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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뒷굽-이신
[시]뒷굽-이신
  • 이신
  • 승인 2018.02.20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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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굽

            이신

 

지하철 환승 통로,

만 원짜리 구두 가게로

신발 한 켤레가 뒤뚱거리며 다가온다

뒷굽이 끌고 오는 대략, 몇 만 리

뒷굽이 싣고 오는 대략, 몇 십 년

지친 발굽소리에 그녀가 묻어온다

한 생의 뒤꿈치였던 그녀가

새 신을 찾는다

 

폐가처럼 기울어진 다리

다른 생의 기둥이던 두 종아리로

斜角을 견뎌온 그녀가

헌 신발을 벗는다

바깥쪽부터 쓸쓸하게 닳아버린

그녀의 구두가 벌린 품을 닫지 않는다

 

그녀가 신발 앞에 공손히 허리 굽힌다

(우리…, 참 오래 걸어왔지요?)

 

그녀의 눈동자에서 빈 배 한 척

뒷굽이 실린다

낡은 몸과 몸이 부딪치며 돌아서가는

지하도 계단에 기우뚱 기우뚱

붉은 놀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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