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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馬)과 자동차-조영환 남화토건 전무이사
[칼럼] 말(馬)과 자동차-조영환 남화토건 전무이사
  • 조영환
  • 승인 2019.05.17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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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반 과학혁명의 결실로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전까지 인간에게 가장 빠른 운송 수단은 말이었다. 그 시대에는 명마名馬가, 오늘날에도 최고의 승용차를 가진 남성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이 가진 명마다. 화랑이던 젊은 날, 김유신에게는 멋진 명마가 있었다. 그런데 젊은 혈기에 천관이라는 기생에게 푹 빠져 지낸 것이 탈이었다. 어머니 만명 부인은 “장차 큰일을 할 사람이 천박한 기생에게 빠져 헤어나질 못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냐!”라며 엄하게 질책했다. 정신이 번쩍 든 김유신은 다시 천관의 집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유신이 친구들과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명마를 탄 채 졸음조정을 하며 귀가하고 있었다.
 
문제는 말이 너무 영리해 술에 취한 유신을 태우고 자동으로 천관의 집으로 향한 것이다. 눈을 뜬 유신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다시 천관의 집에 가지 않겠다는 맹세를 깨고 만 것이다. 결단력 있는 그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명마를 단칼에 죽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관의 집을 떠났다. 그 후 유신은 김춘추의 딸과 결혼했고, 천관은 사랑을 잊지 못해 자결했다. 김유신은 아끼던 명마의 목을 베고 천관의 목숨을 끊은 그녀의 집터에 ‘천관사’라는 절을 지었다.
 
《삼국지》에도 4대 명마가 나온다. 그 명중 ‘적토마’는 키가 180미터나 되고 붉은 빛이 도는 털에 토끼처럼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해서 적토마인데, 하루에 천 리를 달렸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진다. ‘천리마’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한 듯하다. 적토마는 원래 동탁의 애마였는데, 동탁은 여포를 휘하에 거느리기 위해 여포에게 이 말을 선사했다.
 
적토마에 매료된 여포는 곧 동탁의 양아들이 되었다. 여포가 적토마를 타고 창을 휘두르면 유비, 장비, 관우 삼형제와 겨루어도 밀리지 않았다고 한다. 여포가 죽은 후에 적토마는 조조의 소유가 되었고, 조조는 다시 유능한 인재를 들이고자 관우에게 이 말을 선사했다. 하지만 관우는 적토마를 받아 올라타고서는 도망쳐버린다. 훗날 관우가 마충에게 잡혀 즉결 처형되자 적토마는 주인인 관우를 그리워하며 슬피 울다가 굶어 죽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조자룡이 전리품으로 획득해 주군인 유비에게 바친 ‘적로마’, 너무 빨라 그림자가 저 멀리 뒤따라 왔다던 조조의 ‘절영마’, 번개처럼 빨랐던 ‘조황비전’등 중국에는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명마들의 전설이 장황하게 전해진다. 서양의 명마 중 가장 유명한 말은 알렉산더의 ‘부케팔루스’이다. 이 말은 한눈에 보기에도 온몸에 윤기가 흐르는 명마 중의 명마였다. 하지만 어찌나 펄펄 날뛰는지 아무도 다룰 수가 없었다. 마케도니아의 내로라하는 장수들이 모두 도전했지만, 궁중의 조련사는 물론 알렉산더의 스승이자 마케도니아 최고의 장군인 필로티스조차 굴러 떨어지는 굴욕을 당하고 말았다.
 
이때 이 모습을 관찰하고 있던 열두 살의 알렉산더가 나섰다. 자신이 성공을 못 하면 벌금을 물고, 성공하면 말을 자신이 소유하기로 내기를 걸었다. 어린 왕자의 제안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필리포스 2세는 걱정이 되었지만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렉산더는 말에게 다가가 귀에 뭐라 속삭이며 한참을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등 위에 올라 힘차게 발버둥 치는 말의 방향을 반대로 틀었다. 그러자 마치 원래 주인을 만난 듯 말과 왕자는 혼연일체가 되어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말은 해를 등지고 있어 자신의 그림자에 놀라 펄쩍펄쩍 뛰었던 것이다. 이를 눈치 챈 알렉산더는 말을 안정시키기 위해 속삭이며 쓰다듬고는 그림자의 반대 방향으로 말을 틀어 달린 것이다. 이 말이 바로 알렉산더의 ‘부케팔루스’로 그가 스무 살에 왕위를 물려받아 이집트와 페르시아, 인도까지 동방대제국을 건설하는 10년 동안 함께하는 동지가 되었다.
 
로마와 같은 대제국을 꿈꾼 나폴레옹의 애마는 ‘마렝고’였다. 앞에서 언급한 고대의 명마들은 전설로만 전해져 상상 속에 존재하지만, 마렝고는 나폴레옹의 초상화에도 등장해 더욱 유명해졌다. 아랍이 원산지인 이 말은 키가 작고 아담하며 갈기까지 흰 백마였다. 하지만 모래바람을 뚫고 사막을 달리던 혈통답게 용맹하고 튼튼해서 최대 12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렸다고 한다.
 
키가 작은 나폴레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용맹스럽게 백마를 타고 알프스를 넘는 모습이다. 마렝고는 나폴레옹의 마지막 전투인 워털루 전투까지 그와 함께했다. 나폴레옹이 패한 후에는 영국의 소유가 되어 종마로서 38년을 살다가 현재 런던 국립군사박물관에 골격이 소장되어 있다. 고대부터 중세에까지 수차가 17세기 과학혁명의 시대를 지나며 수력 터빈이 되었고, 이는 곧 외부에서 발생시킨  외연기관의 발전을 가져왔다. 그후 르누아르는 최초로 내연기관을 사용해 소형 자동차 엔진을 완성했다.
 
 “말 없이 달리는 마차를 만들겠다”고 천명한 독일의 기술자 벤츠는 1885년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었다. 명마에 탐닉했던 시대가 지나고 동력으로 움직이는 시대에서 전기, 수소, 산소 자동차로 전환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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