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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개헌 논의, 어디로 향할까?
길 잃은 개헌 논의, 어디로 향할까?
  • 박경민
  • 승인 2018.06.0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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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종종 ‘옷’에 비유된다. 엄연한 성인이 중학교 3학년이 입을 사이즈의 옷을 입고 있으면 무척 불편하다. 행동 자체도 쉽지 않고, 이것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생기기도 한다.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헌법이 재정된 것은 무려 30년이 넘는다. 그 이후로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성인이 초등학생 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고 말한다. 개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이 한번 불발로 끝난 이후, 지방선거 국면이 되면서 개헌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렇다면 개헌 논의는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지방선거 결과가 향후 판세 좌우한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불발된 것은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작지 않다. 지난 해 5월 대선을 치루면서 여야 후보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87년 체제 현행 헌법의 폐해를 지적하며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공약했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당연히 대통령의 개헌안을 지지하고 적극 참여했다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의 과실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개헌안이 무산된 것은 무엇보다 개헌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방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논의되기 시작하면 자유한국당은 자연스럽게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 비핵화 논의가 이슈의 핵인 상태에서 개헌 논의까지 동시에 이뤄지면 자유한국당은 발붙일 곳이 없어지게 된다. 이번 개헌이 무산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월말 정세균 국회의장은 퇴임을 하면서 개헌이 불발된 이유에 대해서 “개헌과 분권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정파의 이해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 말은 곧 ‘정파의 문제’가 사라지게 되면 개헌의 문제도 비교적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개헌의 문제를 단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당위성은 있되, 진정성이 없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여야 의원 모두가 개헌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는 있다. 다만 정파의 문제로 인해서 진정성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방 선거의 향배는 개헌의 향배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잣대이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확실해지면 여소야대의 균형자체가 뒤바뀌게 된다. 이럴 경우 민주당은 스스로의 힘으로 개헌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전히 높은 민주당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등에 업을 수 있고, 여기에 한반도 평화정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개헌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헌법으로는 통일의 시대를 대비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자유한국당이 선전을 해서 여소야대의 구도가 바뀌지 않을 경우에는 개헌의 불씨도 다시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선전을 했다는 것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 국민들에게 먹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개헌 논의의 주도권을 절대로 현 정부와 여당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개헌의 문제는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힘의 문제’일지도 모를 일이다. 여야가 비등비등한 수준에서는 개헌이 결코 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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