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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의 이미지 변신, 어디까지 먹힐까?
황교안의 이미지 변신, 어디까지 먹힐까?
  • 정하연
  • 승인 2019.10.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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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이미지’는 생명과도 같다. 이미지는 선거로 이어지고 선거는 정치생명의 연장하는 데 결정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일을 해도 ‘왠지 진정성이 의심이 된다’, 혹은 ‘저 사람의 말은 믿기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생기면 정치를 해나갈 수 없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공안검사 출신에 법무부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역임했다. 우리 사회의 ‘초엘리트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자유한국당은 ‘웰빙정당’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판에 황교안 대표의 과거 이력은 ‘서민층’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그에게 이러한 서민적 이미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취약점으로 작용한다. 황교안 대표를 이를 모를 리는 없을 터. 최근 그는 이미지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황교안의 삭발현장 그의 이미지 변신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사진=시사매거진CEO(출처: 자유한국당)
황교안의 삭발현장 그의 이미지 변신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사진=자유한국당)
 
희화화 위험 무릎쓰고 삭발
지금의 시대에는 정치인의 이미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이제는 여야의 공약이 거의 차별화가 없는 시대다. 과거 여당과 야당, 혹은 진보와 보수를 선명하게 나누는 공약 중의 하나가 바로 복지 분야였다. 진보 측은 복지에 상당한 신경을 쓰는 반면, 보수 측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복지 공약만 봐서는 진보와 보수를 구별하기가 힘들다. 이 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들도 매우 엇비슷해졌다. 비록 당선 이후 그 공약이 지켜질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서 공약집만 보고는 선뜻 선택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나 보니 그 다음으로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이미지다.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 ‘어떤 사람이 더 믿음직해 보이는가’라는 이미지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게재된 한 장의 사진이 가진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정치인의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지난 9월 16일.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삭발식이 열렸다. 그간 몇몇 의원들이 삭발을 하기는 했지만, 황 대표가 삭발에 나설 것을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그의 점잖은 이미지에 갑가지 삭발이라도 하면, 이것 자체가 또 다른 ‘희화화’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특히 그의 삭발 중 잠시 헤어 스타일이 투블럭처럼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저렇게 하니까 잘 생겼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 후 인터넷 상에는 의외의 모습을 호평하는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측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물론 이것을 우연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철저하게 계획된 일이었다. 사전에 헤어디자인을 섭외할 때부터 옆머리부터 쳐나가기 시작해 마치 투블럭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매우 주효했다. 만약 앞머리부터 깎기 시작했다면 매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날로부터 6일 뒤, 황교안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경제대전환정책인 ‘민부론’의 발표하는 무대에 섰다. 이 날 황교안 대표는 양복을 벗고 면바지와 푸른색 티셔츠로 젊은 분위기를 한껏 연출했다. 영화 <명량>의 OST인 ‘출정’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핸즈프리 마이크를 낀 황 대표는 마치 스티브잡스처럼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발표에 대해 기성 정치권인 여당과 야당은 ‘민부론은 온데 간데 없고 스티브잡스만 있었다’는 식으로 호평을 했다. 하지만 이날의 모습 역시 기존의 황교안 대표의 이미지에 큰 파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삭발과 민부론 발표. 이 둘을 기획한 사람은 바로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 김찬형씨다. 제일기획 출신인 그는 지난 30년간 홍보와 마케팅에만 전념해 온 사람이다. ‘김연아 PT’도 그의 작품이다. 
이러한 황교안 대표의 이미지 변신에 대해서는 세 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이제 드디어 황교안 대표가 ‘옆집 아저씨’가 됐다”고 호평했다. 그간 엄격한 법률가의 이미지를 벗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또 “다른 것은 몰라도 변화하려는 의지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황교안 대표의 이미지 변신이 성공적이라는 이야기다. 
 
실체없는 이미지는 오히려 부작용
부정적인 의견도 물론 존재한다. “삭발하고 스티브잡스 흉내를 낸다고 해서 황교안의 과거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심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경제에 대해서 무지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러냈다. 그런 그가 면바지를 입고 민부론을 발표한다고 해서 그게 현실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등의 의견이다. 
마지막 의견은 “이런 변신이 보수의 아이콘에 걸맞는 것인가?”라는 방향성에 대한 것이다. 사실 황교안 대표가 보수 쪽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보수가 바라는 전통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과거 홍준표 전 대표 시절, 그가 했던 막말 때문에 보수의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다는 점이 황교안 대표에게 ‘전통적인 이미지’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그의 ‘젊은 이미지로의 변신’이 과연 득이 되겠냐는 의견이다.
 
삭발한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국파면, 대한민국이 죽었다는 내요이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앉아있다. 사진=시사매거진CEO(출처: 자유한국당)
삭발한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국파면, 대한민국이 죽었다는 내요이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앉아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이런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대표의 이미지 변신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는 유력주자이다. 지금 현재의 야당 출신의 인사들만 봐서는 황교안 대표를 넘어살 수 있는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기간 황 대표는 자신의 이미지를 또다시 새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는 ‘탄핵 대통령의 총리’라는 것이 꼬리표가 달려있다. 따라서 그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인의 이미지 변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런 마음을 처음부터 가졌던 것처럼 보여야만 한다. 하지만 삭발이나 스티브잡스 흉내는 너무 외형의 변화에만 집중하는 이미지 변신의 방식이다. 머리를 삭발해도 결국 황교안이고 면바지를 입어도 결국은 황교안이다. 이렇게 실체와 이미지가 겉도는 상황에서 황교안 대표의 이미지 변신이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는 역부족일 수가 있다. 

더불어 자칫 이미지만 너무 키워지면 나중에 더욱 큰 배신감을 부를 수가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는 잘생긴 얼굴과 똑 부러지는 논리로 한때 대선 주자로까지 급부상했다. 그가 성폭력을 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그러나 한번 그의 이미지가 거꾸러지자, 사람들은 그의 이미지를 믿었던 만큼이나 더욱 그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고, 분노했다. 이럴 경우라면 차라리 ‘어쩐지 그런 놈 같아 보였어’라는 이미지가 분노를 누그러뜨리기도 한다. 
더구나 이런 이미지 변신에 대해서는 유권자들도 주의를 해야 한다. 이미지는 실체를 담보하지 못한다. 정치라는 것은 결국 국민을 위한 진정성과 그것을 이뤄낼 수 있는 공약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이미지에만 매몰되어 있다면, 정치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은 이미지에 속아 또 그것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는 국가발전에도 심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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