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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이다”
“헌법은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이다”
  • 정희
  • 승인 2018.05.2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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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실대 법대 교수, 한국헌법학회 제24대 고문현 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개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비록 여야의 의견이 상충되어 아직 본격적인 개헌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하고는 있지만, 과거에 비하면 훨씬 진전된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헌법학회는 최근 자체적인 개헌안을 발표해서 전 국민적인 개헌논의에 또 하나의 힘을 실었다. 한국헌법학회(이하 ‘헌법학회’)는 헌법학자들이 모인 정통 학술단체로서 우리 사회의 헌법학적 쟁점에 대해 연구하고 그 성과를 발표하는 것은 물론, 그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정당해산심판 사건 등 헌법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제시해 왔다. <시사뉴스매거진> 취재진은 지난 2017년 12월 1일에 취임한 제24대 고문현 회장을 만나 우리 사회의 헌법개정 논의와 헌법학자로서의 철학, 그리고 교육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가 발전의 최선봉에서 일해와

고문현 회장은 우리 사회의 헌법 발전을 위해 수십 년 간 노력해온 것은 물론 다양한 공공기관의 자문위원, 감사, 연구소장 등의 역할을 하면서 국가 발전의 최선봉에 서왔던 인물이다.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에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해양수산개발연구원 감사, 국방부 자문위원, 안전행정부 자문위원, 숭실대학교 기후변화대학원장, 숭실대학교 법학연구소장 등으로 활약을 하고 있다.  

 

이번 헌법학회의 제 24대 회장에 취임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이러한 국가발전에 대한 공로가 그만큼 지대했기 때문이다. 취임 후 그가 최근 몇 개월 사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것은 바로 다름 아닌 개헌의 문제였다. 헌법 개정은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1987년에 재정된 현행 헌법은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최초의 헌법입니다. 다만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심도 있는 숙의를 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거기다가 헌법 제정 후 무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린 아이도 점점 커가면서 어린이의 옷을 벗고 어른의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30년 전의 헌법이라는 어린이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미래에 닥칠 다양한 문제에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없습니다. 헌법 개정을 더 이상 늦추는 것은 국가의 미래 발전을 방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헌법학회는 지난 3월 25일 헌법학자들의 집단지성을 담은 개헌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 개헌안은 전국에 있는 헌법학 교수는 물론 관련 연구자들이 4개월 동안 다양한 의견을 취합, 절충해서 만든 것으로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기도 하다. 고 회장은 해당 개헌안을 현행 정부 개헌안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본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생각보다 잘 하고 있고 개헌에 대한 의지도 높다는 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의 개헌안은 기본권의 대폭적 신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근원인 대통령 권한 축소의지 및 지방분권 보장 의지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부족하고, 사법의 민주화 부분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헌법학회의 개헌안은 바로 이런 부분을 보강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권 부분에서는 생명권, 안전권, 정보기본권, 학습권, 소비자권리 등을 신설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및 노인과 장애인의 권리 강화 등 기본권 규정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더 나아가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비례성 강화를 규정했으며 국무총리,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보다 더 강한 불신임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헌법은 우리 일상 속에서 찾아볼 수 있어

고문현 회장은 평생 헌법을 연구해온 만큼 향후 개헌은 물론 헌법 수호에 대한 의지도 매우 강하다. 그렇다면 과연 그에게 ‘헌법’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그는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것은 바로 ‘나를 위한 수호천사’라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많은 일반 국민들은 헌법을 딱딱한 것으로만 여기지만, 사실 헌법이라는 것이 우리 일상과 매우 가까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헌법을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정작 나를 보호해주는 것은 여자친구도 아니고 남자친구도 아니고 부모님도 아닙니다. 국가의 헌법이 나를 보호해주고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따라서 헌법이 얼마나 잘 규정되어 있는지는 곧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 회장의 말을 뜯어보면 무릎을 칠 수 밖에 없다. 헌법은 근엄한 복장을 하고 있는 재판관이나 검사들의 것이 아니라 바로 매일 매일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고, 권리를 침해당하면 그것을 구제해주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제도적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 회장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갑질과 전직 대통령들의 부적절한 통치행위 역시 이 헌법만 제대로 알아도 고쳐질 수 있을 것이라는 지론을 편다.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헌법에서 이 단 한 줄만 가슴깊이 새기면 재벌들의 갑질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인간이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때리고, 욕할 수가 있겠습니까? 또한 대통령이 이 한 줄만 잘 기억했더라도 그간의 수많은 반인권적이고, 국민의 행복을 저해하는 행위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헌법을 지키는 것은 곧 우리의 일상과 국가를 지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철학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헌법경시대회’이다. 그가 헌법학회 회장에 취임할 때부터 추진한 계획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헌법을 잘 알고, 그 내용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과 분쟁을 잘 조절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방송국과 국회, 헌법학회 등이 힘을 합쳐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성인부 등으로 헌법을 배우고 익히는 경시대회를 하고 이를 통해 전 국민들이 헌법에 더 친근해질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면 헌법퀴즈나, 암송대회, 헌법백일장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고 회장은 환경의 중요성을 매우 중요시 하는 ‘환경법 전문가’이기도 하다. 대학원에 진학했던 그는 21세기의 중심 화두가 ‘정보’와 ‘환경’이라는 점을 통찰했다. 정보를 선택하기에는 헌법을 전공한 사람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있을 것 같아 환경을 선택했으며, 그 후 꾸준히 연구를 해왔다. 무엇보다 그는 ‘환경은 미래 세대에게서 빌려온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선을 다해서 환경을 지켜야 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잘 가꾸어 그것을 미래 세대에서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삶의 철학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 회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헌법학자라기엔 보다 인간적인 답이 돌아왔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한 말이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 존엄한 것은 자신이 언젠가 죽을지 알면서도 죽는 바로 그 순간까지 무엇인가 의미 있는 것을 하려고 노력하는 진지한 자세, 지난한 몸부림을 치기 때문이다’고 말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일을 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저의 삶의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3포세대니, 5포세대니 하는 말들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물론 청년들이 겪는 팍팍한 현실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단어들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포기’라는 말을 너무도 쉽게 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고문현 회장이 들려주는 삶의 철학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그가 이러한 삶의 철학을 통해 더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대한민국의 헌법 수호와 국가 발전에 더욱 많은 기여를 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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