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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이 아닌 타협과 화합으로, 소송 아닌 중재로 상호간 존중과 소통 방안 찾는다
다툼이 아닌 타협과 화합으로, 소송 아닌 중재로 상호간 존중과 소통 방안 찾는다
  • 정희
  • 승인 2018.01.12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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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중재인협회·한미법학회 이기수 회장

 

 

 

 

우리나라 민사사건 소송 규모는 지난 2015년 1심 기준으로 54조 5072억 원에 달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분쟁에 맞닥뜨렸을 때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소송 절차를 따른다. 3심까지 이어지는 법정 소송은 개인에게 상당한 시간과 경제적 손실을 안긴다. 이기수 대한중재인협회장은 소송에 목매는 우리나라 문화가 국민의 성정 탓이 아니라 제도적 미비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는 소송 대신 대안적 방안으로 대체적분쟁해결(ADR)을 든다. 중재는 그 중 하나다.

 

왕성한 활동으로 대한중재인협회 이끌어

이기수 회장은 지난 2011년 2월 말 고려대학교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총장을 맡은 지 3년 1개월 만이다. 이미 노년의 휴식을 꿈꿀 나이지만 편안한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부지런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조금이나마 자신이 몸담았던 학계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다. 2011년 3월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로스쿨 객원석좌교수로 강의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회장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대법원에서 제3기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다. 한국과 미국을 여러 차례 오가다가 결국 제안을 수락해 위원장직을 받아들였다. 3기는 대법관 출신이 맡았던 1·2기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학자 출신인 이기수 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화제가 됐다. 2013년까지 위원장 직무를 수행하고 2017년부터는 회원들의 추대를 받아 제10대 (사)대한중재인협회 협회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학자로서의 연구 활동과 각종 기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 우리나라의 소송 문화의 불합리를 개선하고자 중재인 활동을 시작했다. 법을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소송을 통한 불필요한 대립과 충돌이 빈번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사회적 비용도 상당해 다른 나라에서 이미 활성화 돼 있는 중재 제도를 우리나라에도 활성화 하고자 했다. 이 회장은 이미 학계에서 존경받는 교수로 남았지만 여전히 식지 않는 열정으로 각종 대외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사회적 체면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가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는 키워드는 대한민국 헌법 10조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이 회장에게 행복 추구권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어다. 개인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순기능이 잘 작동해야 한다. 법률도 그 중 하나다. 법이 갈등을 조장하고 행복을 침해하는 쪽이 아닌 행복의 권리를 독려하고 사회구성원들을 화합하는 방식으로 기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갈등을 잘 해결할 필요가 있다. 그가 중재 제도에 전념하는 이유다. 2017년 1월 6일 중재인협회장 당선 소감에서는 이러한 의지가 잘 드러난다. “대한민국은 20세기 광복과 민족분단이라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21세기에 이른 지금 세계 10대 강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러한 경이로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내재한 갈등과 대립은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 대한중재인협회가 우리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혼신의 열정을 다하겠습니다.”

   



중재인 제도 활성화로 윈윈 이뤄낸다

“대체적분쟁해결(ADR)에는 중재, 조정, 화해가 있습니다. 미국은 92%, 일본은 3분의 2가 대체적분쟁해결을 이용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98%가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죽기살기로 소송에 매달려서 비용과 시간을 소모합니다. 무엇보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일상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재는 분쟁을 법원 재판이 아닌 중재인의 판정으로 해결하는 제도다. 중재법에 따라 중재판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인정받는다. 중재는 법정 판결의 신뢰성을 확보하면서도 신속하고 간소한 절차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분쟁당사자 간의 갈등을 해결할 여지가 많다.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게 되는 소송 절차와 달리 중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장점이다.

 

1985년부터 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회장은 중재를 통해 대립을 넘어 화해로 끝맺은 긍정적인 사례를 많이 겪었다. 1990년 인천의 모 화학공장 부지 매매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화학제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부지의 흙을 파내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를 두고 매도인과 매수인이 다투고 있었다. 중재인이었던 이 회장은 공동 중재인 2명 및 당사자의 대리인들과 현장을 살펴보고 토론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에 이 회장의 계좌에 상당한 금액이 들어와 있었다. 송금자에게 연유를 물으니 양 당사자와 대리인이 분쟁 해결에 만족하고 협의 하에 보내 준 중재료였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중재 제도의 일면을 보여주는 이상적인 사례다.

 

이 회장은 대체적분쟁해결의 효과를 알게 되고 제도 활성화에 앞장섰다. 다른 중재인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 현재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인으로 등록돼 있는 사람은 1100명으로 늘었고 (사)대한중재인협회 회원은 2200여 명에 달한다. 지난 2017년 12월 6일에는 산업자원부에 있던 (사)대한중재인협회가 법무부로 관할부서 이관작업을 마쳤다. 법정지정기부금단체는 3월 중 확정된다. 앞으로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련, 중소기업진흥원과 MOU를 체결해 각 단체 회원들에게 중재 제도를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임기 2년의 협회장직을 중임해 2년 더 이어갈 예정이다. 2019년에는 (사)대한중재인협회가 20주년을 맞이한다. 그는 책임감을 갖고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해 많은 사람들에게 중재 제도와 대체적분쟁해결 제도를 알릴 생각이다.

   



후학 양성에 전력, 43명의 교수 배출

지난 12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미국의 사법 집행과 ADR의 최신 동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올해로 7년째 지속되고 있는 학술회로 한미법학회와 (사)대한중재인협회가 주최했다. 이번 학술회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정혜련 경찰대 교수는 이 회장이 가르친 학생 중 43번째로 교수가 된 제자이다. 학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이 회장에게 제자들의 활동은 자랑거리다. 현재 교수로 활동하는 제자가 43명, 판사는 22명, 검사 16명, 변호사 56명, 변리사 9명, 기업인이 67명, 공직에서 활동하는 제자가 11명이다. 그는 제자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지켜나가고 있다. 매년 두 번 제자들을 만나 식사를 함께한다. 학계에서는 떠났지만 멘토로서 스승의 역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이 제자라고 말하는 그는 다시 한 번 행복추구권을 강조했다. “모든 사람을 존엄과 가치를 가진 행복해야할 사람으로 바라본다면 이 세상은 보다 나은 세상이 될 겁니다. 화합과 행복의 길이 멀리 있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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