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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한국경제, 동반성장만이 살 길”
정운찬 “한국경제, 동반성장만이 살 길”
  • 유시온
  • 승인 2019.01.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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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이대로 가다간 저성장 체제 굳어져”… 동반성장 단기 3정책 必

《 지난해 한국은 인구가 5천만명이 넘으면서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7번째 국가가 됐다. 이는 한국이 1996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를 가입하며 너무 이른 축배를 터트린 것과는 격이 다른 성과임에 틀림없다. ‘30-50 클럽은 전 세계 국가 중 단 7개 국가에게만 가입을 허용했다. 한국이 7번째로 이 문턱을 넘어서며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방 선진 6개국과 함께 리더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

 

한국 경제의 현실

하지만 이러한 빛나는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저성장과 양극화가 있다. 1980년대 8.6% 1990년대 6.7%이던 경제성장률이 2000년대 4.4%로 하락하더니 최근에는 2.7%까지 떨어졌다. 삼성 현대 LG SK 등 국내 4대 재벌의 1년 매출액이 GDP60%에 육박하는 심각한 재벌 의존도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 수치는 80년대 초반 20%에 불과했다. 경제가 한쪽으로 쏠리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이대로 놔두면 사회 전체가 결속력을 잃고 혼란에 휩싸이게 될까 우려한다.

한국 경제를 크게 성장시킨 요인은 교육 및 인적자원 투자에 있다. 아울러 하면 된다는 과감한 도전정신이 있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있는 곳이라면 먼 타국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한국 경제를 발전시켰다. 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과감한 도전이 가능했던 것은 더 나은 미래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밝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성장률과 담대한 희망은 강력한 국민적 결속력을 부여했다. 그렇게 희망을 공유하고 같이 나누며 함께 성장한 것이다.

과거 한국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 성장전략이 정책의 근간이었다. 수출 및 중화학공업을 먼저 육성하고 그 성과가 경제 전체에 파급되기를 기대하는 이른바 낙수효과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것이다. 성장과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이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동방의 조그만 나라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다. 정 이사장은 저개발 상태에서는 성장이 최선의 복지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불균형 성장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불균형한 성장의 결과 소수 대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가 고착됐다. 국민 대다수의 밥그릇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종속됐다.

2000-2007년 사이 국내 가계소득 증가율은 3.6%였으나 기업소득 증가율은 8.1%를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2018년 기준 30대 대기업 집단의 사내유보금은 650조원에 이르는 반면 가계부채는 1,500조원을 넘어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고용과 소득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의 연결고리는 크게 약화됐다. 결국, 국내 소비 및 투자의 위축은 성장 둔화와 양극화 심화를 가져왔다. 이것은 양극화-> 가계부채와 중소기업 부실 누적-> 내수 부진-> 성장 둔화->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한국경제에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회적 양극화와 시장의 불평등은 사회의 역동성, 효율성, 생산성을 마비시키고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해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동반성장이란

동반성장(shared growth)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자는 사회 운영의 기본원리 또는 정신을 말한다. 개인과 집단, 국가 사이를 동반자관계로 조성하여 지속가능성을(sustainable) 추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반성장은 승자 독식의 경쟁을 배제하고 참여자 모두에게 정당한 몫이 돌아가는 협력적 경쟁을 노래한다. 동반성장이 추구하는 협력적 경쟁은 부자와 빈자 모두 성장의 과실을 얻게 하되 빈자의 증분(增分)이 부자의 증분보다 크게 하자는 것이다.

동반성장은 그 개념이 매우 넓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동반성장뿐 아니라 빈부 간 도농 간 지역 간 수도권비수도권 간 남녀 간 국가 간 동반성장 등 매우 광범위한 개념이다. FTA도 국가 간 동반성장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 이사장이 말하는 동반성장은 모두를 똑같게 만들자는 기계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성장 효과가 한 분야에만 고이지 않고 다른 분야로 퍼지도록 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동반성장의 요체다.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불법과 편법 그리고 경제력 남용이야말로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만드는 것이 시장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하도급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영세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 지원도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시행된 극도의 불균형 성장전략의 결과 구조적 장벽이 높게 형성됐다. 따라서 중산층 이하 국민의 고용과 소득을 늘리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서민층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일차적인 효과뿐 아니라, 내수가 활성화 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고용과 투자를 자극하는 이차적인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칫 개인의 경제활동 의지를 훼손하고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면서 복지정책을 통한 사후적 분배에 과도한 부담을 지울 수 있다.

단기 3정책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기침체는 구조적 문제이다. 정 이사장은 잠재성장력이 낮아지는 추세를 막기 위해 동반성장 단기 3정책(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정부사업의 중소기업 직접 발주 제도화)’을 제안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목표한 것보다 높은 이익을 올리면 그것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주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해외 진출 그리고 고용 안정을 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니 샌더스가 이익공유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익공유는 192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처음 도입돼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밑바탕이 된 제도다. 미국의 크라이슬러사와 캐리어사는 목표이익 초과분에 대해 협력사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수익공유계획(Gain Sharing Plan, GSP)를 시행하고 있고, 영국의 롤스로이스사도 판매수입공유제를 시행 중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법제화는 대기업이 문어발식 확장을 못하도록 막는 제도다. 한국의 대기업은 끊임없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며 한국경제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에 안주하면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국내에 경제 정책이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면서 대기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를 통해 대기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 발주 사업은 대부분 대기업에 치중돼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일을 하는 건 중소기업이다. 정부 발주 사업을 수주한 대기업이 다시 자사의 협력사로 등록된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이런 구조는 일은 중소기업이 하고 이익은 대기업이 가져가는 결과를 낳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가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는 것을 강제하자는 의견도 있다. 중소기업에 자금이 흐르면 투자가 늘어나 투자증가-> 생산증가-> 소득증가-> 소비증가-> 경기침체 완화로 이어지는 경제의 회복이 가능하다. 이 방안은 한국의 기업 99% 이상이 중소기업이고 또한 고용의 88% 이상을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불평등 해소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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