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위한 의원 정수 확대, 불가불가不可不可 혹은 불가불不可不 가可?
연동형 비례대표제 위한 의원 정수 확대, 불가불가不可不可 혹은 불가불不可不 가可?
  • 전인수
  • 승인 2018.12.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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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5당의 원내대표가 지난 12월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 정수,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해서는 정개특위에서 결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각 당 의원들은 정개특위 제1소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여야 5당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 농성을 극적으로 중단시키며 논의에 들어갔지만 진전은 요원한 상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수하는 야3당과 각각 다른 선거제도를 제시하는 거대 양당의 의견이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벽은 의원 정수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 정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현재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을 뽑을 때 지역구 의원과 정당 투표(비례대표)를 동시에 실시한다.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두 종류의 투표가 별개다. 각 지역에서 지역구 의원 253명을 뽑고 정당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47명을 선출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말 그대로 두 가지 투표를 연동하는 것이다. 선호 정당 투표를 통해 우선 정당의 의석을 배분하고 지역구 당선자가 배분된 의석수보다 적으면 나머지를 비례대표 후보들을 통해 채우는 방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현행 의원 정수보다 정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당 투표를 통해 배분된 의석 수 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더 많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지역구 당선자의 의석은 보전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투표의 비중을 높여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 사표를 방지하고 국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를 수용할 수 있는 선거제도로 평가받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지역구 의원의 비중이 높은 소선거구제는 당선되지 못한 지역구 의원에 투표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한다. 정당의 총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920만 표로 38%의 지역구 득표율을 보였지만 의석은 105석, 41.5%로 당선 비율이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역구에서 총 888만 표, 37% 득표율을 얻었지만 실제 당선 비율은 110석, 45%를 차지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득표율보다 의석 비율이 훨씬 낮았다. 356만 표로 14.9% 득표율의 국민의당은 25석 9.9%의 의석 비율을 보였고 39만 표 1.6% 득표율의 정의당은 0.79%인 2석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약 20대 총선을 비례제 비례대표제로 즉 정당 투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한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123→77명, 새누리당은 122명→101명, 국민의당은 38명→80명, 정의당은 6명→22명으로 각각 의석수가 조정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쟁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 대다수의 의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지역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안으로 비례대표제를 언급한 바 있다. 2015년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개정의견이 제출돼 연동형 방식의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 소속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비례대표제를 변형한 개편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개편안의 내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되 정당득표율의 과반 의석수만 보장하자는 것이다.
 
의원 정수 확대가 쟁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일한 답은 아니다. 연동형을 택하지 않고 비례성만 강화해도 사표를 줄일 수 있다. 현행 지역구 의석 253석, 비례대표 의석 47명을 2:1 비율로 조정해도 비례성은 강화된다. 다만 이 경우 지역구의 개편이 불가피해 기존 의원들의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연동형 방식의 권역별 비례제 역시 지역구의석과 비례의석의 비율을 2:1로 설정하고 의원 정수 확대는 고려하지 않았다. 비율을 3:1, 즉 지역구의석 225명 비례의석 75명으로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지역구 개편을 피할 수는 없다. 도농복합 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제를 혼합하자는 한국당의 의견 역시 의석비율은 3:1로 같다. 또한 강세를 보이는 지역에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해 실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명확해 다른 당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선거제 개편의 의도와는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개특위가 제시한 세 가지 방안 중 의원 정수를 330명으로 늘리고 연동형 방식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국내 시민단체들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2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선거제도 개혁 방안 합의를 위한 시민사회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500여개의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연합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300여개의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모인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 참여했다. 이들 토론의 전제가 된 합의 내용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의원정수 확대 ▲국회위원 비용 절감‧특권 축소 등이 명시돼 있다. 특히 이날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이 아닌 완전 비례대표제가 더 적절하다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상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국민 정서가 좋지 않다.
 
의원 정수 증가 반대 67.6%
국민 다수가 의원 정수 증가에 반대한다는 여론 조사도 나왔다. 지난 12월 19일 데일리안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의원 정수 증가에 반대하는 응답은 67.6%에 달했다. 반대 응답 중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20.4%가 나왔다. 또한 오히려 의원 정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12.2%가 나왔다. 또한 의원 정수 증가에 찬성하는 28.1%의 응답 중 13%는 총예산을 동결  해야 한다는 조건을 선택했다.
 
여론 조사가 보여 주는 것처럼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의식은 선거제개편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당은 이를 이용해 선거제개편에 대한 논의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오히려 의원정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야3당은 의원 정수를 늘리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려 하고 있다. 12월 11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대신 국회 예산을 동결하거나 세비를 반으로 줄이자는 논의를 제안했다. 또한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의원은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고 일 잘하는 국회가 되겠다는 과감한 개혁안을 내고 실제로 이행을 해야 된다”며 “다른 선진국처럼 1년에 한 달 정도 지역구 활동 기간을 두고 연중 상시국회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들의 행동에 대해 소수정당의 밥그릇 챙기기로 몰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기존 소선거구제를 통해 거대 양당이 너무 많은 이득을 얻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오히려 현 상황은 거대 양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선거제개편은 이미 국민적 합의를 얻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략으로 내놓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마땅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문제 자체가 어렵다. 연동형을 선택하자니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 여론에 부딪힌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요소들을 손보자니 애초 의도가 희미해진다. 이대로라면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는 합의는 지켜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개편을 두고 여야5당이 벌이는 현 상황은 경술국치를 앞두고 한 신하가 내놓은 ‘불가불가’의 대답처럼 난망하다. 불가불가(不可不可)인지 불가불 가(不可不 可)인지 모호하다. 답보 상태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선거제개편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국민 정서를 돌려놓을 수 있다면 어렵지만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여야5당의 속내는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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