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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안에 있는 이들에게 세상과의 소통을 준비시키다
담 안에 있는 이들에게 세상과의 소통을 준비시키다
  • 김준현
  • 승인 2018.02.19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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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강성준 대표 “무제한 도서제공으로 재소자들 생활 지원”

 

 

 

 

교정업무는 복지나 교육과 같은 일반적인 사회서비스와 달리 치안과 연계된 부문으로, 민영화 대상으로 쉽게 주목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교정업무 민영화는 사회서비스 민영화 중에서 비교적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이미 교정업무의 민영화가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교정업무에 대한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재소자들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지원하는 사업은 외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노블레스’의 강성준 대표는 짧은 기간이나마 본인이 직접 담 안에 갇힌 생활을 해봤던 경험을 바탕으로, 재소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명확하게 찾아내 본인이 담 밖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하면서 재소자들이 조금 더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도서대여 사업으로 교정기관 내부의 한계 넘어선다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4개월 동안 갇혀 있었던 강 대표는 그 안에 있는 동안에도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았다. 주변 재소자들의 생활을 유심히 살펴보고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살펴본 뒤 그가 얻어낸 해답은 ‘이 안에서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을 밖에서 해결해주자’는 것이다.  

 

출소 후 ‘귀족’을 의미하는 ‘노블레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린 강 대표는 재소자들이 담장 안의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도서공급을 외부에서 지원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외부에서 도서를 구한 뒤 이를 재소자들에게 대여해줬다가 반납해주고 다시 대여해주고 하는 활동이 노블레스의 주요 활동”이라고 소개한 뒤 “교도소에 반입할 수 있는 책이 30권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다 보고 다시 반납해야 다음 배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서반입을 일반적인 주요업무로 하고 있는 노블레스는 그 외에도 교정 시설 안에서 할 수 없는 문서작업이나 대필, 합의대행, 법률자문도 외부에서 좀 더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외부면회를 통해서도 여러 작업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외부에 있는 우리가 더 빨리 문서로 전달해 줄 수 있다”고 말한 강 대표는 “안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고, 우리도 그들의 요구를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소자들이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니까 도서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데, 안에서는 이들의 수요를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노블레스에게 의뢰를 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사업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어려움도 있다. 특히, 교정시설의 경직된 태도와 일관적이지 않은 제도는 노블레스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성장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강 대표는 “의미를 따지자면, 우리는 재소자를 도와주는 입장인데, 교정시설의 직원들은 자기들의 일이 늘어나고 외부 업체를 통해서 도서반입이나 문서작업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제재를 강하게 하는 편”이라고 언급한 뒤 “문제는, 이러한 일들로 인해 재소자들이 시설 안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제한도서 제공으로 인생의 오점 지우고 떳떳한 아빠‧사위될 것

 

노블레스가 제공하고 있는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도서를 지원하는 사업은 노블레스 외에도 몇 곳에서 비슷한 아이템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이러한 경쟁사들과는 달리 ‘무제한 도서제공’으로 재소자들의 호응과 신뢰를 받고 있다. “다른 업체들의 경우 매매-매입 또는 정액제로 도서를 공급하는 반면, 노블레스는 회원으로 가입만 하면 만화책부터 소설, 웹툰, 잡지 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노블레스의 강점을 말한 강 대표는 “가장 큰 보람은 재소자들이 내 소식을 기다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가 전할 때 잠시라도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강 대표가 안에 갇혀 있어서 합의 진행이 어려운 이를 대신해 합의를 대행해준 일이 알려지면서 재소자들 사이에서는 노블레스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이 분야에서 짧은 시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 갇힌 생활을 경험했다는 것과 반드시 떳떳한 아빠이자 사위가 돼야 한다는 절박함이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갇혀 있는 동안에 아이가 태어났는데 곁에 있어주지도 못했다. 그리고 출소 후에 이런저런 일을 해봐도 적응이 잘 되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장모님이 친부모님 보다 더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의 노블레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한 강 대표는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 만큼 내 가족이 보고 있는데 다시 오점을 만들지는 않겠다. 사위 잘 되기만 기다리시는 장모님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부지게 각오를 밝혔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강 대표는 “교정시설에 있으면 높은 담 때문에 분리가 된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노블레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그러한 부분이 없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한다”며 “회원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출소하기 때문에 회사를 더 확장해서 안에 있는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자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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