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 18:09 (금)
어록으로 살펴본 정치인들의 성의식
어록으로 살펴본 정치인들의 성의식
  • 박경민
  • 승인 2018.04.09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은 한 개인의 생각, 의식, 관념 등을 반영한다. 그런 점에서 아무리 ‘무심코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말한 이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키워드이자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생기는 그 많은 공방 역시 이러한 ‘말’ 때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미투운동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들의 말이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들의 말은 정치인들의 성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차명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컷은 많은 곳에 씨를 심으려 하는 본능이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물론 그 역시 이런 말을 통해서 여성에 대한 성폭행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남자들은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말 역시 정치인의 성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최소한 성폭행을 옹호하는 말은 아니지만, ‘성폭행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는 인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역시 성폭행 피해자에게는 매우 가슴 아픈 말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이는 성폭행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화’라고 할 수는 있다. 성폭행을 가하는 남자가 ‘나의 본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항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문제는 가해자인 남자가 아닌 피해자인 여자로 향하게 된다. 결국 ‘남자들은 본능 때문에 성폭행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자가 조심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또 자유한국당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위원장을 맡은 박순자 의원은 “우리는 그간 터치만 있었지 성폭행은 없었다”라고 말해 역시 물의를 빚었다. 무엇보다 이 말을 한 사람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아이러니하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 ‘그럼 터치는 해도 되냐?’라고 반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 역시 ‘우리는 민주당보다 심하지 않다’라는 것을 말하려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터치’ 역시 성추행의 한 종류이다. 실수거나, 혹은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 이상, 타인의 몸에 ‘터치’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정치인들의 성의식을 드러내는 말들은 또 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캐디에게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된 후, “내가 딸만 둘이다. 딸을 보면 귀여워서 애정의 표시를 남다르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의장의 자리는 입법부인 국회를 대표하는 의전 서열 2위라는 점에서 그의 성의식은 한심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강용석 전 의원도 성희롱으로 시작해 결국 최근의 불륜 사건까지 파란만장한 여정을 거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대학생들과의 토론 자리에서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역시 성을 하나의 승진의 도구로 바라보는 저열한 성의식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은 가장 청렴하고, 가장 도덕적이어야 하는 시대의 리더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의식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미투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여의도파라곤 1125)
  • 대표전화 : 02-780-0990
  • 팩스 : 02-783-25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운정
  • 법인명 : 데일리뉴스
  • 제호 : 종합시사매거진
  •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0618
  • 등록일 : 2010-11-19
  • 발행일 : 2011-03-02
  • 발행인 : 최지우
  • 편집인 : 정하연
  • 종합시사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종합시사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isanewszin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