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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완성은 구두, 건강을 지탱하는 건 발“, JS슈즈디자인연구소 전태수 명장을 만나다
“패션의 완성은 구두, 건강을 지탱하는 건 발“, JS슈즈디자인연구소 전태수 명장을 만나다
  • 정희
  • 승인 2018.01.12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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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경력으로 영부인 구두 제작

성수동에는 수제화거리가 있다. 1990년대 명동을 본거지로 삼았던 구두공장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성수동으로 몰렸다. 한동안 성수동은 구두 산업의 메카로 불렸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경기불황과 대량생산 구두와의 경쟁으로 쇠퇴했다. 부활의 조짐을 보인 것은 지난 2012년이다. 서울시와 서울성동제화협회가 협력해 수제화거리를 만든 이후 현재 약 500여 개가 넘는 수제화 업체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전태수 명장은 성수동의 터줏대감이다. 구두 제작을 시작한 지는 50년이 됐다. 지난 5월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구두를 제작하고 난 후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이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를 작업한 유홍식 명장과 함께 성수동에서 가장 유명한 명장이 됐다.

 

“아가씨 둘이 왔었어요. 시골 부모님 신발을 사줘야 한다며 둘러봤죠. 일주일 후에 보좌관이 왔어요.” 전 명장이 영부인의 구두를 만들게 된 계기다. 얼마 후 청와대 관저로 가서 직접 영부인의 발 치수를 쟀다. 벅찬 마음과 부담감이 겹쳐 이틀 간 잠을 설쳤다. 막상 제작을 시작하자 김정숙 여사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솔직하게 의견을 밝히고 아이디어를 내는 김정숙 여사의 참여에 작업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가 만든 구두는 7월 미국 순방 당시 공개됐다. 버선코를 닮은 디자인이 화제가 됐다. 김정숙 여사 구두 제작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명장가 운영하는 ‘JS슈즈디자인연구소’는 매출이 3배가 늘었다. 전 명장는 “발이 편한 신발을 만들려고 노력한 덕분에 좋은 일이 생긴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에게 좋은 신발은 곧 발이 편한 신발이다. 편하지 않은 신발은 건강에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발이 울퉁불퉁하고 두꺼비 같은 사람이 많은 것은 발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신발들 때문이다. 전 대표는 “패션을 완성하는 것은 구두이며 건강을 지탱하는 것도 구두”라고 말한다. 저렴하고 싼 중국산 신발은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통풍이 되지 않아 냄새가 나고 발이 변형된다. 전 대표는 안감을 가죽으로 만들어 땀을 흡수하고 배출하는 기능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랜 연구가 필요했다. 과거 구두공장에서 일할 때 수많은 수제화를 분해하며 연구의 시간을 가졌다. 악어, 도마뱀, 개미핥기, 각종 파충류 등 사용해보지 않은 재료가 없다. 연구의 시간들은 그대로 전 명장의 노하우가 됐다. 신어 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유명 인사들은 물론 가수 싸이 등 연예인들도 전 명장의 수제화를 찾을 정도로 디자인과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후진 양성으로 수제화 통한 경제 활성화 목표

전 명장는 자신이 쌓아온 기술을 전수하는 일에도 애쓰고 있다. 수제화 기술 전파를 통해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 중심의 교육과 취업이 아닌 기술과 창업을 중시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형성에 일조하기 위해서다. 현재 JS슈즈디자인연구소는 정부 지원 교육 프로그램인 ‘서울학생 직업체험 교육기부 인증기관’으로 선정돼 중·고등학생들에게 수제화 제작을 교육하고 있다. ‘수제화 디자인 경진대회’ 참여자들과 장인들을 매치해 상품 제작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디자인만 잘 한다고 해서 제품 생산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면 그것을 만들어 주는 장인도 필요하다. 개인이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다. 사회 구조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가 바라는 세상은 모두가 자신이 잘 하는 일에 몰두하는 세상이다.

   

“디자인을 잘 하는 사람은 디자인을 해야 해요. 제작이 맞는 사람은 제작을 해야죠. 모두가 대학을 졸업하고 원치 않는 공부를 해야 하는 세상은 불행한 세상이 아닐까요?” 50년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전 명장의 지론이다. 자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길을 권할 수 있다. 전 대표는 2016년 성수동 제1회 대한민국 수제화 명장 선발대회를 통해 1호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20년 이상 수제화 분야에서 종사하고 성동구에서 5년 이상 구두를 제작한 사람들 중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성수동 터줏대감에서 자타공인 명장이 되기까지 50여년이 걸린 것이다.

   

사람들에게 능력을 인정받고 유명세까지 얻으니 자연스레 시기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최근 전 명장은 평생 겪어보지 못한 일을 당했다. JS슈즈디자인연구소로 취업한 한 청년이 고소를 했다. 고용주가 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고소가 효과가 없으니 1인 시위에 나섰다. 전 명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주변에 호소했지만 대처 방안을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영문도 몰랐다. 과거 자신을 취재한 기자들에게 부탁해 사실을 확인해 보니 시위자가 부당한 합의를 통해 이익을 편취하려는 단순한 목적에서 벌인 일이 아니었다. 청년을 고용해 분란을 조장하고 전 명장의 평판을 깎아내리려는 누군가의 계획적인 활동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아직 명확한 상대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전 명장은 협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대처할 생각이다. 자신의 평판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시기로 인한 훼방은 돈만 생각해 전체 수제화 산업에 지장을 주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전 명장은 서로 각을 세우고 다투는 것이 아닌 협회와 함께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꿈꾸고 있다. 그는 개인을 명예롭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노력과 증명이라고 말한다. 후진 양성에 애쓰고 명장 제도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 명장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상생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앞으로의 꿈에 대한 질문에 전 명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요. 현재 슈즈 박물관을 만들어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계획 중입니다. 우리 수제화거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싸우는 쪽이 아니라 서로 도우면서 상생하는 방법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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