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 18:09 (금)
나종팔 한국도선사협회 회장
나종팔 한국도선사협회 회장
  • 김준현
  • 승인 2016.04.01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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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안전한 입·출항 유도하는 PILOT, 찰나에 반사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해양 경륜 필요해

“2016년 한국에서 IMPA(세계도선사협회) 총회 개최, 도선사 일반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기회 되기를”


1년여 전 모 케이블프로그램에서 설문을 통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직업’ 순위를 매긴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리스트에서 우리사회의 기득권 직업으로 알려진 의사, 판사, 국회의원 등을 제치고 당당히 6위를 차지한 직업이 있다. 바로 ‘도선사’이다. 단순 명칭만 가지고는 ‘선(禪)’을 떠올리는 사람도 간혹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연 잘못 짚었다. 도선사(導船士)는 수로를 안전하게 안내하는 파일럿(pilot)이다. 이 직업은 동서양에서 꽤 오래된 직업이다. 국제도선사협회도 있다. 전문 연구자가 아니니 확인할 길은 없으나 언뜻 지나쳤던 어느 글에서 우리나라 도선사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내용도 읽은 기억이 난다.


2014년 총회에서 IMPA 부회장으로 선출돼

한국에서는 항만이 있는 11개 지부에 약 250명의 도선사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나종팔 한국도선사협회 회장은 현재 인천항의 현역 도선사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일반과 가까운 직업이 아니라 접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지난 4월 7일부터 5일간 운하 개통 100주년을 맞이한 파나마에서 열린 제22차 국제도선사협회(IMPA : International Maritime Pilots’ Association)에서 나종팔 회장은 국제협회의 집행위원인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많은 직업군 중에서 저희처럼 국제협회가 있는 직업은 많지 않을 겁니다. 세계협회는 54개 회원국에서 8,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만나면 공통관심사를 논의하고 항상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교류합니다. 이번에 부회장으로 선출되면서 확실히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2016년에는 우리나라에서 IMPA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나종팔 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확실히 축하할 쾌거임에도 안타까운 진도 앞 선박 침몰사고 때문에 도선사들이 직접 연관돼 있지는 않지만 마음껏 좋아할 수도 없다, 고 나종팔 회장은 조심스러워 했다.


접안은 고도의 테크닉 요구, 항구 조건이 복잡해지면서 더욱 필요

도선사에 대해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그냥 수로를 안내하는 단순한 일이 결코 아닌 오랜 경험과 예민한 판단력이 필요한 직업이다. 입항하거나 출항하는 선박들에게 항구는 매우 위험한 지역이다. 수심이 얕을 뿐만 아니라 좁은 갑문 등을 드나들 때는 정확한 배의 방향과 엔진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섬세한 측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대형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한다.

“선박의 접안은 실제 매우 어려워 테크닉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예인선과 도선사가 필요해요. 도선의 궁극적 목적은 선박의 안전과 항만효율입니다. 선박이 항해하기 직전까지 도선에는 보통 몇 시간씩이 소요됩니다. 항만에는 하루 200여 척이 넘는 배들이 드나듭니다. 안개가 낀 날씨나 갑자기 시야에 예상치 못한 다른 선박이 출현하거나 할 때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즉각적으로 최상의 판단을 해야 합니다. 단 1초 상간으로 사고가 엇갈리지요. 더구나 선박이 대형화되는 추세인데 이런 선박들은 금방 방향선회도 안되거든요. 크루즈 같은 경우에는 승객이 몇 천 명씩 탑선하고 있습니다. 오랜 바다 경험이 없으면 안되는 일이지요.”

그래서 도선사는 대부분 항해 경험이 20여 년 이상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한다.


엘리트코스 거친 38년 간의 해양 경험

70년대 전주고등학교 다녔다고 하니 나종팔 회장이 공부잘하는 학생이었음에는 분명하다. 이후 그는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70년대 중반에 범양상선의 3등 항해사로 해양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바다와 결속된 생활을 하고 있다.

“항해사, 선장, 해양업무, 국내와 국제 해운영업, 그리고 도선사까지 바다와 관련된 일은 모두 섭렵하다보니 바다에 일생을 걸고 40년 가까이 종사하고 있네요. 어느 누구라도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모두 통하니까요. 운이 좋았지요.”

나종팔 회장은 도선사를 2001년 인천항에서부터 시작했다. 그 오랜 시간을 지나오면서 자칫 아찔한 순간은 없었을까.

“큰 사고는 없었지만 한 순간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돌발 상황에 직면했던 경우들은 더러 있었지요. 한번 사고가 나면 감당 안되는 손실이 발생하니 절대 사고가 나지 말아야지요. 그래도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도 상황이 뜻대로 안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도선사들은 위험을 최대로 낮추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들이지요.”

도선사들은 자신이 수로를 안내해야 할 선박들이 몇 시에 입출항하는 지적은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그 시간에 항만 사정은 어떤지, 날씨는 어떤지, 바다 조건은 어떤지, 안전한 도선을 위한 모든 경우를 상정해 대비한다. 안전에 대한 화제가 나오니 다시 진도 선박 침몰 사고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연안 여객선은 평상시에 안전사고교육, 퇴선훈련, 소화훈련이 돼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전시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었지요. 감독을 방치하다가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 규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요.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당장 미봉책으로 책임부터 묻고 처벌하기보다는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가 밝혀지기까지 참고 기다린 다음, 정말 다시는 이런 류의 사고가 나지 않는 정부기관 차원의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도선사용 선박조종용 시뮬레이터 개발

작년에 한국도선사협회는 4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도선사 선박조종용 시뮬레이터’를 순전한 우리기술로 개발했다고 한다. 이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도선사 교육은 물론, 안전한 도선 기준을 마련하고 선박운항 안전성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더욱 안전한 도선을 위해 산하에 한국도선안전교육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도선사가 사회적으로 명예로운 선망 직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는 소식을 전하며 도선사를 꿈구는 젊은이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부탁했다.

“인생을 길게 보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을 길렀으면 합니다. 급한 마음에 못 참고 행동하면, 하루 뒤에는 후회하는 결과가 오거든요. 하루만 참으면 그 사이에 마음이 진정돼 어제의 것이 우스워집니다. 무엇보다 꿈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요. 꿈을 가지면 참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도선사가 근대적인 직업으로 등장한 때는 일제시대인 1937년 유항렬 도선사가 인천항 도선구에서 개업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8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아직은 일반인에게 익숙한 직업이 아닙니다. 종사자도 많지 않구요. 여러 전기가 마련되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국민들과 좀 더 친근한 직업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혹시 이 시간 선박에 탑승한 누군가 좁은 갑문을 안전하게 빠져 나갔다면 그 배에 승선한 도선사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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