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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싱가포르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
북미정상회담, 싱가포르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
  • 박경민
  • 승인 2018.06.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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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안전, 교통, 언론 최적화 … 적극적 해외 자본 유치로 기업 활동에도 유리

 

 

 

 

 

애초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는 평양과 판문점이 매우 유력했다. 이외 제3국인 싱가포르, 몽골, 스위스 등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제3국은 제외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낙점지는 결국 싱가포르였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싱가포르의 내외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웬 싱가포르?”라고 되물을 법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모저모를 따져보면 싱가포르는 북미정상회담에 있어서 명분, 양국 정상의 심리, 환경적인 면에서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북한 사람이 ‘무비자 입국’할 수 있는 국가, 싱가포르

일반적으로 해외여행을 갈 때 상대국으로 ‘무비자 입국’을 할 수 있다면 양국 간의 사이는 무척 우호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로를 인정하고 교류를 하고 있으며 상호 미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과 싱가포르가 바로 이런 사이다. 북한 사람들은 싱가포르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가 있다. 이것만 봐도 북한과 싱가포르가 어떤 사이였는지를 잘 알게 해준다. 싱가포르는 1975년에 이미 북한과 수교를 했으며, 지금도 북한 대사관이 있다. 또 수교 이후 꾸준히 무역까지 해왔다. 최근 북핵문제로 두 나라 사이의 접촉이 끊어지기 이전까지만 해도 싱가포르는 북한의 7번째 교역 국가였다. 물론 싱가포르는 미국과도 수교를 하고 있으며 당연히 서로를 ‘정상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이렇듯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친근하다는 점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릴 수 있는 최대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에도 북한과 미국은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접촉을 이어왔다. 2008년 6자 회담을 위한 이견 조정을 위해 북, 미 당국자가 싱가포르에서 만났으며, 같은 해 7월에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박의춘 외무상의 만남이 이어졌다. 또 지난 2012년 8월, 2015년 1월에도 양국은 싱가포르에서 대화를 이어왔다. 또 이러한 정치적인 만남이 아니더라도 심리적으로 싱가포르는 북한에 매우 가까운 나라이기도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형인 김정철이 2011년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보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은 적도 있고, 2012년 김 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가 당뇨병 치료차 방문하기도 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이나 한반도로 직접 오는 것은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지 않고 판문점 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한반도를 제외한 제3국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는 안전과 교통, 그리고 취재 환경면에서도 그 어떤 국가보다 탁월하다. 일단 싱가포르는 ‘경찰국가’라고 불릴 정도로 국가의 개인 사생활 침해가 심하다. 침을 뱉어도, 공적인 장소에서 술을 마셔도 모두 벌금을 물린다. 따라서 싱가포르의 많은 한국인들조차 “싱가포르는 불법이 안 되는 나라”라고 말한다. 마약은 소지만 해도 총살형으로 다스린다. 그만큼 치안이 안전하다는 이야기다. 북한과 미국의 양 정상이 만나는 국가에서 치안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이 점에서도 싱가포르는 높은 합격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또 세계 주요 방송국들은 싱가포르에 아시아 지부를 두고 있다. 한마디로 싱가포르는 ‘언론 허브’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오기에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 싱가포르이기도 하다. 진용기 ‘참매 1호’는 평양에서 약 5000km가 떨어진 싱가포르까지 충분히 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싱가포르에게 배워야 하는 이유

싱가포르는 장점이 많은 나라다. 그렇다고 해서 싱가포르가 ‘지상천국’은 아니다. 특히 국가가 지나치게 개인의 사생활에 많은 개입을 하는 것에 대해 최근 젊은이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최근 수의학 당국이 발표한 새로운 애완동물 복지 규정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동물들끼리 함께 두어서는 안 된다.’

 

물론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이런 것까지 ‘명문화’한다는 것은 분명 불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이다. 더구나 해외의 선진 교육을 받은 자유로운 세대는 이러한 싱가포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조금씩 철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교민의 말을 빌리면 “야당에 대한 지지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싱가포르를 만들어낸 많은 정책과 규제, 체제가 향후 싱가포르의 미래에 있어서는 방해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진출 기업에게 싱가포르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싱가포르는 ‘잘 사는 북한’이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 북한처럼 일당 독재 체제이지만, 경제가 매우 번영한 나라라는 의미이다. 집권 정당인 PAP(People's Action Party)는 무려 50년간 집권을 해왔으며 국민 지지율도 60%에 이른다. 과거보다 다소 떨어진 상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언론 통제마저 있다. 싱가포르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 기사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이 정도면 북한 정권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동시에 무척 부강한 나라이기도 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6만 불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2배 수준이다. 물론 인구 5천만의 한국과 인구 5백80만에 불과한 싱가포르를 단순 비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평균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도시 경쟁력 평가에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에 이어 전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그 어떤 국가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의미이다.  

 

취업률과 주거 복지에서는 우리가 배워야할 정도로 놀라운 수준이다. 실업률은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2%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실상 이는 완전 고용의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싱가포르 국적을 가지고 있는 모든 국민은 결혼을 한 뒤 국가로부터 무상 아파트를 제공받는다. 실업률이 높고, 주거 복지가 열악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싱가포르의 사회주의에 가까운 정책이 국민들에게는 큰 복지의 한 형태로 다가가는 것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토지 공개념’의 개념이 매우 강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보다 많은 논의가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취업률의 이유는 외국 자본을 대거 유입했기 때문이다. 외국기업이 투자를 해서 진출을 하게 되면 정부에서 해당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가 ‘기업국가’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친자본가’의 성향은 아니다. 사업자 개인에 대해 특혜를 주는 차원이 아니라 기업 자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당 독재임에도 불구하고 부패가 없다는 점은 매우 높이 살만한 부분이다.  

 

자유와 규제 사이에서 경제는 언제나 한 가지 명제를 따르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오랜 시간 굳어온 고정관념이기 때문이다. 경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다. 좌와 우를 떠나 기업의 생존 환경 조성과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우리가 싱가포르에게 배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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