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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 원만한 노사정 신뢰 관계가 킹핀 상생형 지역일자리로 국내 첫 성공 사례 될 수 있나
광주형 일자리 … 원만한 노사정 신뢰 관계가 킹핀 상생형 지역일자리로 국내 첫 성공 사례 될 수 있나
  • 길연경
  • 승인 2019.03.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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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와 현대차가 투자자로 참여하는 ‘광주형 일자리’가 4년여만의 험로를 거처 출범했다. 이로써 사회적 대타협을 기반으로 한 노사 상생형 완성차 공장 설립이 실현되었다. 1월 31일 광주시와 현대차는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투자협약식’을 가졌다. 지난해 12월 5일 현대차 노조가 노사민정협의회 합의안 수정 의결에 수용 거부로 성사 직전 협약이 무산 된지 50여일 만이다. 이번에 성사된 협약식으로 2021년에는 지자체와 민간 기업이 협동 투자 생산한 ‘경형 SUV’가 도로를 달릴 예정이다.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식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식
 
광주형 일자리 출범 배경과 평가
광주형 일자리의 출범은 2014년 6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일자리 일 만개 공약으로 제안한 뒤 4년 7개월이 걸려 2019년 1월 31일 투자협약 조인식까지의 여정으로 이뤄졌다. 그간 2018년 9월 한국노총 협상 불참 선언과 그 해 12월 5일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수정 합의안에 현대차 수용 거부 등 2차례의 무산 위기와 현대차, 지역노동계 등의 반목, 민주노총과 현대·기아차 노조의 반대,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경제계 내부의 회의론 등 지난한 협의 과정들이 있었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자동차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임금을 낮추는 대신 지자체가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로 사회통합형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원가절감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근로자는 고용 안정과 삶의 질을 향상시켜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가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지역상생형 일자리 확산을 바라고 있는 이면에는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 침체 때문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업계는 고임금 저효율이 고착화 된 것이 문제였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임금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제조업이 살아날 수 있다는 인식이 저변에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2001년 당시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급감하자 생산공장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폭스바겐은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보다 노사가 양보를 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 하에 별도의 독립법인과 공장을 만들 것을 노조에 제안했다. 노조는 이를 수용하여 공장 설립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기존 생산직 월급의 80% 수준인 5,000마르크(약 300만원)의 임금을 조건으로 실업자 5,000여 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여기에서 그 의미를 따 ‘AUTO 5000’이란 프로젝트 이름이 만들어졌다. 독립법인 AUTO 5000은 이후 7년 동안 투란과 티구안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고용위기가 끝난 2009년엔 폭스바겐 그룹에 다시 편입됐다.
 
광주형 일자리가 독일의 사례를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노사의 신뢰가 탄탄해야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난 4년 7개월간의 추진 여정을 보면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노조와 금속노조, 민주노총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고 그 여파는 여전하다. 그러나 최종 투자협약식을 가진 배경에는 한국노총이 노사민정협의회에 적극 참여해 합의를 도출했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민주노총과 같은 강성 노조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 완성차 공장을 통해 일자리 창출 및 생산성 증대 효과가 입증되면 그간 꺼리던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도 이뤄질 기대감도 있다.
 
대부분의 광주시민들은 “일자리 창출의 혁신적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과연 광주 완성차 공장 제품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우려하기도 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광주형 일자리로 만든 공장에서 생산하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며 “수출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31일 성사된 협약식에 참석하여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 임금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것”이며 “혁신적 포용국가를 향한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23년 만에 완성차 공장이 국내에 새로 지어진다”며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면 신규 일자리 1만2000개가 생기는 만큼 다른 지역도 노사민정 합의로 일자리 모델을 만들면 성공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광주형 SUV, 시동 건 투자협약서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가 31일 체결한 투자협약서는 크게 세 가지로 협력적 노사 상생모델 구축 및 운영, 유연한 인력운영, 적정임금 및 선진 임금체계 도입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1대 주주 광주시와 2대 주주인 현대차는 2021년 하반기 차량 양산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자동차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지역사회와 공공기관, 산업계와 재무적 투자자 등이 참여하게 된다. 투자 규모는 7,000억원으로 자기자본 2,800억원, 타인자본 4,200억원이다. 자기자본은 광주시 21%(590억원), 현대차 19%(530억원), 그 외 60%(1,680억원)로 구성된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지분 19%를 가지는 현대차는 1000cc 미만의 경차급 SUV 차종(가솔린)을 개발한다. 그 생산은 신설법인에 위탁하고, 공장 건설·운영·생산·품질관리에 필요한 기술 지원과 판매를 맡는다. 완성차 생산공장은 연간 생산능력 10만대 규모로 지을 예정이며 부지는 빛그린산단 내 약 19만평으로 2021년 하반기까지 가동을 목표로 한다. 광주시는 신설법인이 속히 안정화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보고금과 세제감면 혜택을 지원한다.
 
근로자 평균 초임연봉은 주44시간 기준 3,500만원 수준으로 한다.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선진 임금체계는 외부 전문가와 연계한 연구용역 후 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임금 인상을 할 것이며 노사민정 협의회가 객관적·합리적 기준을 제시한 바에 따라 신설법인은 이를 준수해 임금 인상률을 결정한다. 기존 업계 노동자보다 임금은 낮지만 대신 주거 및 교통 지원, 교육, 의료, 문화 등 광주시와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공동복지 프로그램이 더해진다는 혜택이 있어 실질소득 수준은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신설법인의 조기 경영안정과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기 위해서 광주시와 현대차는 상생협의회 운영 부속 결의를 통해 노사상생협의회 결정사항 유효기간을 누적생산 35만대 달성 시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 규정은 연 평균 7만대 생산을 가정하면 임금 및 단체협약은 5년간 유예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간 이 유예 기간으로 노동계와 현대차가 대립해왔는데 규정은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상 상생협의회의 합리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다는 단서로 안전장치를 달았다. 또한 유효기간 도래 이전이라도 가시적 경영 성과 창출과 같은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 협의회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부속결의를 협정서에 추가해 놓았다.
 
신설법인의 지속가능성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대처를 해 놓았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제도 지원방안을 적기에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 신설법인 출범을 위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투자자 모집을 마치려 하고 현대차를 포함한 모든 주주가 참여하는 본투자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광주시 측은 “2021년 하반기 신규 차종 양산을 목표로 필요한 사항을 꼼꼼히 따져가며 법인 설립과 부지 매입, 공장 착공 및 준공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항중인 임금·단체협상 유예 조항
협의 과정이 지난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 유예 조항 때문이었다. 최종 투자협약식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10여 차례 비공개 협상에서 이에 대한 절충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절충점은 누적생산 35만대 달성 때까지 노사가 같은 인원으로 구성될 상생노사발전협의회 결정 사항을 존중한다는 데 합의가 된 것이다. 최대주주인 광주시는 노사민정협의회와 이후 설치될 상생노사발전협의회를 통해 노사 문제 조정과 중재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에 임담협 유예 조항을 유지하되 경영이 호전되거나 수익을 내면 유예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단서를 더했다. 현대차는 일정 기간 물가인상률을 적용한 임금 인상 덕분에 실리를 챙기게 되고, 노동계는 임단협 유예에 묶이지 않게 되어 서로 명분을 갖는 윈윈 구조로 평가된다.
 
하지만 투자협약식을 치른 이후에도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노동계 일부가 국내 경차 시장의 감소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저임금 일자리를 만드는 협약은 노동권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약 체결을 문재인정부의 ‘정경유착 노동적폐 1호’로 규정한 현대·기아차 노조는 광주시청을 항의 방문해 “나쁜 일자리로 고용 효과를 부풀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노조는 "민주노총 2월 총파업과 연계해 대정부 투쟁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최종 협약서에서 원만하게 단서조항을 달고 합의를 본 상태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 상생형이라는 노사관계 새 모델을 보여주며 제조업 위기에 원가절감이라는 돌파구가 될 것과 지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한다. 성공의 관건은 원만한 노사정관계에 있다. 비록 약 5년 정도의 임금·단체협상 유예 조항이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합의일 뿐이어서 노사 신뢰관계는 더욱 중요하다. 부실 지방공기업이 되지 않으려면 노사가 힘을 합쳐 지속 가능한 발전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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