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걸 보여줄 순 없죠” 드라마 PD의 정통 연극 도전
“똑같은 걸 보여줄 순 없죠” 드라마 PD의 정통 연극 도전
  • 전인수
  • 승인 2018.03.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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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 원작 ‘쥐덫’ 연출 맡은 MBC 탤런트 극단 정세호 PD

 

 

정세호는 드라마 ‘M’, ‘청춘의 덫’, ‘홍길동’ 등을 감독한 베테랑 PD다. 지난해 10월 창단한 MBC 탤런트 극단의 대표를 맡으면서 첫 연극 연출에 도전하게 됐다. 창단 기념 공연의 작품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으로 영국에서 66년간 공연한 정통 추리극이다. 첫 연극 도전작으로 정극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는 뜻이다. 상업적인 코믹극이 득세한 대학로의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한몫했다. 좋은 배우들과 좋은 연극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공법을 택했지만 기존의 연극을 답습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풍부한 드라마 연출 경험을 활용한 새로운 연극을 생각 중이다. 공채 탤런트 출신이 아닌 양희경 배우를 섭외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탤런트 배우의 친숙함과 연극적 가치를 동시에 가져가기 위해서다. 그 첫 번째 도전을 진행 중인 정 PD를 만나 작품에 대해 들었다.
 
Q. MBC 극단 창단 공연이다. 연출을 맡은 소감은?
 
A. 좋은 작품을 하게 돼서 뿌듯하다. 이번 작품은 영국에서 66년간 공연된 정극이다. 상업적인 연극이 아니라 정극에 도전하게 돼서 자부심을 느낀다. 연극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있다.
 
Q. 첫 공연으로 추리극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PD 일을 하기 전에 연극을 많이 봤다. 그때 봤던 연극 중 제일 재밌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봤다면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을 거다.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감흥이 있었다. 그때의 서스펜스와 스릴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다. 그 감각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Q. 연극 연출은 처음이다. 어려움은 없었나.
 
A. 다 어려웠다. 연기, 음악, 무대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배우를 다루는 것이 어려웠다. 배우 중 일부는 연극 무대 경험이 많았고 일부는 전무했다. 톤을 통일해야 했다. 새로운 언어가 필요했다.
 
Q. ‘새로운 언어’란 어떤 의미인지.
 
A. 연극과 TV의 연기 방식이 다르다. 연극 대사에는 ‘조’가 있다. 과장 돼 있다. 보다 자연스럽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고 티브이 연기의 단순한 톤을 유지하는 것은 싫었다. 연극에서 대사는 힘 있게 해야 한다. 함축된 메시지를 전달해야하기 때문이다.
 
Q. 배우들에게는 큰 도전이었을 것 같다.
 
A. 티브이 연기나 연극 연기 어느 쪽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힘든 것은 습관을 버리는 일이다. 연출로서 컨셉을 정했고 배우들이 따라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작품이 무너진다. 배우들이 연기하고 싶은 걸 통제하니까 처음에는 힘들어 했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요구가 많았다. 여기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작품이 추리극이었기 때문이다. 연기가 부각되면 관객은 몰입하지 못하게 되고 배우는 추리에서 배제된다.
 

Q. 드라마 연출 방식이 작품에 많이 반영된 것 같다. 연기 외에도 영향을 준 부분들은 어떤 것이 있나.
 
A. 모든 면에서 그렇겠지만 특히 조명과 음악을 드라마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 무대 위 배우들의 움직임을 이동차로 생각했다. 그 호흡으로 조명을 조절했다. 배우들이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주변 조명을 줄여 둘 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음악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움직임과 동시에 음악이 들어간다. 음악이 들어가는 걸 모르고 흘러야 한다. 드라마에서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쓰는 방식이다.
 
Q. 새로운 것에 대해 욕심이 많아 보인다.
 
A. 똑같은 걸 보여줄 순 없다. ‘엠’이라는 드라마를 했을 때는 추리의 감각을 익혔고 ‘청춘의 덫’에서는 멜로를 경험했다. ‘홍길동’으로는 사극에 도전했다. 다양한 장르를 통해 새로운 것을 시도해 봤다. 새롭다는 게 모든 면에서 달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두 군데 차별점이 있으면 새로운 것이다. 연극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연극 특유의 대사 방식들과 몇몇 요소들에 조금 다른 식으로 접근했다. 일종의 반어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극인 ‘홍길동’에 락 음악을 넣은 것처럼 반대로 접근하는 거다.
 
Q. 연극 연출은 계속할 계획인가.
 
A. 연극을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문화산업화 시키고 싶다. 뮤지컬은 산업화 돼 있지만 정극은 아니다. 대학로에는 철학적인 연극이 유일한 연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재밌는 연극을 접할 기회가 적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자극적이고 벗고 웃기는 연극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관객들이 티브이를 보듯이 좋은 정극 작품들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다.
 
Q. 앞으로는 어떤 작품에 도전할 예정인가.
 
A. 아가사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인 ‘10개의 인디언 인형’이나 최완규 작가의 ‘올인’의 연극 버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도 고려중이다. 하지만 재미있고 관객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작품도 생각 중이다.
 
Q. 마지막으로 정세호 PD에게 ‘쥐덫’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다.
 
A. 이번 프로그램 북에는 연출의 변이 없다. 연출로서 인정받으려는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관객들에게 좋은 무대로 인정받고 싶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개인적으로 ‘쥐덫’은 그 첫 도전을 성실하게 했다는 의미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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