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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영화계 미투(ME TOO) 운동에 힘 실는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영화계 미투(ME TOO) 운동에 힘 실는다
  • 유진천
  • 승인 2018.03.14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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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책이 필요

 

 

 

 

지난해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파문을 기점으로 미투(Me Too)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는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 퍼져 각종 성 추문사건 폭로의 기폭점이 됐다. 특히 올해 우리나라는 문화계와 정치계를 포함한 각지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이들이 가해자로 지목되며 감추어 져있던 현장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거물 감독들과 배우들의 성추문으로 혼란스러운 영화계에서는 올바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개소했다. 지난 12일에는 이를 기념하는 것과 함께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의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회식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했으며 각각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소개 및 활동계획 발표 / 영화계 성평등 환경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 결과 발표와 토론회로 꾸려졌다.


'든든'은 이번 조사와 보고서의 목적이 영화계 내 성폭력/성희롱 현황파악을 위한 첫 번째 실태조사이며, 영화계의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기초조사의 성격을 지닌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 자료축적,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함을 함께 언급했다.

 

조사방법은 설문조사와 질적연구(심층면접 및 초점집단 면접)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의 내용은 ①성고정관념 ②직무 및 영화계 현장에 대한 인식 ③성폭력/성희롱인식 ④본인의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 ⑤타인의 성폭력/성희롱 피해 인지 경험 ⑥성평등한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 ⑦응답자 기본사항으로 구성됐다.


설문조사로 살펴본 결과, 영화계 종사자의 성 고정관념 점수는 5점 만점의 평균 2.06 강하지 않은 편이었으나 남성 2.2점 여성 1.98점으로 대부분의 항목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성고정관념이 강하게 나타났다. 직무 및 영화계 현장에 대한 인식은 평균 3.27점으로 보통(3점) 이상으로 나타났다. 불만족 비중이 높은 항목은 '성별에 따라 캐스팅, 구직기회, 근무조건의 차이가있다'(64.1%, 3.65점) / 중요 정보는 인맥, 술자리를 통해 결정됨(63.7% 3.68점) / '여성은 남성보다 영화계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어려움(54.9%, 3.46점)' 순이었다.


성별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은 '여성은 남성보다 영화계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어려움' 항목으로 남녀는 서로 26.7%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여성의 경우 크게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나 남성은 상대적으로 덜 느끼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성희롱으로 인식하는 범위에 대한 항목인 '성희롱 인식'과 관련한 항목에서는 가장 많이 인식되는 행위로 '원하지 않는 성관계요구(94.3%) /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이나 강요(93.9%) / 고용, 평가 등에서 이익을 조건으로 성적요구 제안(92.5%) 순이었다. 사적만남이나 데이트 강요(77%) / 가슴이나 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쳐다봄(81.8%) 등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성폭력/성희롱 행위이나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나타났다.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 중 '본인의 피해경험' 조사에서는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이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28.2%) /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 원치 않는 술자리 강요(23.4%) 순이었다. 모든 피해항목에 있어 남성보다는 여성의 피해 비율이 높은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들 피해 발생 당시 대처 방법으로 '문제라고 느꼈지만 참았음(44.1%)'이 가장 높았고, '모른 척 하면서 살짝 피함(30.7%)'으로 대답했다.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친구, 동료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공론화하지 않음(53%) /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참았음(20%)로 공적으로 해결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었다.

 

공론화 및 공적으로 대처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이유로 '넘어가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으로 생각돼서(34.1%)' / '업계 내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31%)' / '대처방법이나 도움받을 곳을 몰라서(26.7%)' / '캐스팅이나 업무수행에서 배제될 까봐(25.9%)' 의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경험에 대처할 때, 공론화하거나 공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이유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여성의 경우 '넘어가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으로 생각돼서(36.9%)' / '업계 내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31.5%)'이 주된 이유였던 반면, 남성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29.2%) / '가해자와 잘 아는 사이여서 말을 꺼내기가 어려움(25%)'으로 여성과 상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타인의 피해인지 경험과 관련해서는 넘어가거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음(38.3%) /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함(25.9%) 순이었으며 본인이 직접 피해를 입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공적, 제도적 조치는 1% 내외로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한 이유 역시 남녀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여성은 '당사자가 아니라서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고 생각돼서' / '가해자와 사건 발생공간을 신뢰할 수 없어서'/ '대처 방법 및 도움 받을 곳을 몰라서' 라는 답변의 비율이 높은 반면 남성은 '들은 이야기는 100% 신뢰할 수 없어서' /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 가해자와 잘 아는 사이여서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미해결 원인으로는 인맥과 소문 등이 중요한 조직문화인점 / 문제제기가 어려운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분위기, 성차별적 인식과 문화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한 것은 조직문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처럼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데 있어서 작게는 개개인의 인식의 차이부터 나아가서는 공적인 해결방법을 찾기 힘들게 만드는 조직문화와 위계환경 등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이날 문소리 배우, 임순례감독, 남순아 감독,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심재명 명필름대표, 임성환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 산업과장, 김선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원미경 법무법인은 토론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임순례 감독은 "영화계에서 깜짝 놀랄 만큼 지속적이고 끔직한 성폭력 환경에 노출돼 영화계를 조용히 떠날 수 밖에 없던 동료들이 많다. 그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미 투' 운동에 대해 다른 이슈를 덮기 위한 공작설, 진보 진영을 분열하기 위한 꼼수 등의 잡스러운 이론들이 있어 우려된다. 성이 평등한 사회는 한국 사람 모두가 꿈꾸는 가장 바람직하고 유일한 길이다" 라고 말했다.

 

문소리 배우는 "그 동안 미투 운동을 지켜봤다. 그리고 많이 힘들었다. 실제 내 주변의 선후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가해자거나 방관자였거나 암묵적인 동조자였다. 몇몇 피해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의 문제다. 서로 인정하고 반성의 마음으로 문제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질 때가 됐다"며 묵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아울러 과정의 올바름 없이 결과의 아름다움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한국 영화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 다같이 과정의 올바름에 힘쓰고 노력할 때라고 생각한다. 나도 같이 동참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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