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만 재산에 건강보험료…
[경제] 한국만 재산에 건강보험료…
  • 최동희
  • 승인 2019.08.19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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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폭탄' 은퇴자들 목소리 커져...
건강보험에 대한 은퇴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역가입자에게만 재산 보험료를 부과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고쳐지지 않는 가운데 주택 공시가격과 건보료율이 줄줄이 오르면서 보험료 부담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때 재산 보험료 축소 등 일부 개선이 이뤄졌지만 저소득층만 혜택을 봤다. 정부는 중산층 이상 지역가입자는 오히려 부담을 더 늘렸다. 여기에 지난해 주택 공시가격의 큰 폭 상승, 올해 건보료율 8년 만의 최고폭 인상(3.49%) 등이 겹치면서 보험료가 치솟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건강보험에 대한 은퇴자들의 부담률 또한 높아지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들의 불만 또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에 대한 은퇴자들의 부담률 또한 높아지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들의 불만 또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퇴자의 건보료 부담은 앞으로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도 주택 공시가격을 크게 올린 데다 내년 건보료율도 올해만큼 많이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년엔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금융소득에 대한 건보료 부과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지역가입자는 331만 명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지역가입자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공무원이 퇴직하면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데 재산과 자동차에도 건강보험료를 물린다. 공무원 재직 때보다 소득이 줄었는데 건보료를 더 내는 게 어떻게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인가.”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은퇴자의 불만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건강보험공단에도 보험료 민원이 매년 약 7,000만 건 접수되는데 대부분 지역가입자 차별 철폐를 호소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불합리한 제도는 그대로 둔 채 주택 공시가격과 건보료율만 대폭 올려 은퇴자의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은퇴 후 각종 정부 정책이 겹쳐 건보료가 두 배 넘게 뛰었다’ ‘100만원 넘는 건보료 폭탄을 맞았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했지만
한국 건보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건보료를 매긴다. 반면 은퇴자,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에도 건보료를 물린다.
세계에서 재산에 건보료를 물리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본도 중앙정부 차원이 아니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영업자 소득 파악이 어려워 재산보험료가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소득파악률이 80%를 넘기 때문에 건보료 부과 기준을 소득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작년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단행했지만 은퇴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재산 5,000만원 이하, 배기량 1,600㏄ 이하 자동차 보유자 등 저소득층엔 혜택을 줬지만 중산층 이상은 오히려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금소득을 건보료에 반영하는 비율을 20%에서 30%로 높인 데다 건보료를 매기는 소득·재산 등급표상 연소득 3,860만원, 재산 과세표준 5억 9700만원 이상인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더 내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주택 공시가격발(發) 건보료 상승도 현실이 되고 있다. 주택 공시가격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2017년 8.1%에서 작년 10.2%로 뛰었다. 공시가격 상승은 지역가입자의 경우 작년 11월 건보료에 반영됐다. 그 결과 가구당 평균 보험료가 9.4% 증가했다. 전년도 증가율(5.4%)의 두 배에 육박한다. 공시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자산가들, 한달 넘게 해외여행, 1개월 이상 체류땐 보험료 면제
자산가들의 해외 골프 여행에 뜬금없이 건보료가 끼어든 건 ‘국외 출입국자 건강보험 급여정지 및 해제 제도’ 때문이다. 지역 건보가입자가 해외에 1개월 이상 체류하면 건보료 납입일인 1일이 낀 달의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5월 30일 출국해 7월 3일 입국했다면 6월분과 7월분 두 달치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다만 이 기간 건강보험 혜택은 정지된다.

대기업 임원에서 은퇴한 A씨는 최근 가까운 친구들과 동남아시아로 35일짜리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멤버는 A씨처럼 매달 100만원 이상 건보료를 내고 시간 여유가 많은 자산가들. 이들이 붙인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건강보험료로 여행하기’였다.
A씨가 35일 동안 동남아에서 쓴 비용은 숙식과 항공료, 여행자보험 등을 포함해 400만원 안팎. 비용의 절반 이상을 두 달치 건보료로 충당했다. A씨는 “35일 동안 한국에 있었더라도 식비와 골프비 등으로 200만원 이상 썼을 것”이라며 “병원에 정기적으로 가야 할 필요가 없는 은퇴자 사이에서 ‘건보료 골프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편법 여행이 성행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역 건보료가 자산가들에게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점을 꼽는다. 일본 등 선진국은 건보료 최저 금액과 최고 금액 차이가 50~100배 수준인 데 반해 한국은 지역가입자 보험료 최저액(1만 3000원)과 최고액(318만원) 차이가 300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자 건보료를 많이 깎아 주는 대신 고소득자에게 그만큼 과중한 건보료 부담을 지운다는 의미다. 이는 소득이 없고 자산이 많은 은퇴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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