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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호 두릅농장 대표 “일본과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에 경쟁력 충분”
천영호 두릅농장 대표 “일본과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에 경쟁력 충분”
  • 김준현
  • 승인 2019.03.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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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가 하나도 없었다. 농사 짓기 좋은 땅도 없었다. 기계를 사용할 수 없었고 경쟁력도 떨어졌다.” 해마다 수억원의 수입을 올리며 연 3t의 두릅을 생산하는 명실 공히 국내 최대의 두릅 농장주 천영호 두릅농장 대표. 수차례 실패를 거친 그에게 두릅이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천영호 두릅농장 대표 천영호
천영호 두릅농장 대표 천영호
 
빚부터 갚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두릅재배. 하늘이 도운 것인지 기회는 금세 찾아왔다. 2016년 김영란법이 시행되며 도약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그는 법에 맞춰 5만원어치 두릅선물세트를 만들었다. 이는 시장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켰고 두릅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예약손님 순번이 100번을 넘어선 적도 있다. 순풍에 돛단배 같이 순항하던 그에게 갑작스레 닥친 중국발 인건비 상승. 그러나 이것은 제2의 도약기가 됐다. 두릅 수입농가들이 많이 무너진 2017년. 높아진 중국 두릅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국내 두릅 수입시장이 쓰러진 것이다. 평일 기준 2000박스 씩 공급되던 두릅나무는 100박스 이하로 줄었다. 공급처들이 무너지며 거래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두릅가격은 많은 이들을 두릅전선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그들을 보고 천 대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금 형성된 두릅의 시장가는 비정상적이라는 것. 공급이 안정되면 가격은 금세 떨어질 것이다. 천 대표가 보는 두릅의 적정가는 kg당 2만5000원 정도다. 물론 kg당 25,000원도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국내 농사꾼들은 모두가 프로다. 멋모르고 귀농한 신참 농사꾼이 얕잡아 볼만큼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억대연봉을 주는 것도 두릅이지만 빚만 안겨 농촌에서 떠나보내는 것도 두릅이다. 두릅 농사에 대한 A to Z를 알아보자.
 
 
촉성재배(促成栽培)법
25년 간 두릅 외길을 판 천영호 씨는 제천에서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농사꾼이다. 그의 농사법을 배우기 위한 행렬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등 먼 타국에서도 그를 보기 위해 찾아온다고. 그가 이렇게 유명해지게 된 것은 수침재배법의 개발에 있다. 그는 1993년 두릅 개량종을 사들여 두릅나무의 눈이 있는 마디를 10cm 크기로 잘라 물을 뿌려주며 성장시키는 수침(水沈)재배법을 개발했다.

국내 두릅농사의 1인자인 그에게 두릅 농사에 대해 물었다. 두릅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우선 땅과 소정의 돈이 필요하다. 많은 귀농인이 두릅농사에 도전하지만 성공하는 이는 극소수다. 천 대표는 이들에게 두릅농사가 적합하지 않다고 에둘러 말한다. 이유는 땅과 돈. 두릅농사를 위해서는 농사 지을 땅과 자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땅과 돈을 갖고 귀농하는 이는 많지 않다.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

그는 위 사항에 해당되는 후배 농사꾼들에 한해 촉성재배(促成栽培)법을 권한다. 촉성재배는 원예작물을 보온해 재배하는 방법으로 수확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기후가 온난한 지방이나 도시근교에서 많이 사용된다. 주 재배 작물로는 채소류의 오이·토마토·가지·고추·참외·수박·딸기 등이 있고, 그밖에 화초류인 카네이션·국화 등이 있다. 천 대표가 촉성재배를 권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재래종 대비 15배에 이르는 막대한 수확량이 하나. 자연산 두릅 대비 높은 경쟁력이 둘. 두릅은 보통 4-5월이 제철이다. 이 때문에 두릅이 쏟아져 나오는 5월에는 두릅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산 두릅에 비해 1-2달 정도 앞당겨 수확할 수 있는 촉성재배는 보다 많은 수입을 안겨준다. 천 대표가 말하는 최적의 출하 시기는 3월 20일부터 4월 10일까지다.
 
 
두릅에게 물을 줄 때는 주의를 요한다. 두릅나무는 물을 좋아하지만 뿌리에 닿는 물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두릅나무는 단 며칠만 물에 잠겨도 죽어버린다. 이 때문에 ‘배수’는 두릅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또한 잦은 비료와 퇴비도 좋지 않다. 그는 1년차 두릅에 비료를 주는 것은 ‘독’이라고 말한다. 제대로 뿌리잡지 못한 두릅에 퇴비를 퍼 부으면 뿌리가 썩기 때문이다. 뿌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2년차부터 연 1회 정도 주는 것을 추천한다. 규모에 맞는 농사도 중요하다. 무리하게 큰 농경지를 피하라는 말이다. 농사 경험과 실력을 쌓아가며 조금씩 넓혀 나가는 게 중요하다. 두릅 재배는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다. 하루에 4차례 물을 주면 된다. 알아서 쑥쑥 자란다. 기후와 토질도 가리지 않는다. 번식도 빠르다. 이처럼 두릅은 잡초 같이 강한 자생력을 가졌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온도’. 양지식물인 두릅이 되레 음지에서 잘 자라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두릅은 양지에서 키우면 높은 기온에 보습이 안 돼 썩는다. 하우스 농사의 경우 낮 온도는 25도 밤 온도는 15도로 맞춰주는 게 좋다. 특히 천 대표는 낮 시간대 온도 관리를 거듭 당부했다. 27도를 넘기는 것은 두릅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최대한 지양하자는 것.
 
해외시장 공략
“일본과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에 상품성은 충분하지만 총량이 부족하다. 100t은 돼야 수출이 가능하리라 본다.”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수출하기에는 아직 국내 두릅시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사꾼은 프로다. 문제는 양이다. 이 때문에 그는 국내 두릅시장의 양적 팽창을 꿈꾼다. 생산자가 생산에만 집중하면 높은 상품성은 경쟁력을 가져 소비자를 알아서 끌고 올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은 “고객의 니즈를 깊이 이해하고 만든 물건은 고객이 찾는다”고 말한다. 진정한 마케팅이다. 오히려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이 부족한 부분을 덧칠하기 위해 홍보와 마케팅에 치중한다. 그는 상품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두릅의 고급화를 구상했다. 그가 재배하는 개량종 두릅은 일반 재래종과는 달리 진한 향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그의 두릅을 맛본 이는 천영호 두릅 농장의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는 선주문 후재배 방식을 택해 자연스레 유통이나 마케팅 비용을 없앴다. 소비자가 찾아오는 구조를 정착시킨 것이다. 그는 현재 1000여개 상당의 상자를 판매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제대로 된’ 건강 상품을 찾을 것이라는 그의 예측이 적중한 것이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두릅농사꾼이 됐다. 두릅 강국을 구상하는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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