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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니언 추락사고’ 박준혁… 귀국
‘그랜드캐니언 추락사고’ 박준혁… 귀국
  • 유시온
  • 승인 2019.03.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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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된 의료비 10억원… 병원과 합의 또는 ‘그냥’ 귀국
부산 동아대학교 학생 박준혁 군(25)이 미국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에서 실족해 추락하는 사건이 1월 30일(현지시각) 발생했다. 가족에 의하면, 박 군은 사고 후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불명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박 군의 가족들은 10억원이 넘는 병원비를 갚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군의 모교 동아대학교는 1월 24일 학생처장 주재회의를 열고 의대 교수를 미국 현지로 급파해 박 군의 건강을 살필 예정이었으나 절차상 문제로 이마저 무산됐다. 이 와중에 박 군의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라는 사실과 박 군을 캐나다로 유학 보낼 정도의 재력이 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퍼지며 ‘굳이 돈 많은 집 아들을 도와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박 군은 대한항공과 동아대 등 주변의 도움으로 사고 52일 만에 귀국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드캐니언의 풍경
그랜드캐니언의 풍경
 
배보다 배꼽이 큰 미국 의료계
복잡한 미국 의료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보험체계의 이해가 우선이다. 미국 보험체계의 기축은 미국 연방정부의 의료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 미국의 공적보험제도)다. 물론, 미국에는 메디케어 말고도 수많은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보험이 있다. 이 수많은 보험의 큰 틀은 메디케어와 비슷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 조금씩 다른 규칙들이 발견된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많은 행정직원을 고용한다. 각 보험사의 약관과 의사들이 쓴 차트를 리뷰하면서 보험사의 기준을 맞췄는지 알기 위해서다. 미국의 한 의료계 종사자는 이 과정이 정말 인력이 많이 필요한 과정이라 전했다. 비근한 예로, 미국 템플대학교의 병원은 천개의 병상을 가지고 있지만 행정직원은 만명이 넘는다. 미국 의료계를 다룬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된 미국 의대생 알렉스의 영상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비되는 의료비 1/3이 행정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기서 핵심은 병원과 보험사의 관계다. 미국의 병원과 보험사는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수술이나 의료서비스에 말도 안 되는 수가를 책정한다. 예를 들어 ‘A수술’의 적정가는 100만원임을 알지만, 병원은 A수술의 적정가를 천만원으로 공시한다. 그와 함께 특정 보험에 든 환자에게만 ‘보험 혜택’을 적용해 백만원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보험사와 병원의 담합에 의해서 수술이 필요한 모든 환자가 ‘처음에는’ 천만원을 청구받기 때문이다. 이 기형적인 시스템은 환자에게 말도 안 되는 부당한 가격을 요구한다.
 
10억원의 병원비가 청구된 이유는
박준혁 군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알렉스는 박 군의 병원비로 수백에서 수천만원이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랜드캐니언에서 추락한 박 군은 여러 과의 협진과 1:1이나 1:2 케어를 통해  치료를 받았을 것이다. 높은 수가가 예상되지만 그래도 보험에 들었다면 훨씬 적은 액수가 청구됐을 것이다. 또한 미국 보험사에는 ‘1년 최대 의료비 지출액(Out-of-pocket maximun)’이라는 규정이 있다. 1년에 최대 어느 정도 수준의 금액까지만 의료비로 지출하겠다는 보험사와의 약속이다. 해당 금액을 초과하는 병원비는 보험사에서 대납한다. 그가 보여준 실제 미국 병원비 청구서에 따르면, 병원비 총액(Total charges)이 36만7천달러(4억여원)인 청구서는 보험을 통해 26만4천달러가 ‘Adjustment’로 깎이면서 환자가 부담할 비용이 10만달러로 줄었다. Out-of-pocket maximun규정에 따라 10만달러도 보험사에서 상당부분 지불해 환자가 최종적으로 지불한 비용(Patient Balance Due)은 100달러(10만원)에 불과했다. 또 다른 예시는 더 극단적이다. 청구비용이 71만달러(8억여원)인 한 청구서는 보험을 통해 63만5천달러(7억여원)가 Adjustment로 깎였다. 보험회사와 병원은 이미 환자가 받는 치료의 수가로 7만달러(7천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결론을 냈던 것이다. 처음 청구한 7억은 생색내기용 가격이라는 게 알렉스의 주장이다. 보험사는 이제 이 7천만원을 병원에 지불하면 된다. 이 중에서 환자가 내야 할 비용은 고작 1,200달러(150만원). 각각 3억과 7억의 병원비였지만 환자가 낸 돈은 결국 10만원과 150만원이다. 의료보험이 없는 박 군만 병원에서 보험회사에 생색내기 위해서 청구하는 이 ‘원가’의 병원비를 청구당한 것이다.
 
미국의 보험인 메디케어
미국의 보험인 메디케어
 
미국의 보험
보험이 없는 경우 미국의 병원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게 좋을까. 비응급 상황이라면 병원이나 클리닉에 먼저 현금 가격을 알아보고 의사를 고르는 게 좋다. 병원들도 보험사를 통해 병원비를 받는 행정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꽤나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 문제는 응급 상황이다. 1985년에 ‘EMTALA(Emergency Medical Treatment and Active Labor Act)’라는 미국 연방법이 통과되면서 병원은 응급환자를 거부할 수 없게 됐다. 박 군이 미국 병원에서 최고의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던 것은 이 제도 덕분이다. 하지만 10억원이라는 거액의 병원비가 청구된 것도 이 제도 때문이다.
 
박 군과 같은 경우 국내에 돌아올 수 있는 방법
우선, 병원과 합의하는 방법이 있다. 본인이 할 수도 있고 변호사에게 일임할 수도 있다. 알렉스의 말에 따르면 의료비 합의를 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도 등장했다고 한다. 의료비를 내지 못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환자와 타협하기 위해 노력한다. 미국에서는 개인파산의 가장 큰 경우가 의료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만약 미국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다면 파산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 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제출하면 채무이행이 즉각 중단된다. 또한 병원비는 파산으로 가장 쉽게 없앨 수 있는 부채다. 파산으로 큰 빚을 없애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외국인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응급환자의 치료가 종결될 때까지 병원비를 청구하지 않는다. 치료를 받고 집에 가면 후에 의료비가 청구되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환자들은 병원비를 내지 않고 그냥 출국하는 경우도 있다. 그의 발언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치료비 때문에 환자를 병원에 잡아두는 것은 ‘불법감금’이라는 판례가 있다. 이 때문에 병원비를 미납할 것 같단 우려만으로는 환자를 병원에 잡아둘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병원 치료가 끝난 후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에게 병원비를 징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만약 병원에서 법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추후 미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10억원의 병원비를 부담하느니 미국에 다시 오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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