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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술 하지 마세요'(DNR), 미국 치료 받지 않을 권리 논쟁
'소생술 하지 마세요'(DNR), 미국 치료 받지 않을 권리 논쟁
  • 전인수
  • 승인 2018.01.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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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DNR 논쟁이 한창이다. 미국의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은 최근 권위 있는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지’에 실린 한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5월 미국 마이애미 잭슨 메모리얼 병원 응급실에 의식을 잃은 70세 남성이 실려 왔다. 신원 불명의 남성은 호흡 곤란을 일으키고 있었으며 패혈증 쇼크의 징후가 있었다. 의료진이 남성을 치료하기 위해 셔츠를 벗기자 쇄골을 따라 새긴 문신을 발견했다. 남성의 목 아래에 ‘소생술을 하지 마시오(Do Not Resuscitate)’라고 적혀 있었다. 마지막 단어 아래에는 서명이 기록돼 있었다.

 

사건을 겪은 의료진 중의 한 사람이었던 그레고리 홀트는 이런 일을 겪을 경우 의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죽음의 위협에 처해 있는 환자를 무조건 살려내야 하는 대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치료받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환자의 ‘치료받지 않을 권리’인 DNR은 미국에서 1970년대에 공론화되기 시작해 1991년 의료기관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도록 규제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며 대중화됐다. DNR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심폐소생술 이후 생존율이 5~15%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심폐소생술을 하기 위해 몸에 삽관을 하고 온갖 의료기구를 매다는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숨을 거두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DNR 서약을 했더라도 삽관과 심폐소생술 외에 항생제 투여나 투석 등 다른 적절한 치료는 계속할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공식 서류를 작성한 사람에 한해 ‘치료받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신은 인정하지 않는다. 환자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마이애미 대학 윤리 프로그램의 공동 창립자인 켄 굿맨(Ken Goodman)은 문신이 법적 효력이 없다하더라도 “환자가 원하는 것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말한다. 분명한 자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윤리를 연구하는 해스팅 센터의 낸시 벨링어(Nancy Berlinger)는 “환자는 문신이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데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면서 문신에 대해서 진지한 접근을 주장했다.

 

반면 윤리학자인 로리스 칼 지안(Lauris Kaldjian) 아이오와대 교수는 공식 서류가 아닌 문신으로 소생술 포기 의사를 밝히는 것은 존중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가 DNR에 대한 요구를 의사와 상의한 후 모든 정보를 제공받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며 “DNR 서약이 존중받으려면 이성적인 토론이 있었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문신가게가 토론을 할 만한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쟁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의료 시스템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 시애틀 워싱턴대의 후안 테노(Joan Teno)는 “누군가가 자신의 의사를 존중받기 위해 문신에 기대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 의료 시스템의 슬픈 폐단”이라면서 “환자들이 자신의 의사가 존중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갖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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