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 전인미답(前人未踏) – 조영환 남화토건 전무이사
[칼럼]인생 전인미답(前人未踏) – 조영환 남화토건 전무이사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18.11.08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단어는 인생이다.

전인미답이란 사람의 일이나 수준이 아직 다다르어 본 적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인생은 자존, 본질, 현재, 권위, 소통이라는 싱싱한 재료를 담아내는 아름다운 그릇이다. 이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단어가 무서우리만큼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단어 하나만 잘 알아도 세상을 제대로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미숙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는 지구는 탄생 이래 단 한 번도 같은 날씨를 반복하지 않았다는 문장이 있다. 그 어느 하루도 같은 날씨인 적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며,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앞에 마땅히 주어진 전인미답의 길을 즐겨야 한다. 어차피 가야 할 길 망설이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설렘과 기대를 품고 걸어야 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전인미답의 길을 즐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글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실수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전인미답에 실수할 수밖에 없다. 가본 적이 없는 길이다. 가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완벽하겠나? 길을 걸으며 당연히 실수할 것이다. 그러니 실수를 못 견디고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는 때로 바깥에 선을 그려놓고 누구누구의 인생은 이런 실수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니다. 누구의 인생이나 다 같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행운이라고 굳게 믿고, 나쁜 일이 있거나 실수를 저지르면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를 떠올리면 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너무 안달복달하지 않는 태도가 정말 지혜로운 삶의 태도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실패는 나와 먼 이야기고, 불행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내 뜻대로 일이 풀릴 거라는 전제하에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실패하면 하늘이 무너진 듯 좌절한다. 아쉽게도 인생은 종종 내 뜻과 무관하게 실패와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실패를 기본조건으로 놓고 살면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는다.

몇 해 전 사진 촬영 차 고창 선운산에 가게 됐다. 거기서 돌에 새겨진 보석 같은 글귀를 발견했다. ‘보왕삼매론이라는 글이다. 첫 줄에 새겨진 글귀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라는 문장은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래 소개한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중국 명나라 때 묘협이라는 스님이 불자들에게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할지에 대해 쓴 글이다. 그걸 바위에 새겨놓은 것이었는데, 그걸 읽고 나의 뇌는 이른 아침부터 도끼에 찍힌 듯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인생은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정신 그리고 운이라는 날줄이 합쳐서 직조된다. 누구나 내 씨줄을 잘 받쳐줄 만한 날줄의 시대를 골라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으니 험하면 험한 대로 순하면 순한 대로 날줄을 잡고 튼튼하게 직조해야 한다. 그러니까 요즘처럼 날줄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절에는 이런 삶의 태도가 절실하다.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아, 그렇게 시작해 보아라라는 고은 시인의 시처럼 살아야 한다. 땅버들 씨앗도 자기가 닿고 싶은 좋은 장소가 있었을 것이다. 양지바르고, 촉촉한 땅 위에 닿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람에 흔들리고 물살에 떠밀려 미처 다 가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마구 엉켜 있는 바위틈에 툭하고 닿아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땅버들 씨앗이 원하던 곳으로 다시 갈 수는 없다.

모든 인생도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 집 앞 화단에 대추나무 한 그루가 있다. 대추나무는 꽤 크게 자라기 때문에 평평한 땅에서 커야 좋다. 그런데 그만 씨앗이 돌 틈 좁은 땅에 떨어져 버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좁은 땅에 떨어져 버렸다고 대추나무가 자살할까? 아니다. 온 힘을 다해 올라온다. 삐뚤어지고 꺾이겠지만, 거기에서 온 힘을 다해 살 것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지레 포기하고 주저앉을 필요 없다. 씨줄과 날줄이 함께 직조되는 게 인생이니까. 꿈과 희망의 여지를 남겨둘 줄 알아야 한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고 되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과 행복은 별개이다. 인생은 많은 단점에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양지바른 땅에 씨앗이 닿지 않았음에도 각자 자존을 가지고 자신의 장점을 실현해 나간다면 말이다. 모든 사람은 때가 되면 엄청난 화력으로 터질 만큼 커다란 잠재력도 가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사람은 전인미답의 길을 즐기며 살아야 행복하다.

 

조영환 (曺永煥)
문학춘추, 아시아서석문학 등단
아시아 서석문학상 수상
저서 : 광야에서의 인연(수상집),
건널 수 없는 강(수상집)
현 전라남도 노동위원회 위원
남화토건(주) 전무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913
  • 대표전화 : 02-780-0990
  • 팩스 : 02-783-25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인수
  • 법인명 : 종합시사뉴스매거진
  • 제호 : 시사매거진CEO
  • 등록번호 : 영등포, 라 00552
  • 등록일 : 2010-11-19
  • 발행일 : 2011-03-02
  • 발행인 : 최수지
  • 편집인 : 최수지
  • 시사매거진CEO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시사매거진CEO.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isanewszin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