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캔버스에 나무를 심었죠”, '춤추는 소나무'展, 정미애 화백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캔버스에 나무를 심었죠”, '춤추는 소나무'展, 정미애 화백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18.11.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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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소나무 91x116.8cm Oil on canvas 2018

나무가 살아 숨 쉬고 바다가 춤을 춘다. 사각의 프레임 안 자연에서 생명이 움직인다. 푸르러서 푸른 바다가 아닌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그럼에도 부자연스럽지 않고 마음으로 불쑥 다가온다. 정미애 작가가 그린 작품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구상작품에 몰두하던 경력 49년의 화가가 어느 날 자신의 기원을 찾아 헤매다 찾은 것이 소나무이다. 그녀의 작품 속에서 소나무는 살아 있다.

 

정 작가가 처음 그림을 그린 것은 네 살 때부터다. 울진군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녀가 어린 나이부터 그림을 그려 당시에는 신동으로 유명세를 떨쳤다고 한다. 대학에서는 미술사학과를 전공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이론과 역사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때까지도 자신 속에 그토록 큰 생명력으로 고향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한다.

소나무를 그리게 된 계기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전시 초대를 받게 되면서부터다. 당시 100호 캔버스에 자신의 이야기 8개를 담아서 가서 전시했다. 전시가 끝난 후 사람들이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에 대해 질문이 많았다.

떠오르는 게 있어 향한 곳이 고향 울진군이다. 고향에 가서 6개월간 소나무를 보러 다녔다. 어딘가 이끌리듯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향했다고 한다. 해가 솟은 정오에 달이 휘엉청 뜬 달밤에 소나무를 보고 또 봤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난 후 이틀 만에 데생 30개가 나왔다. 그러고 나서 6개월 만에 총 36점의 그림을 완성했다.

정 작가는 어딘가 이끌린 듯 영감을 받았던 당시에 대해 환상에 빠진 것처럼, 꿈을 꾸듯 그렸다. 내 안에 생명력이 넘치는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정 작가의 그림은 실제 영감에 빠지지 않고서는 만들어내기 힘들어 보인다. 작품 속에 소나무가 빽빽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한 작품에 수백 개가 넘는 소나무가 보이기도 한다. 습관에 따라 그린 것도 아니다. 제각각 다른 소나무를 표현했고 전체를 그려내기 위해 모두 정확한 계산에 따라야 했다. 그래서 정 작가는 자신은 소나무를 그린 것이 아니라 직접 심은 것이라고 말한다.

 

소광리 숲1 112.1x162.2cm Oil on canvas 2018

전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캔버스에 나무를 심었다고 생각해요. 흙을 다시 깔고 거기에 다시 나무를 심었죠. 다시 심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니까 저절로 색이 나왔어요. 그렇게 소나무 한 그루가 숲이 됐죠. 숲을 만들고 나서야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어요.”

정 작가의 <배는 떠나고>는 소나무와 바다의 아름다움이 한껏 담겨 있다. 정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서울시에서 주는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참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다고 물으니 반대로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불어 사는 세상, 따뜻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그리겠다며 환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자연과 생명력, 힘의 원천이 고향도 나무도 바다도 아닌 작가의 내면에서 나오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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