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삶을 생각하며
[칼럼] 삶을 생각하며
  • 김준현
  • 승인 2019.08.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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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의 삶을 BCD라고 요약했다. B는 출생(Birth)이고, D는 죽음(Death)이며 사이의 C는 선택(Choice)이다. 출생과 죽음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된다. 그러나 태어난 이후 죽음까지 삶의 과정에는 많은 부분들을 우리가 선택한다.
 
우리는 지구상의 시간과 공간 속에 태어나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 삶을 만든다. 이 말은 인생의 내용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는 나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렸다는 뜻이다. 나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적 존재임을 말한다.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전적인 나의 책임이다. 누가 대신 살아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고, 그것이 인간이다.
 
우리가 태어난 삶의 환경들은 모두 다르다. 어떤 누구는 유리한 조건에서, 누구는 불리한 조건에서 태어난다. 분명히 차별적이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조건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평등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차별이든 평등이든 내게 주어진 삶의 현실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느냐는 내가 선택한다. 빈민촌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삶에 감사할 수 있고, 재벌의 자식으로 태어났어도 삶이 권태로울 수 있다. 열악한 조건 속에 태어났지만, 가능성을 믿고 자신을 연마시켜나갈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정신분석학자였고, 지금은 로고테라피라는 정신의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던 빅터 프랭클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혹독한 수용소 생활에서 육체적 삶이 나치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구속됐지만, 그들이 자신의 마음의 자유를 빼앗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자기를 통제했던 나치보다 자신이 더 자유로웠다고 한다. 그들이 자신의 육체를 최후에 죽음으로 빼앗을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의 마지막 자유는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현실에서도 삶의 의미를 해석하고 선택하는 자유다. 프랭클은 해방된 후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심리요법을 제창했다.
 
우리는 자신이 누군가라는 사실에 궁금해한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환경과의 관계 속에 있다. 우리는 가정이든, 사회이든, 국가이든 이미 주어진 환경에 구속된다. 내게 부닥친 삶의 환경적 현실로부터 아무리 도피하려 하지만, 그것은 내 앞에 버텨 있다. 변함없다. 그때 좌절감과 우울감이 내게 엄습해 올 수 있다.
 
프랭클은 현실과 마주해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무슨 자유인가. 그것은 어떤 상태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그 상태에 대한 태도를 선택하는, 의미를 선택하는 자유와 힘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 반응에서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달려있다.” 프랭클의 말이다. 현실 자체를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그 현실을 대하는 생각과 마음은 내가 선택한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스위스의 신학자 한스 우르스는 “당신이 무엇인가는 신이 당신께 준 선물이고, 당신이 무엇이 되는가는 신께 대한 당신의 선물이다”고 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신의 선물이지만, 내가 무엇이 되는가는 신께 드리는 선물이다. 우리는 신이 준 가능성으로 가능성의 존재가 되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때때로 언론에서 삶의 고통으로부터 소중한 목숨을 끊는 비보를 듣는다. 대한민국이 안타깝게도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제일 높다고 한다. 부닥친 삶의 고충이 얼마나 큰가를 짐작할 뿐이다. 그것은 모두의 아픔이고, 같은 인생을 사는 우리의 과제다. 라틴어에 ‘factum’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뜻은 ‘사실’(fact)이라는 의미보다는 ‘만듦’의 뜻이 본래적이다. ‘만들 수 있음’, ‘할 수 있음’이 우리의 본래적 사실이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적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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