에서 주민들이 빨래를 하고 물놀이하며 만들어내던 기분 좋은 소음이 여전히 떠오른다. 적막했던 시바 왕조의 궁터와는 다른 온기가 돌았다.

 

 

 

 

가로등이 귀한 밤 마실 나가기

에티오피아의 밤은 깜깜하다. 모든 밤이 그렇지만, 가로등이 큰길 위주로 세워져 있는 악숨에선 밤의 어둠이 더 깊이 다가온다. 그 생경함을 놓치기엔 에티오피아 여행의 마지막 밤이 너무 아까워 밤거리로 나섰다. 아디스아바바를 제외하고는 호텔 주변에 다른 건물이 있는 유일한 도시가 악숨이었다. 식상할 만큼 매일 노출되는 것이 도시의 풍경이기에도시이되 그 풍경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오히려 더 큰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 그런 면에서악숨의 밤거리는 낯섦이라는 감정의 응집체와도 같았다. 작은 골목들을 지배하고 있는밤의 어두움과, 연한 불빛 아래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놀고, 마시고, 일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완전히 태어나 무언가를 처음 보았을 때 느껴지는 미세한 흥분을 끊임없이 제공했다. 거기에 늦은 밤의 도로를 장악하는 악숨의 베이비 택시에도 탑승했으니 이날 밤의기억은 온통 전율이다.


야외 당구장에서 내기 게임하기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자주 목격했던 것들 중 하나, 바로 당구대이다. 산과 강 속 블루나일 폭포를 찾았을 때도, 작은 고원 마을 랄리벨라를 찾았을 때도 천막 아래의 야외 당구장에 모여 있는 젊은이들을 보았었다. 그런데 여기 악숨은 밤에도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작은 형광등 아래의 야외 당구대에서 진행되는 열띤 게임을 무언가에 이끌리듯 구경하다 보니, 이내 우리 일행과 악숨 대학생들의 내기 당구가 시작되었다. 시작과는 달리나름 진지해진 게임이었다. 누군가는 슬쩍 반칙도 하고, 누군가는 이를 일일이 바로 잡으며 정확한 룰을 강조했다. 오늘 처음 만난 한국인과 에티오피아인이 눈 마주치며 웃기도, 게임이 불리하게 돌아가 서로 째려보기도 하며 한참을 놀았다. 져도 기뻤다. 이 밤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만큼.

 

 

 

 

에티오피아 민속춤 따라 추기
에티오피아 친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 결과, 악숨에서 이 공연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매일 밤 에티오피아의 민속 춤 공연이 열리는 술집들을 악숨에서는 꽤 찾을 수 있다.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에티오피아의 춤사위는 어떨 것인가는 기대감과, 맛있는 에티오피아 맥주를 마신다는 흥분을 모두 앉고 찾은 클럽. 입구에서부터 훤히 보이는 무대 위에선 이미 무용수들의 공연이 한창이다. 흥겨운 토속적인 리듬에 맞춰 남녀 무용수들이선보이고 있는 동작들은 가히 놀라웠다. 이토록 강렬하고 빠른 동작일 줄은 몰랐다. 여자와 남자의 동작에 조금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점프와 함께 상체의 어깨, 머리를 중심으로움직이며 박자를 맞춘다. 가끔씩 온몸이 진동하는 듯한 마법과도 가까운 동작을 선보이기도 한다. 더욱 흥미로운 건 무대 위 공연이 끝나면 잠시 후 무용수들이 무대 아래 테이블들을 돌며 근접의 춤사위를 다시 선사한다는 것이다. 무용수들이 방문하면 그 테이블의 손님은 자연스레 함께 일어나 비슷한 동작을 따라 추기 시작했다. 조금씩 스타일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이 민속춤의 기본 동작을 몸에 익히고 있는 듯하다. 비록 세상에서 제일 어색하더라도 과감히 이를 따라해보라. 그들을 따라 어깨를 들썩이는 그 어색한 부끄러움은 음악이 나오는 동안이라면 아무렴 괜찮다. 도전하는 자신의모습을 영상으로도 남겨 둔다면 두고두고 감상할 웃음 폭탄을 마련하는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여의도파라곤 1125)
  • 대표전화 : 02-780-0990
  • 팩스 : 02-783-25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운정
  • 법인명 : 데일리뉴스
  • 제호 : 종합시사매거진
  •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0618
  • 등록일 : 2010-11-19
  • 발행일 : 2011-03-02
  • 발행인 : 최지우
  • 편집인 : 정하연
  • 종합시사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종합시사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isanewszin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