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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초문학상 수상-시인 나태주
공초문학상 수상-시인 나태주
  • 정희
  • 승인 2016.07.13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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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박함을 담은 언어의 성찬 풀꽃 시인 나태주...공초문학상 수상

 

 

 

열여섯에 시인이란 운명을 받아들인 시인 나태주 선생, 지순하고 투명한 언어는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 독자의 영혼을 다독여준다. 자연의 소박함 속에 삶의 혜안(慧眼)을 일깨우는 나태주 선생이 제24회 공초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공초문학상은 신시(新詩)의 선구자이자 현대 한국의 대덕인 공초 오상순 선생의 업적과 행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공초 선생의 시학은 자유분방한 감정의 분출에 심혼을 맡기면서도 표현이 소박하고 적재하다. 또한 그의 문체는 열정적이며 웅장하고 막힘이 없다. 시 세계의 광활함은 가히 우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선생의 시 정신에 부합하는 우수 작가를 발굴, 시상하는 공초문학상은 30주기 겸 탄신 100주년이었던 지난 1993년 첫 수상자를 배출한 이후 20년 이상의 시인을 대상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김지하, 천양희, 정호승, 도종환, 고은 시인도 공초문학상 수상자들이다. 공초문학상 심사위원단은 나태주 시인에 대해 “정지용, 윤동주, 박목월 등의 계보를 잇는 천진한 동심의 소유자”로서 순수한 시어 속에 인간의 본연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고달프고 힘든 이웃들과 동행하며 손 내밀어 주는 마음이 필요해

“ 시인으로 등단한 지 46년 세월이 지났다. 이 땅에서 46년간 시인으로 살아온 것이 축복 이고 감사할 일이다”  


나태주 선생은 역사 깊은 상을 받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특별히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후 46만에 똑같은 자리에 와서 뜻 깊은 상을 수상하게 되어 눈물겹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시대에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렵고 소임이 막중하고 무겁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으로는 풍족함을 누리지만 영혼이 고달프고 지쳐있다. 이럴 때 우리 시인들이 이들과 함께 같이 가주고 동행해주고 손을 내밀어 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나태주 선생은 시들이 너무 높이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자리에 있다며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시인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스스로의 경계를 두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나태주 선생은 시인으로서 많은 이웃들과 함께 숨 쉬고, 함께 울고, 함께 길을 가는 것이 시인의 길이라고 밝혔다. 

 

인생의 각성과 발견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시...

나태주 선생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자연과 교감하며 따뜻한 서정시를 써왔다.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정서 속에 따뜻한 모국어로 서정적 시세계를 펼치고 있으며 현대인의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순수 명징(明澄)한 시 정신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24회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나태주 선생의 수상작은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수록된 시 '돌멩이'다. 백담사 내설악 골짜기를 찾았다가 자갈돌을 건지며 시상이 떠올랐다는 시다.

 

“맑은 물 밑에 깔린 자갈돌 하나를 발견하고 바위 위에 건져 올려놨다. 잠시 뒤 다시 돌아와 보니 물에 젖어 반짝이던 자갈이 물기가 말라 다른 돌과 똑같이 되어버려 찾을 수가 없었다. 문득 ‘이게 우리 사는 모습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본래의 나를 잊어버리고 남과 구분이 안 되게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시란 인생의 각성과 발견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이처럼 나태주 선생은 자연과 인생의 소박한 잔상들에서 삶의 본질을 간파하고 시로 길어올린다. 그러면서도 상징과 은유들이 난해하지 않고 친숙한 언어로 담겨 그의 시는 독자들에게 친근함을 더하고 있다. 대중에게 시인 나태주란 이름을 새기게 한 대표작인‘풀꽃’은 2012년 교보생명 광화문 글 판에 내걸리며 치유와 힐링을 선사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시구는 지난해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글판으로 뽑히며 나태주 선생에게 ‘풀꽃시인’이라는 별명을 안겨주었다. 쉽고 간명한 선생의 시어들은 잔잔한 감동으로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하루하루가 하늘이 준 축복이며 선물...

평생을 산골에서 살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직생활에 몸담아 온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을 시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1시집 ‘대숲 아래서’를 시작으로 ‘꽃 장엄’까지 30여 권의 시집을 출간하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쳤다. 그의 평생은 시작(詩作)과 교육으로 점철(點綴)되어왔다.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인 1964년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후,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단에서 물러나기까지 43년을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 교직 은퇴 후 나태주 선생의 문학 인생은 풍성함이 더해졌다.

 

2014년 시 ‘풀꽃’을 기념해 세워진 공주풀꽃문학관의 관장을 지내면서 한 해 150여건의 문학 강연 요청을 소화하고 있다. 풀꽃문학관은 나태주 선생의 문학세계를 알리는 공간으로 그가 평생토록 써온 시가 전시되어 있다. 나태주 선생은 몇 해 전 몸이 많이 아프고 나서 '살아있음을 고맙게' 여기며 하루하루가 하늘이 준 축복이며 선물이라는 것을 더욱 깨달았다고 한다.  

 

나태주 선생이 시인으로서 최고의 스승으로 삼고 있는 이는 바로 청록파 박목월 시인이다. “제게 육신의 아버지가 있다면 시의 아버지는 목월 선생이다. 세상 떠나신 지 38년이 흘렀지만 늘 식물처럼 깨끗하고 맑은 언어로 시를 쓰라고 채근하시는 것 같다”  


나태주 선생의 시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인‘우분투’(UBUNTU, I am, because you are)를 떠오르게 한다. ‘우분투’는 '네가 있어 내가 있고 우리가 있다' 라는 의미로 '타인을 위한 사랑’이 담겨 있다. 나태주 선생은 또한 시를 통해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을 칭찬하는 긍정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격려한다. 시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시의 본질은 예(藝)에 있는데 학(學)을 먼저 가르치려고 한다. 유명해지려고 하기보다 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려야 하며, 사람을 응원하는 시인이 되라”고 조언했다.

 

좋은 시란 외로울 때 부르는 노래

고희(古稀)를 지나온 그의 삶은 여전히 소년 같은 맑은 눈빛을 간직한 채 시인의 열정으로 푸르름 짙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저는 잘생긴 사람이 아니에요. 못났고 늙고 가난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한테 좋은 시로 위로해 달라는 강연 요청이 전국에서 들어온다. 좋은 시란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과 같다”나태주 선생은 모든 장벽과 갈등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쓰다듬어주는 시, 지친 마음에 꽃송이가 되어주는 시를 쓰고 싶다고 전했다.  

 

受賞作

돌멩이

흐르는 맑은 물결 속에 잠겨

보일 듯 말 듯 일렁이는

얼룩무늬 돌멩이 하나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야지

집어 올려 바위 위에

놓아두고 잠시

다른 볼일보고 돌아와

찾으려니 도무지

어느 자리에 두었는지

찾을 수 없다

혹시 그 돌멩이, 나 아니었을까

 

 

 

 

나태주 시인

공주사범학교, 충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대숲 아래서' 등단

주요작품

<대숲 아래서>, <보리추위>, <가을서한>, <풀꽃> 등

수상

제41회 한국시인협회상

흙의 문학상, 충남문화상 수상, 황조근정훈장 수훈

경력

2010.03~ 공주문화원 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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