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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내년 초 적용, 산안법·화평법... 속 타는 기업들
[이슈] 내년 초 적용, 산안법·화평법... 속 타는 기업들
  • 이병문
  • 승인 2019.05.1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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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법, 위험한 작업 도급 금지 막대한 손실

내년 초부터 산업 현장에 적용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올해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도 기업의 경영 부담을 늘리는 대표적인 규제다. 산업 재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안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이후 2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발주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법안 세부 내용에 대한 심의 또는 의견 수렴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산업재해 없애자고 공장 다 문닫게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하청)을 전면 금지한다는 법 조항(제58조)이다. 유해물질에 대한 전문성은 원청회사보다 협력회사가 더 뛰어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설된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권’도 재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고용부는 법 통과 이전에도 중대재해가 난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법적 근거가 없었다.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사업장 규모가 크고 작업 중단 뒤 공장을 재가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도체산업 특성상 한번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지면 막대한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고 걱정했다.

산안법에 반영된 유해·위험작업 도급 금지, 사업장 근로자 안전에 대한 원청업체 책임 확대, 고용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권 등의 명확한 기준을 시행령 또는 고용부 지침에 넣어 달라는 요구를 담았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들은 ‘산안법 하위 법령 개정 요구안’을 냈다. 하지만 모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시행령에 작업중지 명령의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 등 모호한 문구만 가득해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의 초안대로 시행령이 확정되면 걸핏하면 공장을 세워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 번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수천억원에서 조(兆) 단위의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화평법 개정안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유해성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와 안전성 검사 의무를 강화했다. 등록 대상 화학물질 범위가 확대되면서 영세 기업의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담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도 고민이다. 국내 한 중소 화학업체 대표는 “직원 수가 10명 수준인 중소기업이 어떻게 유해물질 전문 인력을 채용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툭하면 공장 멈출 판…기업 '산안法 패닉'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산안법 하위 법령 개정을 앞두고 ‘경영계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하청)을 규제하는 도급승인제도 걱정거리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을 모두 원청업체가 맡을 경우 기존 협력업체는 줄도산하고 직원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도급 승인 대상 작업은 재하도급을 전면 금지한 조항 탓에 영세업체들은 설 자리조차 없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모호한 시행령 기준이다. 기업 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작업중지 명령권이 대표적이다. 법에는 작업중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을 ‘중대 재해가 난 작업과 동일한 작업’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 ‘산업재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등 불가피한 경우’ 등으로 광범위하게 정해놨다. 기업들은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에 감독관의 자의적 해석을 방지할 세부 기준을 정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업종이나 기업별로 다른 기준을 시행령에 세세하게 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한다.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의 안전담당 임원은 “정부 방침대로라면 일단 사망 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것”이라며 “나중에 사고 원인이 해당 직원의 부주의로 밝혀져도 이미 난 손실을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하청업체 연쇄 도산 가능성
개정법에 신설된 도급승인제도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크다. 하청업체들의 재해사고가 잇따르자 과거 도급인가제를 강화한 게 도급승인제다. 고용부는 입법 당시 “황산 불산 질산 염산 등 1, 2등급 발암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을 대상으로 도급승인 범위를 시행령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재계에선 “사망 사고가 난 작업들이 도급승인 대상에 하나하나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 고용부는 컨베이어벨트 사고가 잇따르자 ‘컨베이어벨트 작업과 같은 위험한 작업’을 시행령의 도급승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급승인 대상이 되면 고용부로부터 3년 단위로 도급 가능 여부를 허가받아야 한다”며 “정부의 눈치를 더 보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더 큰 문제는 도급승인 대상 작업은 재하도급이 전면 금지된다는 점이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정된 산안법에 따르면 황산 불산 질산 염산 등의 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은 예외 없이 재하도급이 금지된다”며 “내년 1월 법이 시행되면 적지 않은 하청업체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도 기존에 하도급을 주던 일감을 본사가 직접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효성 떨어지는 조항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캐디 등에 대한 고객응대 관련 지침 마련과 정기 교육 의무 등을 고용주에게 부과한 게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는 취지다. 캐디의 경우 미끄럼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화 착용 의무까지 시행규칙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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