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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협상가 문재인’의 4가지 숨은 전략
평창올림픽, ‘협상가 문재인’의 4가지 숨은 전략
  • 박경민
  • 승인 2018.03.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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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의 성원 속에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 정치의 지형도를 바꾼 새로운 계기였으며, 그간의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한 정상 대화를 먼저 제의한 것만 봐도 그렇다. 평창 올림픽 직전까지만 해도 ‘전쟁 불사’를 외치던 태도에서 180도 뒤바뀐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던 북미관계도 새롭게 역전됐다. 그간 남한 정권은 마치 없는 것인 냥 소외되어 보였으나 이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운전대’를 제대로 잡았다. 여기에는 ‘협상가 문재인’의 4가지 전략이 숨어 있다.  

 

 



북한과 미국 모두 끌어들여

지난 2017년 5월, 미국의 유명 시사 주간지 <타임>지는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를 표지 인물로 내세웠다. 서늘하고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문 대통령의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그런데 당시 표지 제목이 다소 낯설었다. ‘THE NEGOTIATOR(협상가)’. 대선에서 재수를 하던 문재인 당시 후보의 면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것들이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를 ‘협상가’로 규정했던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제목에 의아해 했던 것도 사실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금, <타임>지의 제목은 이제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도면밀하게 평창 올림픽이라는 평화의 계기를 통해 이전까지의 상황을 완벽하게 뒤집어 놓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북한 이슈는 ‘전쟁’이었다. 북한은 끊임없이 미사일을 쏘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외치며,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선제 타격’이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국내 종편들은 ‘전쟁이 나면 서울 사람 몇 명이 죽는가?’라는 선정적인 계산을 하고 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런 이야기들은 쏙 들어가고 말았다. 물론 여전히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제와 압박을 말하고 있지만, 더 이상의 ‘전쟁’에 대한 언급은 사라였으며, 남한이 북미 관계의 중심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의 변화에는 ‘협상가 문재인’의 면모가 돋보이고 있다.  

 

‘협상가 문재인’의 첫 번째 전략은 북한에게 태도 변화의 명분을 주었다는 점이다. 우선 문 대통령은 올림픽에 북한과 미국 모두를 동시에 끌어들였다. 우선 북한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킨 것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간 끊임없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해왔던 북한으로서는 갑자기 화해 무드를 자처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더욱이 북한은 계속되는 제제와 압박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긴 했지만, 태도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체제 수호에도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않는 것이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은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던 북한에 대해 전격적으로 ‘방남’을 제안해 태도 변화의 명분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그리고 김여정 부부장의 방남으로 주목을 끌고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이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의 회담까지 매끄럽게 이끌어 냈다.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압박으로는 도저히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음을 안 협상가 문재인의 치밀한 계산이었다고 볼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조언

하지만 미국의 지지가 없는 일방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국제 질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혈맹인 미국을 버렸다’는 비난 앞에서는 통일을 위한 그 어떤 노력도 성사되기는 힘들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협상가 문재인’의 두 번째 전략이 빛난다. ‘미국의 지지를 얻고 있는 남한 정부, 그리고 그 남한 정부와 북한의 관계 개선’이라는 구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최선을 다해 미국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편에서 보기에는 남북한 문제를 ‘너무 미국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던질 법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지지가 없는 남북한 관계는 의미가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미국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는 언급까지 받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서야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의 구체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미 ‘100% 신뢰한다’는 발언까지 한 마당에 미국은 이러한 남북관계의 개선을 일방적으로 훼방 놓기는 무척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더불어 트럼트 대통령 역시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과격한 발언을 하기도 힘들게 됐다. 남북한이 그나마 평화 무드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또다시 ‘전쟁’을 언급할 때에는 국제 사회의 비난을 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마저 미국의 북한 공격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표현하며 ‘한국 정부의 리드를 먼저 따라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북한 공격은 엄청난 규모겠지만 엄청나게 어리석은 짓이기도 하다. 미국의 중간 선택지는 모든 외교 방안을 다 써보려는 한국 정부의 리드를 먼저 따라가 보는 것이다’라고 썼다. 이는 한국의 중요성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협상가 문재인의 마지막 세 번째 전략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도 북한에 대한 견제의 끈을 놓지 않고 균형을 제대로 잡았다는 점이다. 김여정 부부장의 파격적인 남북 정상간 대화 제의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반응을 하지 않고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했다. 이는 곧 일정한 전제 조건이 없이는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남북 정상 간 대화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엿보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문 대통령이 김여정의 제안에 즉각적인 수락을 했다면, 이 역시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네 번째 전략은 실질적인 관계 진전을 위해 ‘협상의 정곡’을 찔렀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 정부는 북한을 향해 ‘비핵화’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가 없었다.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이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협상도 진전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함으로써 향후 남북 대화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의 회담에서 분명히 ‘비핵화’가 언급되었고 이에 대한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이는 곧 이제 북한 역시 비핵화의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면 더 이상 관계 개선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번 평창 올림픽을 보면서 또하나의 ‘각본 없는 정치적 드라마’를 보았다. 바로 협상가 문재인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남-북-미의 극적인 관계 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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