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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에 대한 치료, ‘뇌과학’ 알고 접근해야 가능하다
자폐증에 대한 치료, ‘뇌과학’ 알고 접근해야 가능하다
  • 김준현
  • 승인 2018.05.2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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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뇌발달연구소 김일권 소장 “숲체험‧승마 등으로 뇌에 자극을 줘야 자폐에서 벗어나”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형제로 나온 ‘레인맨’이나 조승우가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 짜리’라는 명대사를 남겼던 ‘말아톤’은 모두 성인 자폐증 환자를 주연으로 삼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동시에 ‘자폐증 환자여도 특정 분야에서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능력을 보여준다’는 인식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자폐증 환자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수한 경우이다.

 

자폐증은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서 볼 때 상당히 중증의 질환으로, 대부분 만 3세 이전에 특징적인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회적 관계 맺기, 의사소통 능력, 특정한 영역에만 흥미를 지니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20세기 초기에 정신 분석학이 유행하던 시절에는 엄마와 아이 사이의 애착 형성이 실패한 결과 자폐증이 나타난다고 생각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전체 뇌 크기와 측두엽 이상과 연관된 신경해부학적 원인론과 신경전달 물질과 연관된 생화화적 원인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자폐증을 비롯한 전반적 발달장애의 치료는 한마디로 ‘통합적 치료(integrative treatment)’이다. 영유아기에는 사회적 상호 작용의 첫 단추이자 첫 출발점인 부모나 일차 양육자와의 애착을 발달시키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고, 걸음마기에는 사회적 상호 작용 촉진에 기초를 둔 행동 치료와 놀이 치료 및 언어적 훈련을 받아야 하고, 학령전기인 4~6세 사이의 시기에는 그룹 놀이 치료와 사회기술 훈련이 포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동시에 과잉행동, 상동행동, 자해적 행동 등에 대한 행동 치료와 약물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경기도 안양시에 자리 잡은 한국뇌발달연구소는 이러한 자폐아동을 비롯한 발달장애아동의 뇌를 자극해 그동안 ‘불치의 영역’으로 인식됐던 발달장애 영역을 뇌과학의 관점으로 접근, 다수의 치료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뇌성마비 딸에 대한 사랑이 뇌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한국뇌발달연구소(이하 뇌발달연구소)는 취학전 장애아동(자폐증은 주로 20-50개월, 뇌성마비는 6개월부터,언어장애, 행동장애 등)의 치료교육을 위하여 1990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 전문기관과 정보를 교류하며 여러 교수들의 자문 아래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연구소장인 김일권 소장에 따르면, 뇌발달연구소는 먼저 장애아동의 치료적 상담을 실시하고 장애유형과 정도에 알맞은 치료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여 조기에 실시해 장애아동의 치료적 효과를 드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김 소장은 “병원에서 치료될 수 없는 장애 아동들의 발생이 날로 증가하는 이때 사회적인 대책이 부족하여 많은 부모들이 절망하여 자녀를 포기하고 버리는 사례가 많다”며, “뇌발달연구소는 모든 부모들이 끝까지 자녀를 사랑할 수 있도록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효과적인 치료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계발하여 장애극복과 치료에 이바지 하며, 장애아 발생예방을 위한 계몽활동을 전개하며 아울러 관련서적을 출판해 이 나라 선진복지 사회건설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목회자로의 부르심을 따라 목사안수까지 받았던 김 소장이 갑자기 국내 뇌과학 분야의 선구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녀에 대한 애끓는 ‘아버지의 마음’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30년간 뇌발달 연구를 하게 된 이유는 첫 딸 때문”이라고 밝힌 김 소장은 “첫 딸을 출산할 당시 형편이 여의치 않아 조산소에서 출산 후 바로 집에 왔는데 아이가 계속 울고 피부색도 안 좋아 병원에 가니 급성황달 진단을 생후 3일 만에 받게 됐고 결국 뇌성마비로 이어졌다”고 담담히 밝혔다.

 

아픈 아이를 안게 된 김 소장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자료를 찾고 치료사례를 모아봤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부모들을 함께 만나면서 결국 이전의 ‘유전’이라는 원인이 아닌 ‘뇌’에서 원인을 찾게 됐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한국뇌발달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자신의 딸을 비롯한 모든 발달장애인 그 중에서도 아동들의 치료방법 물색에 돌입했다.

 

“아이의 증상을 보면서 ‘뇌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뇌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힌 김 소장은 “딸은 아내가 운영하는 한국특수요육연구소에서 치료를 계속해 무사히 대학까지 졸업한 뒤, 지금은 특수요육연구소에서 동물조련과 동물심리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국내에 연구소는 많이 있지만 실제적으로 연구결과물을 내는 곳은 부족한 상황이다. 김 소장은 이러한 부분에서 뇌발달연구소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증을 받고 카이스트, 서울대 등에 몸담고 있는 국내 최대 석학들과 함께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 소장은 “이제는 지난 30여년간 뇌성마비, 자폐증과 싸워온 경험과 국내외 저명하신 뇌과학자들의 지도아래 영.유아의 뇌 발달 연구에 총력을 다 해 발달장애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더 한층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승마‧숲 체험으로 뇌에 자극 주면 발달장애‧뇌성마비 등 치료 가능 해져

 

‘뇌’에 대한 김 소장의 연구는 일단 ‘뇌에 많은 자극을 줘야 치료가 가능해진다’로 귀결됐다. 그리고 김 소장의 다음 과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한 자극을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해답은 ‘숲’과 ‘승마’에 있었다.

 

김 소장은 “인류가 문화적으로 많이 발전했지만 근본적으로 살아가는 환경은 자연이다. 숲은 나무로 이뤄지고 나무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생산한다”고 나무의 중요성을 언급한 뒤 “도시문화에 익숙한 아이들, 숲에서 멀어진 아이들이 발달장애가 생긴다. 숲에서는 시각과 청각은 물론 다양한 감각을 이용해 사물의 입체적 관찰이 가능하지만 도시 생활은 오르내림이 적은 평지 생활에 익숙해지고 직접 만져서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뇌 발달에 좋지 않다. 산소를 마시면서 눈동자를 가는대로 몸을 움직여서 사물을 관찰하고 만지면서 행동을 만드는 뇌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승마가 좋다고 하는 것도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숲에만 걸어다니면 익숙해진다. 평지에 익숙해지면 뇌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신경을 쓰지 않고 주의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승마를 하면 기본적인 습관에서 벗어나 다시 집중하게 된다.  

 

특히, 두 발로 걸을 수 없으니 균형을 잡아야 하고 마음대로 오갈 수 없으니 말의 움직임에 적응을 해야 하는 만큼, 뇌발달에는 최상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김 소장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승마가 ‘귀족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치료 차원이 아니더라도 승마를 많이 시킨다”고 강조했다.

   



뇌과학으로 다시 쓰는 뇌발달 장애 치료 역사

 

김 소장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강조한 것은 “‘뇌’를 모르면 자폐증 등 뇌발달 장애에 대한 과학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현재 뇌발달연구소에 있는 아이들의 80%는 자폐증 아이들인데, 이곳은 국내보다 해외에 더 잘 알려져 있다”며, “우리나라는 병원에서 ‘치료가 안 된다’고 하면 부모들이 아예 포기하지만 선진국은 다른 방법을 찾는다. 우리는 이미 자극을 받으면 뇌세포가 다시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치료사례를 많이 갖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부모와 눈맞춤이 안되고 반복행동을 이어가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여도 아이가 두 살이 될 때 정도 까지는 부모가 치료를 망설이고 이상이 있는 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다가 세 돌 정도 됐을 때 확진을 받게 된다”고 말한 김 소장은 “20~50개월 사이의 아이라면 치료가능성이 높지만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부모들의 갈등으로 인해 가정이 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뇌발달연구소는 다른 기관과 달리 직원과 부모, 아이들이 모두 밝은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선생님들이 이곳에 있는 아이들이 바로 자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처음 만드는 거푸집 역할을 잘 해주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 일을 하면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곳을 거쳐간 아이들이 완치돼서 군복무도 마치고, 대학에도 진학하는 모습을 보면 가장 보람이 있다”고 말한 김 소장은 “부모들이 뇌과학만 잘 인지하면 아이의 IQ를 150까지도 올릴 수 있는 만큼, 낙후된 국내 뇌과학 분야를 고도화 해 앞으로 우리 민족이 뇌과학 분야에서 1등을 해서 ‘뇌과학의 나라 코리아’로 인정받았으면 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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