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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초지능 사회가 올 것인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이 말하는 인공지능(AI)의 미래
[Column]초지능 사회가 올 것인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이 말하는 인공지능(AI)의 미래
  • 김경아
  • 승인 2018.01.16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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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이세돌 9단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대국을 지켜보며 대중들에겐 놀라움을 넘어 AI에 대한 공포심마저 번져갔다. 지금도 알파고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신 버전인 ‘알파고 제로(Zero)’는 기보 없이 혼자서 가상 바둑을 둔 지 단 3일 만에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 리(Lee)’를 100 대 0으로 완파했고, 학습 21일째에는 세계 바둑 챔피언인 중국 커제 9단을 이겼던 ‘알파고 마스터(Master)’의 수준을 넘어섰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보다 뛰어난 AI, 곧 초지능(superintelligence) 기계가 등장하면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현실화될 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지닐 정도이다.

 

인공지능이 태평양이면 알파고는 섬에 불과해

AI와 초지능의 미래에 대해 저서와 칼럼을 줄곧 발표해온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재에서 만났다. 이 소장은 1992년 국내 최초로 인지과학 개론서인 《사람과 컴퓨터》를 펴낸 인공지능 전문가이다. 그는 딥러닝(Deep Learning), 살인로봇, 초지능 등을 소개한 《2035 미래기술 미래사회》와 《4차산업혁명은 없다》를 펴냈다.

 

이 소장은 과학이나 AI에 관심이 없던 많은 대중들이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된 데에는 이른바 전문가들의 영향이 컸다고 말문을 열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같은 유명인사는 물론 다수의 학자와 연구자들이 전문가라는 이름 하에 각종 언론 인터뷰와 대담, 강연, 세미나에서 AI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무서운 미래를 언급하면서 생긴 과민반응이라는 얘기이다. 그나마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AI 관련 담론들은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게 이 소장의 지적이다.

 

“단적으로 말해 알파고는 명실상부한 AI가 아닙니다. 알파고를 AI라 칭하는 것, 알파고의 수준에 기반해 AI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5가지 능력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사람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스스로 의미를 찾는 학습능력, 시각인식·음성인식 등의 지각능력, 자연언어를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능력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AI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끼며 움직이는 기계를 개발하는 컴퓨터 과학이에요. 알파고의 경우 5가지 능력 중 두 번째인 학습능력, 즉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에 국한된 연구의 산물입니다. AI가 태평양이라면 알파고는 하나의 섬에 불과하죠. 알파고를 AI로 일반화시켜 괜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태는 자제돼야 합니다.”

 

외신들은 한국사회가 ‘인공지능 공포증(AI phobia)’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저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조차 2016년 3월 18일 온라인 뉴스에 한국 정부가 AI를 포함한 지능정보기술 산업에 5년간 1조원을 투자키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알파고의 승리는 AI 연구의 커다란 진전으로 묘사됐다. 한국사회는 충격을 받았고, 그 충격이 AI 연구 역량의 부족에 대한 우려로 확산됐다. 여기에는 언론들의 우려 섞인 헤드라인도 한몫을 했다.” 마치 우리나라의 상황을 과학적 사실이나 합리적 추론과는 동떨어진 막연한 두려움에 의한 근시안적 반응이라고 평가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인공일반지능, 곧 초지능이 머지않아 출현한다

그렇다면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끼며 움직이는 기계, 다시 말해 진정한 AI의 등장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시기를 언급하기 힘든 먼 미래에나 가능한 공상과학적 개념일까. 적어도 후자라면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소장은 그런 기계를 AI 학계에선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라 부른다면서 한 가지 설문조사 결과를 알려줬다. 2006년 AI가 학문으로 발족한지 50주년을 맞아 개최된 회의(AI@50)에서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AGI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59%가 2056년을 전후해 AGI를 가진 기계가 실현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41%는 불가능하다고 답했지만 과반수가 출현 가능하다는데 표를 던졌습니다.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 소장은 AGI의 실현 가능성을 예상한 근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제프리 힌튼 교수에 의해 ‘딥러닝’이라는 기계학습법이 제시된 것이 2006년입니다. 10년 좀 지나서 이 정도 빠른 발전을 이뤘다는 건 정말 놀랍습니다. 알파고는 분명 기계학습 분야의 최정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면 ‘딥 러닝’ 기법으로 뭘 해낼 수 있을지 예측하기도 힘들 만큼요.”


AGI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확산되면서 초지능이라는 용어가 일반인의 입에 회자될 정도이다.물론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데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도 있다. 2014년 10월 머스크는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교수 닉 보스트롬이 2014년 7월 펴낸 저서 《초지능》을 읽고 그런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이 책 원서를 펼쳐 보이면서 보스트롬은 “지능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현격하게 능가하는 존재를 초지능”이라고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어서 보스트롬이 기계가 초지능이 되는 방법으로 제시한 두 가지를 소개했다.

 

“하나는 인공일반지능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 업로딩(mind uploading)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기계 속으로 몽땅 옮기는 과정을 마음 업로딩이라고합니다. 마음 업로딩은 1995년 1월 펴낸 《미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에서 〈마음의 아이들〉이라는 칼럼으로 소개했지요”

 

이 소장은 이 대목에서 “26년 전인 1992년 2월에 펴낸 《사람과 컴퓨터》에서 오늘날 인공지능 분야에서 다루어지는 거의 모든 주제를 소개했다”면서 이른바 인공지능 전문가라고 행세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 국내 학계 풍토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전문지식 추론이나 학습능력 같은 인간 지능의 특정 기능을 기계에 부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을 따름이다. 다시 말해 인간 지능의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기계로 수행하는 기술, 곧 인공일반지능은 걸음마도 떼지 못한 수준이다. 그러나 일반인공지능의 출현이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가 도래할 미래이며, 그 미래가 40여 년 내에 현실이 될 수도 있다면 일반 대중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일견 납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장의 시각은 달랐다.

 

“기계가 인간을 이긴 것은 알파고가 처음이 아니에요. 계산과 기억을 포함한 무수한 분야에서 이미 인간을 물리쳤습니다. 우린 컴퓨터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죠. 한국에서 한국 사람을 상대로 벌어진 이벤트라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이지 새삼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이 소장은 AG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통제를 벗어나 인간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식의 부정적 논제에 대해선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 “저 또한 AI 기술들로 인해 디스토피아가 펼쳐질 수 있다고 봐요. 속속 실용화되고 있는 킬러로봇(살인로봇)이 그 본보기입니다. 컴퓨터 공학 자체는 군수산업을 기반으로 합니다. AI 연구의 최대 후원자도 펜타곤 산하 군사 연구기관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에요. AI 관련 기술이 발전할수록 군수산업에서의 활용도도 높아질 겁니다.”  

 

다만 이 소장은 인간의 우월성과 존귀함을 맹목적으로 부르짖는 이른바 ‘인간 쇼비니스트’적인 사고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인간이 꼭 최고가 돼야 한다곤 생각지 않습니다. 왜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 돼야 합니까? 아닐 수도 있음을 수용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4차산업혁명은 없다

이 소장은 일자리 상실 문제에 대해서도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를 제기할 때 빠짐없이 인용되는 것이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발표한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Employment)’라는 논문입니다. 미국 내 702개 직업을 대상으로 기계학습 같은 AI 기술발전에 따라 자동화하기 쉬운 직업을 분석했는데, 47%의 직업은 쉽게 자동화가 이뤄지고 20%는 중간 정도의 영향을 받는다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회학자의 연구보고서예요. AI 전문가나 로봇공학자가 판단할 내용도 아니고요.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에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로봇이나 AI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AGI의 출현에 대비해 윤리적 기준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이 소장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우리나라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AGI 연구의 윤리적 책임은 알파고 같은 것을 만들 능력을 가진 국가들이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예요. 우리가 고민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우리가 합의를 도출해낸다고 해도 그들을 강제할 수도 없고, 그들이 들어주지도 않을 테니까요. 지금은 윤리를 논하기보단 개발능력부터 갖춰야 합니다. 그래야 윤리를 논할 자격이 생깁니다.”  


이 소장이 말하는 자격을 갖추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2017년 7월 펴낸 《4차산업혁명은 없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한국사회에서는 인공지능을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여기고 있지만 인공지능의 산업적 측면을 다룬 스탠포드 대학의 <인공지능에 관한 100년간 연구> 보고서에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미국 백악관이 2016년에 두 차례 발간한 인공지능 보고서에도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딱 한번 언급될 따름이다”

 

그는 우리나라 인공지능 발전을 위해 로봇 연구체계의 재정비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AI의 궁극적 집합체인 로봇은 시장성이 뛰어나 AGI로 가기 전까지 경제·산업적 고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우리나라도 로봇을 포함한 AI 전 분야에서 이미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로봇의 경우, 연구개발 투자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해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성과 창출도 늦어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중복투자와 예산낭비를 찾아 개선하고, 로봇산업 육성 정책을 재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이 소장은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역시 AI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표적 융합학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로봇 연구자와 뇌 연구자를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단과대학을 설립해 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라 봅니다.”

   


AI 연구의 4대 걸림돌

이 소장에 따르면 오늘날의 AI 연구에는 크게 3가지 마음의 특성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정서, 무의식이다. “이 세 가지 사람 마음의 특성이 AGI 구현의 진정한 숙제이자 장벽입니다. 먼저 사람은 머리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생각한다는 ‘신체화된 인지’ 이론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요. 사람의 마음은 인지와 정서의 융합적 산물입니다. 때문에 인간은 알파고처럼 무조건 이기려고 하지 않습니다. 양심과 양보, 배려심, 측은지심 때문에 일부러 져주기도 합니다. 또 인간의 행동은 90% 이상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자동차가 달려오면 반사적으로 피하는 것처럼요. 과연 이 놀랍고도 위대한 인간 능력을 기계가 모사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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