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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하는 ‘2019년 경제위기설’, 한국경제 안전할까?
확산하는 ‘2019년 경제위기설’, 한국경제 안전할까?
  • 오재호
  • 승인 2019.01.0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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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위기설이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방침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차 산업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 하락, 내수 부진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경기가 ‘혹한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12월 12일 한국경제연구원의 코스피 상장사 578개사 실적 분석에 따르면 2018년 1~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2017년 같은 기간보다 감소한 기업의 비율은 59.5%에 달한다. 적자를 기록한 기업도 2016년 13.3%에서 2018년 1~3분기 20.1%까지 늘어났다. 각종 경기 지표들은 개선될 희망을 보이지 않고 기업계에서는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다. 정부는 ‘2기 경제팀’ 출범으로 대응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하던 김동연, 장하성 팀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그치지 않고 있다. 대내외적 상황이 적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꺼지지 않은 불, 미·중 무역전쟁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2%대 성장률이 고착화하는 ‘장기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고 경고한다. 2017년 2/4분기를 정점으로 1년 이상 경기 하강 국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5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로 작년(2.7%)보다 낮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힘들었던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 역시 10만 명에 그쳤다. 지난 5월 발표한 ‘20만 명대 초반’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 소비를 제외한 민간 소비 예상 증가율도 2017년(2.8%)보다 낮은 2.4%에 그쳐 내수도 눈에 띄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대외적으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미·중 무역전쟁이다. 최근 양국이 90일간 휴전을 발표했지만, 화웨이 부회장의 체포가 논란이 되면서 불매 운동이 일어나는 등 불안 요소는 상존한다. 협상 과정에서 실무진들이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는 여전히 “미·중 무역전쟁은 경제 논리뿐 아니라 정치도 개입돼 있는 만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위험 요소가 매우 크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글로벌 경제 상황이 완전히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기는 힘들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와 투자 심리도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교역의 22.7%를 차지하는 경제 대국이자,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이다. 따라서 양국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우리나라가 입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하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24.8%를 차지하고, 이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정도 된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가공해 최종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인데,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 길이 막히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된다. 즉 중국의 수출 길이 막히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약 올해부터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율을 현재 10%에서 25%로 올리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암흑 속에 갇히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수치상 문제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1~11월 수출액은 전년보다 6.2% 증가한 5,572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액이 6,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수출 신기록을 주도한 건 단연 반도체다. 2018년 11월까지 반도체 수출은 단일 품목으로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달성하며 전체 수출액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석유화학과 일반 기계 부문도 호실적을 나타냈다.

문제는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호황이 올해에는 크게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D램과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어 반도체 가격 또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작년 보고서에서 “내년 D램 가격이 올해보다 최대 2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도 최근 3분기 영업이익 실적을 발표하면서 “4분기에는 반도체 시황의 둔화로 실적이 전 분기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차 산업 전망 악화
수출에서 반도체를 대체할 품목이 없다는 점 또한 치명적이다. 그동안 반도체와 함께 자동차 부문이 우리나라 수출의 양대 산맥으로 꼽혀왔지만, 최근 글로벌 경쟁 심화와 전략 실패로 자동차 부문은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 힘든 상황이다. 현대차의 위기가 대표적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자동차 업계의 부진이 국내 제조업 위기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 기업들의 BSI는 작년 1~9월 중 6월(80)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기준선 80에 도달하지 못했다. 제조업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기업이 드물다는 의미다. 제조업이 흔들리면 수많은 1·2·3차 협력사도 함께 부진을 겪는 만큼 우리 경제 생태계 전체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우리 경제에 악재를 안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8년 9월 2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019년 3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대로 0.25%포인트 올려 2.00~2.25%로 높였다. 이로써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0.75%포인트 벌어졌다. 연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 상반기에 두 차례, 하반기에 한 차례 추가로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2.75~3.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문제는 금리 격차가 심화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출로 증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심각한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국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미국발 금리 인상은 결국 국내 기준금리 상승을 유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채시장 찾는 중소기업들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 학과 교수는 “금리가 인상되면 빚이 많은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줄폐업·줄도산할 수 있다. 단순히 빚이 문제가 아니라 원가가 상승해 사회 전체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고 밝혔다. 이미 업계에서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해 사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높은 금리로 돈을 구하는 기업이 많아진다는 건 경기 추락의 전조 증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대부업이 활개를 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 돈이 궁한 기업은 높은 이자를 주고라도 일단 기업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경영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힘들다. 이 관계자는 “은행 대출이 막히는 등 현금 유동성 부족을 겪다가 IMF 외환위기 때처럼 ‘흑자 부도’가 재현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IBK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8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5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 4,640곳 중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해 아예 사채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기업이 4%나 된다. 이들이 이용한 평균 사채 금리는 무려 13.29%다.

한편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옥이나 공장을 매물로 내놓는 기업도 늘고 있다. 빚내서 경영을 이어가는 것보다 사업을 정리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업체를 처분하려는 이가 늘고 있다.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자금 확보를 위해 사옥을 매각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5월 서울 광화문 사옥을 4,180억 원에 매각했고, 삼성물산은 9월 초 서초 사옥을 팔아 7,484억 원을 마련했다. 한샘도 사옥을 이전하기 위해 사둔 서울 문정동 부지와 건물을 807억 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일부 기업은 주요 계열사 경영권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대유그룹은 스마트저축은행을 약 800억 원에 팔기로 했다. 금호전기도 작년 6월 계열사 루미마이크로를 364억 원에 매각한 데 이어 12월에는 금호에이치티를 400억 원에 처분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위축될 것에 대비해 적지 않은 기업이 투자보다는 운영상의 목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면에서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만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부채비율이 높은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국내 자영업자의 폐업률 결정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하면 자영업자 폐업 확률은 7~10.6%까지 높아진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자영업자 부채가 600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부채율이 높은 자영업자들의 삶은 정말 막막해진다”고 토로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자영업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2012년 7,960만 원에서 2014년 9,051만 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 1억 87만 원(잠정치)으로 1억 원을 넘어섰다. 자영업 가구주 부채 대부분이 금융부채인 만큼 금융부채도 빠르게 늘었다. 2012년 6,029만 원이던 금융부채는 지난해 7,834만 원으로 불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득 증가가 부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12년 196.5%에서 지난해 214.8%로 높아졌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1991~2016년까지 연평균 1.4% 증가했다. 근로자 가구(연평균 2.5%)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또한, 근로자 가구 대비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자영업자 가구의 상대소득은 2003년 55.1%에서 2016년 48.7%로 6.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즉 영세 자영업자의 가계 사정이 날로 악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등 고정비는 계속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영업자는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에서 최대 취약자에 속한다. 현재 자영업자 부채 규모가 682조 원인데 대출금리가 0.5~0.75% 올라가면 4조 원에 달하는 금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대출 잔액이 올라가면 차주(借主) 부도 확률도 올라가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은 자영업자뿐 아니라 기업 전체의 노동경직성을 유발하는 만큼 좀 더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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