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9:06 (화)
16경기 무패 기록 신화 아시아를 뒤집은 박항서 감독의 비결은?
16경기 무패 기록 신화 아시아를 뒤집은 박항서 감독의 비결은?
  • 전인수
  • 승인 2018.12.26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2월 15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이 열렸다. 이날 경기장은 4만여 명의 베트남 홈팬들로 가득 찼고 경기장 주변에는 응원을 나선 인파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국내에서도 이 경기를 중계했다. SBS와 SBS스포츠의 경기 중계는 각각 18.1%, 3.8%의 시청률을 기록해 총 21.9% 시청률로 대박을 터뜨렸다. 경기 결과는 베트남의 1-0 승리. 원정으로 치른 1차전 경기 결과(2-2)와 합산한 3-2의 스코어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1년 3개월 만에 베트남 국민 영웅 등극
국내 시청자들이 생소한 동남아시아의 경기에 주목한 것은 박항서 감독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 국가대표축구팀 감독으로 부임한 박 감독은 연이어 베트남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날 박항서 감독이 새롭게 쓴 역사는 두 가지다. 10년 만에 베트남 축구팀을 스즈키컵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세계16경기 연속 A매치 무패(9승7무) 신기록을 달성했다. 부임 후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첫 4강 달성을 이루는 등 베트남에서 그의 커리어는 한 정점을 찍게 됐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정상으로 만들겠다” 했던 그의 말이 실현된 것이다.
 
베트남 현지 반응은 열광적이다. AFC U-23 준우승에 대한 보답으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박 감독에게 3급 노동훈장을 수여했으며 스즈키 컵 우승 이후 베트남 굴지의 기업들이 그에게 포상을 주겠다며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또한 베트남 국민들은 그의 사진을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인 호치민의 초상화와 함께 내걸고 응원에 나서는 등 영웅적으로 대우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내의 국내 기업들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를 새롭게 하는 민관 외교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베트남에서는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4강 신화를 썼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수석 코치로 참여한 박항서 감독은 여전히 황선홍 선수와 포옹하던 모습으로만 남아 있다. 당시 조별예선 1차전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황선홍 선수는 가장 먼저 그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눴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 감독이 된 박항서 감독은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그치며 감독 자리에서 경질됐다. 이후 경남FC와 전남 드래곤즈를 이끌었지만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상주 상무, 창원 시청의 감독을 맡는 등 점차 주변부로 밀려나게 된다.
 
 
박항서의 성적은 준수했다?
그의 이력에서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그가 이끌었던 팀들의 성적이 준수했다는 사실이다. 국내 무대에서 박항서는 2002년의 히딩크와 같은 기적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맡은 부분에 있어서는 충분히 역할을 달성했다. 히딩크와 함께 했던 월드컵 대표팀 코치 시절에는 감독과 선수들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으며 코치로서 한 역할을 담당해 팀과 함께 기적을 이뤄냈다. 또한 부산아시안게임에서의 동메달 획득 역시 최악의 성적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2002년 당시까지 13회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는 총 세 번 우승을 차지했다. 박항서 감독에 대한 부진 평가는 유독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국내 상황과 월드컵 4강 기적 이후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K리그 감독으로 진출한 이후도 마찬가지다. 2005년 경남FC 감독을 맡은 그는 2007년 경남을 4위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전남드래곤즈에서도 FA컵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준수한 성적을 냈다. 특히 성적이 부진했던 이유에 일부 소속 선수들이 주도한 승부 조작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박항서 감독은 오히려 선전했다고 할 수 있다.
 
박항서 감독은 축구계의 부정적 평가에 절망하지 않았다. 불안감과 걱정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한 인터뷰를 통해 그는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 상당한 걱정과 불안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박 감독은 “그러나 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다”며 “프로팀 지도자가 아마추어 내셔널리그 팀을 맡았다는 건 축구 지도자로서 거의 정리할 단계라는 걸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했다.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살려 다시 시작하려 한 것이다. 베트남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를 선택한 베트남 축구에 축구인생의 모든 지식과 철학, 열정을 쏟겠다”며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동남아시아 정상, 아시아 정상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이다.
 
기적을 만든 박항서의 3가지 메시지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박항서 매직의 비결은 무엇일까. 박항서의 기적 같은 성공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있다. ‘파파리더십’과 진정성 등 그의 성공에 대한 분석이 끊이지 않지만 무엇보다 박항서 감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적 이유에 있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5년간의 짧은 선수 생활과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던 감독 시절을 보냈음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의 과정에서 경험했던 다양한 배움을 잊지 않고 자신에게 적용했다. 박항서 감독의 신념과 가치는 베트남 축구팀을 맡고 나서 그가 보여준 언행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세 가지로 요약하면 ‘약하다는 생각을 버릴 것’, ‘믿음이 결과를 만든다’, ‘다시 도전하라’가 될 것이다.
 
감독으로 부임하고 나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선수들의 체력을 테스트한 것이다. 박항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들이 열패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래서 먼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당시에 대해 “베트남 사람들은 자존심은 강하지만 자신감은 부족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알게 됐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니 체력이 약한 것이 아니라 체격이 작은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AFC U-23 선수들은 연장전을 3번이나 하고 준우승을 일궈냈다. 그들에게 ‘왜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선수들은 ‘지도자와 선배들에게 그렇게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나서는 서로 간의 신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원팀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박 감독이 부임하기 이전 선수들은 자신이 벤치에 있으면 경기를 보지 않을 정도로 개인적이었다고 한다. 숙소에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축구는 팀과 팀이 맞붙는 게임이다. 박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항상 어느 개인이나 어느 몇 선수에 의해서 팀이 좌지우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하지도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신뢰가 형성돼야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선수와 선수의 신뢰가 쌓여야 하고 감독과 선수의 신뢰가 쌓여야 한다. 파파리더십은 이처럼 박 감독이 베트남 선수들과 믿음을 쌓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특히 언론에 소개된 그의 모습을 확인하면 선수들의 마사지를 직접 해주거나 친근하게 지내는 것뿐만 아니라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포옹할 정도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그대로 선수들에게 전달됐다. 경기에서 패했을 때 선수들에게 “너희들은 최선을 다했다. 고개 숙이지 마라”고 자부심을 심어준 일은 잘 알려져 있다. 베트남 모든 국민들에 내재한 베트남 정신도 강조했다. 과거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사회주의 체제를 지켜낸 베트남인들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다만 그들은 현실의 패배의식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들에게 박 감독이 전한 메시지는 ‘다시 도전하라’는 것이다. 패배했지만 최선을 다했고 다음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 고개를 숙이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 세 가지 메시지는 박항서 감독 스스로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베트남 축구에 다시 도전해 성공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실상 이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는 것이다. 어쩌면 박 감독의 성공은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혹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그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윈스턴 처칠에 말에 따르면 그렇다. 처칠은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성공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하는 능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여의도파라곤 1125)
  • 대표전화 : 02-780-0990
  • 팩스 : 02-783-25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운정
  • 법인명 : 데일리뉴스
  • 제호 : 종합시사매거진
  •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0618
  • 등록일 : 2010-11-19
  • 발행일 : 2011-03-02
  • 발행인 : 최지우
  • 편집인 : 정하연
  • 종합시사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종합시사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isanewszin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