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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는 내게 운명 같은 작품”,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에게 듣는 제작자의 삶
“‘신과 함께’는 내게 운명 같은 작품”,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에게 듣는 제작자의 삶
  • 전인수
  • 승인 2018.02.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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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영화 ‘신과 함께’가 누적 관객 수 14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대로라면 관객 수 1426만 명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한 ‘국제시장’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화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원동연 대표는 ‘신과 함께’가 자신의 ‘운명’과도 같았다고 말한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의 판권 경쟁에서부터 시나리오와 캐릭터 확정까지 수많은 난관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운명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완성되기까지는 무려 6년이 걸렸다.  

 

운명처럼 만난 영화가 원 대표의 운명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신과 함께’는 완벽히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한국을 넘어 대만과 홍콩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아시아권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신과 함께’의 천만 돌파로 원 대표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함께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든 쌍천만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모든 작품이 흥행한 것은 아니지만 제작자로서 정점에 오른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원 대표는 여전히 영화 제작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영화가 겪는 것과 같은 곡절을 제작자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작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신과 함께’처럼 좋은 작품이 태어날 때의 보람 때문이다.  ‘신과 함께’를 탄생시킨 원 대표를 만나 영화의 제작 과정과 제작자로서의 삶에 대해 들었다.  

 

관객 수 1400만 명을 돌파했다. 역대 2위도 가능할까?
개인적으로 순위를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10위 안에 든 영화 두 편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흥행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통의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 원작 웹툰을 처음 봤을 때 눈물이 흘렀다. 내가 죽었을 때 내 삶을 대변하고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제작진의 노력으로 그런 점들이 영화에 잘 반영 됐고 관객 분들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후속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2편까지 만들어 놨다. 앞으로 4편까지 제작할 생각이다. ‘신과 함께’는 프랜차이즈(시리즈)를 목표로 한다. 3편 이상은 해야 한다. 스핀오프, 프리퀄, 캐릭터 추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고민 중이다.  

 

제작 과정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재작년 말부터 멀티캐스팅이 마케팅 면에서 좋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영화가 자꾸 권력으로 비춰지는 거다. 이제 대마불사 법칙은 깨졌다. 실제로 ‘청년경찰’, ‘아이 캔 스피크’, ‘범죄도시’ 등 작년에 흥행한 영화들은 모두 중급 영화들이다. 신과 함께는 스케일이 너무 컸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약점으로 바뀌기시작하는 느낌에 많이 불안했다. 그러다보니 흥행을 장담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힘들었을 것 같다.
파산할 정도로 힘들었다. 불안감 때문에 밥도 들어가지 않았다. 밥맛이 없어 새 모이만큼 밥을 먹었다. 몸무게가 5키로씩 빠졌다. 밤에는 잠도 못 잤다. 새벽마다 감독과 전화해 편집 방향을 고민했다. 내 고민이 가족에게도 옮겨갔다. 아내가 ‘왜 그렇게 목숨 걸고 영화 하냐’ 할 정도였다. 미리 두 편을 찍어놔서 부담감이 더 심했다. 1편이 잘 안 되면 2편은 개봉도 못할 것 같아서였다.

 

그만큼 큰 기획의 영화였다.
30년 인생에서 제일 컸다. 판타지는 장면을 모두 새롭게 만들어내야 해서 비용부담이 상당했다. 프랜차이즈 기획이라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또 하라면 못 할 것 같다.  

 

좋은 영화가 될 거란 확신은 있었나.  

이창동 감독님은 좋은 영화는 만드는 게 아니라 만나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영화를 잘 만난 것 같다. 운명 같은 일이다. 제작 과정에서 하나만 잘못 되었어도 엎어졌을 것이다. 수많은 웹툰 중에서 ‘신과 함께’에 꽂힌 것도 주호민 작가가 판권을 나에게 넘긴 것도 운명 같다. 처음에 영화를 맡은 사람은 김용화 감독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 영화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고사했다. 그러고 나서 여러 감독을 거쳐 다시 김용화 감독이 맡게 된 것도 운명 같다.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내가 위로받았기 때문이다. ‘미녀는 괴로워’도 ‘광해’도 그렇게 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나.
특별하게 헐리웃 키즈는 아니었다. 심지어 주말의 영화가 방영할 때 AFKN에서 하는 메이저리그 야구를 봤다. 초등학교 때까지 집이 어려워 전학을 많이 다녔다. 친구들을 빨리 사귀려고 이야기꾼이 됐다. 재밌는 얘기를 해주려면 많이 봐야 했다.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내가 본 만화를 각색해서 얘기해주는 것이 재밌었다. 그래서 신방과를 가게 되고 졸업하고 광고회사 다니다가 각본을 쓰게 됐다. 영화보다는 이야기에 더 매료돼 있었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후에 영화제작자가 돼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흘러가다 보니까 제작자가 된 거다. 살면서 계획을 세워본 적이 별로 없다.

 

영화계에 들어온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말해 달라.
광고회사에서 2년을 일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일을 도우라고 했다. 2년 간 아버지 일을 도와드렸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삶의 재미가 없었다. 영업 쪽 일도 했는데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31살에 그만뒀다. 막연히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그 작품이 ‘돈을 갖고 튀어라’다.  

 

갑자기 시나리오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영화판에 연출부로 들어가기엔 나이가 너무 많았다. 제일 빨리 영화판에 갈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했다. 각본을 쓰면 가능할 것 같았다. 나는 계획하고 살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때 내 마음속에서 이런 아이디어로 글을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영화로 제작됐다.  

 

감독이 아닌 제작을 선택한 이유는?
감독 제안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내 성격이 항상 조금 업 돼 있다. 조증이다. 그래서 모든 씬에 힘을 줄 것 같았다. 감독으로서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은 많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예술영화 하는 분들을 존경한다. 예술가적 소신이 필요하다. 제작자와 감독은 다른 영역이라 생각한다.

 

창작에 관여를 많이 하는 제작자 같다.
시나리오에 관여를 많이 한다. 섹시한 시나리오가 나올 때까지 수정 과정을 계속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제작을 30년 하고 나니 제작 활동은 다소 익숙해졌다. 그런데 시나리오는 여전히 어렵다. 천만 관객을 끌어냈다고 해서 또 그만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건 아니다.  

 

영화 제작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 어떤 것을 만들지 결정하는 픽업에서 디벨롭까지의 과정이다. 실제로 아이템 다섯 개 중에서 하나가 영화화 될까 말까다. 만들다 만 영화들이 훨씬 많다.  

 

영화 제작자는 어떤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모든 작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성이다. 인간성이 그 사람의 성패를 가른다. 옛날에는 포지션에 맞는능력이 가장 중요했다. 배우는 연기를 잘하면 되고 감독은 연출만 잘 하면 되고 제작자가 비인간적이라도 파이낸싱, 제작 잘하면 되지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영화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다. 아무리 유능한 배우라도 작업에 문제가 생기면 함께 일하지 않으려 한다. 배우나 감독은 예민한 사람들이다. 한 쪽이 힘들게 하면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결국 서로에 대한 예의와 매너가 중요하다.  

 

제작자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한 마디 하자면.
일은 쉽게 배울 수 있다. 영화나 책보다 오히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역지사지 다른 사람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2편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크다. ‘신과 함께-인과 연’은 어떤 영화인가.
너무 많이 기대하셔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2편은 모자 관계의 수십 년 감정보다 폭이 더 넓은 감정을 다룬다.천년의 감정이 담겨 있다. 이 이상은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내가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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