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낡았지만 풍요로운 제노아의 거리들
[여행]낡았지만 풍요로운 제노아의 거리들
  • 김원규
  • 승인 2018.10.0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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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부터 할머니, 엄마 그리고 아이가 따라 걸었던 길이다. 중세시대에서 시간이 멈추어 버린 올드타운부터 물방울이 맺힌 듯이 생기가 가득한 항구까지 세월을 간직한 곳들은 여전히 풍요로웠다. 닳았지만 빛나던 제노아의 여행은 길에서 시작해서 길에서 끝났다. 지도 한 장 펼쳐들고 정처 없이 떠돌았던 도보여행의 기록들.
 
제노아 여행 준비는 쉽지 않았다. 로마나 베네치아와 같은 이탈리아 도시에 비해 여행 정보가 적었던 탓이다. 실제 로제노아에 머물면서 한국인은커녕 동양인도 쉽게 마주칠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떠나오기 전, 제대로 된 지도 한 장을 구할 수 없어 걱정했던 시간들이 무의미했다. 여행코스나 무언가를 찾을 필요 없이 예쁜 거리들을 찾아 걷는것만으로도 이미 완벽했음으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수차례 길을 잃으면서 써내려간 도보여행의 기록들이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제노아는 베네치아와 함께 중세시대 무역의 중심지였던 항구 도시다. 중세 십자군 원정과 르네상스 시대의 활발한 지중해 무역으로 발전했던 과거의 풍요로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 여전히 눈부신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
 

걷는 즐거움, 올드타운

제노아의 올드타운은 구역을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페라리 광장을 시작으로 산 로렌초 대성당 일대를 말한다. 2명이 겨우 지나가는 좁은 골목부터 여행자들이 모이는 넓은 광장까지 크고 작은 길들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헤매듯이 걸으면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다. 깊숙한 올드타운제노아가 한창 빛을 발하던 중세시대에서 시간이 멈췄다. 무심코 지나는 건물의 갈라진 벽, 손때 묻은 나무 손잡이, 울퉁불퉁한 바닥에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불편함을 감소하고서라도 오래된 것을 지키면서 사는 제노아 사람들이 부럽다. 낡은 것의 멋을 아는 사람들일 것이다.

 

줄무늬 산 로렌초 대성당

산 로렌초 대성당이야말로 올드타운의 역사를 대변해주는 장본인이다. 5세기와 6세기 사이에 처음 세워진 이후, 1312년에는 고딕 양식의 정면 파사드를, 16세기에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종탑과 돔을, 17세기에는 제노바를 상징하는 벽면 줄무늬를 보탰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양식이 덧붙여져서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산 로렌초 대성당은 번영했던 제노아의 명성을 보여주듯이 화려하다. 색색의 대리석과 벽을 빼곡히 수놓은 섬세한 조각, 웅장한 프레스코화에서 중세시대의 기품이 느껴진다. 성당을 지켜주듯이 양쪽에 늠름하게 앉아있는 두 개의 사자상은 이탈리아 조각가인 카를로 루바토의 19세기 작품이다. 산 로렌초 대성당의 가장 큰 특징인 흰색과 검정색이 대비를 이루는 줄무늬는 내부 고딕양식의 기둥과 아치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3개의 신랑nave는 모두 대리석으로 덮여있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오묘한 색의 빛이 비춘다.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면 섬세한 프레스코화가 성당의 내부를 뒤덮고 있다. 비잔틴 시대의 1300년대작품으로 영광의 그리스도와 최후의 만찬, 성 베드로와 성 게오르기우스를 그린 그림이 빼곡하다. 내부는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으며, 노출이 많은 의상이라면 입구에 마련된 천으로 가리고 입장해야한다. 제노아에서 하나의 길만 걸어야한다면, 가리발디 거리 ViaGaribaldi 기자가 묵었던 숙소의 호스트 앞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어디부터 가야할까?”라고 물었다. 호스트는 고민 없이 가리발디 거리를 가리키더라. 10미터 폭, 250미터 길이의 평범해 보이는 가리발디 거리는 2006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6세기 무역과 상업의 발전으로 부를 축적한 귀족들이 제노아에 호화로운 궁전들을 많이 지었는데 가리발디 거리에 궁전과 역사 깊은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 개의 궁전과 세 개의 예술, 팔라초 로소 & 비앙코 & 투르시

가리발디 거리의 여러 궁전 중에서 팔라초 로소Plazzo Rosso와 팔라초 비앙코Plazzo Bianco, 팔라초 투르시Plazzo Trusi는 현재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성인 9유로 티켓 하나로 미술관 3개를 모두 관람할 수 있으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호화로운 귀족 양식과 고풍스러운 가구, 화려한 장식들을 보존하고 있고,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붉은 궁전이라는 뜻의 팔라초 로소에는 브리뇰레Brignole 가문이 수집한 고가구와 장식품 등이 보존되어 있고, Veronese, Reni, Guercino 등의 이탈리아 화가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2층부터 4층까지의 전시관을 관람한 이후에는 꼭 6층으로 올라가자. 제노아의 올드타운과 항구까지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미술관에 왔다가 전망대까지 무료로 볼 수 있으니 이만한 일석이조가 없다. 제노아의 여러 전망대에 올랐지만 단연코 로소의 전망대가 최고더라.
 

많은 여행자들이 가리발디 거리로 들어서자마자 로소도 비앙코도 아닌 팔라초 투르시부터 찾아 헤매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제노아에서 태어난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가 실제로 사용했던 바이올린을 만날 수 있기 때문. 두 눈으로 그의 손때 묻은 바이올린을 바라보며, 두 귀로 그의 연주를 들었던 순간은 특별하게 남았다.

 
투르시에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외에도 미술작품과 리구리아 도자기, 고가구, 태피스트리tapestry 작품 등도 관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얀 궁전이라는 뜻의 팔라초 비앙코는 팔라초 로소와 마주보고 있다. Cambiaso, Strozzi, Fiasella 등의 제노아 출신 화가와 Lippi, Caravaggio, Procaccini 등의 이탈리아 화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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