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교육부 특별교부금, 정치권과 관료들의 쌈짓돈으로...
[사회] 교육부 특별교부금, 정치권과 관료들의 쌈짓돈으로...
  • 안철홍
  • 승인 2019.07.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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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교부금(特別交付金)은 국가가 지방재정의 지역간 균형을 도모할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여 주는 재원인 지방재정교부금의 일종으로 지방교부세법에 따른다. 지방교부세법 제9조에 따르면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을 때, 재정수입의 감소가 있을 때, 자치 단체의 청사나 공공복지시설의 신설·복구·보수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지방교부세 총액의 1/11을 지정하여 교부한다. 특별교부금이 전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올해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이다. 이 예산은 국가시책(60%)과 지역현안(30%), 재해대책(10%) 등 세 분야로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 문제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에 교부된 특별교부금을 분석한 결과, 특별교부금이 정치력에 휘둘려 배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으로 나뉜다. 보통교부금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과 재정수요를 획일적·기계적으로 산정하여 교부하기 때문에 회계연도 중에 특별한 재정수요가 발생하거나 재정수입이 감소하는 경우 이에 충분히 대처할 수 없다. 이러한 사태에 대비하여 교부하는 것이 특별교부금이다. 지난해 8월 한국거버넌스학회보에 실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의 영향요인 분석’ 논문에 따르면 집권여당 국회의원이 속한 지역일수록 그 외의 지역보다 더 많은 지역교육현안사업 예산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현 교육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지역구와 시·도 교육감 출신 학교가 속해 있는 지역도 다른 지역과 비교해 더 많은 특별교부금을 배분받았다. 논문을 작성한 신가희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특별교부금이 합리성과 형평성에 기반해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별교부금의 60%를 차지하는 국가시책사업 예산은 교육부 장관이 추진하는 사업을 시·도교육청에 ‘강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교육부 장관이 사용 용도를 제한하고, 조건을 걸어 해당 예산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은 “국가시책사업 예산은 교육부 장관이 추진하는 사업이나 교육부 각 부서의 실적을 올리기 위한 돈”이라며 “1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정치권과 관료들의 쌈짓돈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교육현안수요 특별교부금의 지역 격차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가장 많은 지역교육현안수요 특별교부금을 배분받은 곳은 경기 지역으로 1,075억 원을 받았다. 반면 제주는 62억 원에 그쳤다. 지역에 따라 교부금 격차가 최대 17배까지 벌어졌다. 경기(1,075억 원)와 서울(562억 원), 부산(253억 원) 순으로 지역교육현안수요 특별교부금이 많이 배정되면서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의 특별한 교육수요에 대응한다는 본래 취지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사전 협의 않고 예산부터 편성한 결과
경기교육청은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체육활동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2017년부터 ‘실내체육관 건립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을 위해 경기교육청은 2017년 450억 원, 지난해엔 1,25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총 1,700억 원의 예산은 지난해까지 한 푼도 집행되지 못했다. 당초 광역자치단체(경기도)와 기초자치단체(관내 시·군)에서 각각 예산의 35%와 15%를 분담해준다는 가정 아래 사업 계획을 짰지만 정작 시·군과는 아무런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예산부터 편성했기 때문이다. 계획도 없이 ‘우선 예산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교육청 때문에 더 필요한 곳에 쓰일 수도 있었던 세금 1,700억 원이 2년이나 비효율적으로 방치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감사원은 올해 2월 “사업예산 편성이 부적정했다”고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기교육청이 이처럼 허술한 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던 건 내국세의 20.46%로 고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수요와는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시·도 교육청에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재정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0년간 경제 성장에 따라 세수가 증가하면서 내국세와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전국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09년 744만 7000여 명에서 올해 4월 546만 7000여 명으로 26% 줄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교부금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시·도 교육청이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엉뚱한 곳에 돈을 쓰는 사례가 왕왕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정비 시급
지난해 11월 서울교육청이 2019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75억원 규모로 신설한 ‘재해·재난목적 예비비’도 그런 사례다. 서울교육청은 “재난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그런 용도로 쓰이는 ‘일반예비비’가 매년 100억 원 규모로 편성돼 있었다. 더욱이 지난 3년간 일반예비비 평균 집행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재해·재난목적 예비비 신설은 불필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청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교직원에게 복지예산을 편성한 사례도 있었다. 전남교육청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관내 교직원에게 암 검진비 명목으로 48억원을 예산에 편성해 집행해오다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교육예산이 초·중등교육에 편중된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등교육 과정에 대한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2015년 기준 한국이 1만109 달러로 OECD 평균(1만 5656 달러)보다 35.4% 낮았다. 반면 초등학교 과정에선 한국이 1만 1047 달러로 OECD 평균(8,631 달러)보다 28% 높았다.

한국은 평생·직업교육 관련 예산도 전체 교육예산의 1%에 불과하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이 급변함에 따라 평생·직업교육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스스로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 어떤 현금 퍼주기 정책보다 확실한 사회안전망”이라며 “유아 및 초·중등교육에만 지원을 집중하는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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